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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유럽, '악의 축' 반발로 급속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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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유럽, '악의 축' 반발로 급속 접근

리광근 북한 무역상 4일부터 유럽 순방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 대한 반작용으로 북한과 유럽연합(EU)이 급속히 가까와지고 있다.

북한과 유럽연합의 이같은 유착은 부시 미 정권의 '일방주의적 패권노선'에 대한 반발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 부시정권의 외교정책에 치명적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 유럽방문, 패튼 대대적 환영**

리광근 북한 무역상이 이끄는 북한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은 4일(현지시간) 브뤼셀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으로 2주 예정의 유럽 순방길에 올랐다. 이번에 북한 경제사절단은 브뤼셀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스웨덴, 영국을 돌아볼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지난해 5월 2일과 3일 유럽이사회 의장인 괴란 페르손 스웨덴총리, 크리스 패튼 유럽연합 대외집행위원, 하비에르 솔라나 공동외교안보최고대표부 대표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가진 데 따른 답방 성격을 띠고 있다.

당시 북한을 방문했던 유럽연합 대표단은 김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한 대화의 지속 필요성에 동의했으며, 이에 페르손 스웨덴총리는 3일 서울을 방문해 김대중 대통령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한간 대화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또한 당시 유럽 대표단을 맞은 김정일 위원장은 경제재건을 위해 유럽 경제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는 희망을 전달하기도 했다. 리광근 무역상이 이끄는 북한경제사절단의 이번 유럽방문은 이같은 정상회담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 경제사절단은 브뤼셀에 머무는 동안 유럽연합 관리들을 비롯한 유럽의회 의원, 유럽투자은행과 세계은행 관계자들과도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크리스 패튼 유럽연합 대외집행위원은 이번 북한 경제사절단의 방문을 환영하는 공식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봄 스톡홀름 유럽 회의에서 유럽연합은 북한의 평화와 안보, 자유를 지지하는 역할을 하기로 합의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번 주에 브뤼셀과 평양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을 환영한다. 유럽연한은 이미 북한에 가장 많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고 있는 나라들 중 하나이며, 우리는 인권에 대한 대화도 해오고 있다. 나는 북한이 보다 번영적 미래를 건설하는 데 우리가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유럽연합, 미국 독주를 용납 못하겠다**

패튼의 이같은 환영성명은 외교가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개국가 경제사절단의 방문에 대해 유럽연합 차원의 환영성명이 나오는 것은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외교전문가들은 특히 패튼이 얼마 전까지 미국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 대해 강력비판하는 노선을 견지했다는 대목과 연관지어, 이번 성명에 내포된 외교적 의미를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홍콩의 마지막 총독으로 유럽연합내 최고 동아시아전문가이자 유럽연합의 국무장관격인 패튼은 지난달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이 나오자 지난달 14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패권주의를 성토하고 나섰다.

패튼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예상하지 못한 빠른 시간에 놀라운 승리를 거둔 것이 미국의 능력에 대한 과신을 부르고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과신은 군사적 발휘가 진정한 안보를 보장하는 유일한 토대이며, 미국은 자기자신밖에 믿을 게 없으며, 동맹국들은 선택적으로 유용할 뿐이라는 위험한 본능을 강화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진정한 친구는 맹목적 추종자가 아니다"며 "미국정책의 흐름에 대해 이해관계가 있는 우리로서는 목소리를 높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북한의 유럽방문은 '정치게임'**

패튼이 이처럼 강하게 반발한 데에는 부시가 '악의 축' 발언으로 이라크,이란 외에 북한까지 걸고넘어간 대목과 무관치 않다는 데 당시 국제외교가의 분석이었다.

실제로 패튼의 발언이 나온 뒤 미국 정부는 "유럽과 북한에 대해선 토의조차 하지 못한 상태"라며 자신의 실책을 일부 시인하며 한걸음 뒤로 빠지기도 했다.

외교전문가들은 따라서 이번 북한 경제사절단의 유럽방문은 '악의 축' 발언이후 유럽연합이 보여준 한반도 평화주의 노선에 대한 '정치적 답방'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즉 북한이 매파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대신, 유럽연합과 대화를 강화함으로써 미국 매파정책의 국제적 고립을 확고히 하겠다는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악의 축' 발언으로 미국은 이래저래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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