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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가 불붙이고 솔트레이크가 기름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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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가 불붙이고 솔트레이크가 기름붓고

반미감정 최고조로 끓어오르다

"부시가 불 붙이고 솔트레이크가 기름 붓는 꼴이다."

한 정부관계자가 22일 최근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반미(反美)감정의 근원을 분석하며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아마도 여론조사를 실시해보면 정확한 수치가 나오겠지만 한국의 반미감정이 요즘처럼 높아진 적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부시의 '악의 축' 발언에 대해 국민의 70%가 반감을 느꼈다면 이번 솔트레이크의 김동성 선수 금메달 박탈 사건으로 반미감정을 느낀 국민들은 최소한 80~90%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미감정 청소년층으로 확산**

실제로 김동성 선수의 금메달 박탈 소식이 알려진 직후 각 인터넷사이트들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90%이상의 네티즌들이 거침없이 강렬한 반미감정을 드러냈다. 한 포탈 사이트의 경우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하고 철수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94%가 "즉각 철수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많은 네티즌들은 이번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을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미국 국내축전"으로 규정했다. 올림픽 정신이라는 것은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는 분노의 분출이다.

한 네티즌은 "월드컵에서 16강에 못 올라가도 좋으니 반드시 미국팀만은 이기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에 형성된 반미감정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오는 6월 월드컵대회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솔트레이크 사건으로 젊은층 사이에서 '반미감정'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대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사전문가는 "스포츠는 그 특성상 젊은층들에게 특히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라며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이 한국의 지식층이나 성인층 사이에 반미감정을 불러일으켰다면 이번 솔트레이트 파문은 반미감정의 폭을 청소년층까지 확산시키는 결정적 작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독일의 히틀러가 올림픽을 나치즘의 이데올로기 도구로 사용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부시정부가 이번 동계올림픽을 미국쇼비니즘의 확산도구로 삼으려 하다가 도리어 전세계적으로 반미감정만 불러 일으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게 아닌가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의 갈팡질팡**

이처럼 최근 국내에서 반미감정이 급속히 높아지자, 당황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반미'라는 초유의 광범위한 국민감정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대표적 예가 조선일보이다.

조선일보는 김동성 금메달 박탈 사실이 알려진 21일 저녁 내보낸 22일자 가판의 2면 '조선만평'에서 이번 사건을 특유의 양비론으로 다루었다. "지고도 이겼다고 떼쓰는 X이나, 이기고도 졌다고 국기 팽개치는 X이나"

금메달 획득을 확신하고 태극기를 들고 쇼트트랙을 돌려다가 태극기를 떨어트린 김동성 선수의 잘못을 함께 지적한 만평이다.

그러나 이는 조선일보가 '반미'라는 낯선 소재를 다루기가 부담스러우니 김동성 선수의 실수를 함께 끌고 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에 충분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만평이 나간 뒤 비난여론이 쇄도했고, 결국 조선일보는 22일 아침 가정에 배달된 판에서 만평을 교체했다. 만평의 주제인즉, 미국선수와 쇼트랙을 달리고 있는 다른나라 선수들이 미국선수를 피하면서 "쟤랑 스치면 실격이다"고 속삭이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만평 역시 이번 김동성 선수의 실격이 마치 미국선수와 접촉이라도 했기 때문인양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에서 합격점 이하였다.

언론계에서는 조선일보의 이같은 '갈팡질팡'을 보고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극보수세력들이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범국민적 반미감정에 얼마나 당혹스러워 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증거로 받아들이고 있다.

***향후 대미관계, 정치일정에도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듯**

광범위한 반미감정 확산은 앞으로 대미관계 및 정치일정 등에도 중차대한 변수로 등장할 전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죽은 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이긴다는 식으로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은 다 죽어가던 햇볕정책을 되살리는 역설적 효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발언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70%나 된다는 여론조사는 뒤짚어 말하면 햇볕정책이 한반도 평화구축에 가장 적절한 정책임을 보여주는 반증이자 국민들이 햇별정책의 유용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발언으로 앞으로 대선과정에 불가피하게 한반도 정책이 주요쟁점중 하나로 부각되게 됐으며 그 결과 '전쟁'과 '평화'로 양분되는 정책적 대립전선이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럴 경우 부시정부와 대북정책의 맥을 같이 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이회창총재측은 적잖이 고전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부시방문과 솔트레이크파문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미감정의 여파로 앞으로 F15K로 대표되는 미국군수품을 구입하는 협상 등에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며 "국민감정이 이런 마당에 정부가 F15K등을 선뜻 구입하기 쉽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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