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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도 전쟁 수단?

미국의 맹목적 애국주의가 올림픽을 망치고 있다

지난 해 9.11테러 이후 고조되고 있는 미국의 맹목적 애국주의(jingoism)가 올림픽정신마저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의 주최국인 미국은 모든 올림픽 행사를 9.11 사태와 결부시키는 것은 물론 지나친 보안 검색, 자국 선수들에 유리한 편파적 판정 등을 통해 대내적으로는 애국심을 고취하고 대외적으로는 부시의 강경노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안하무인적인 태도에 일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은 불만과 반미 감정이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미국이 올림픽마저도 전쟁수행을 위한 선전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은 지난 15일 이 같은 내용의 보도를 통해 부시의 강경정책이 전세계 각국의 친선과 화합의 장이 돼야 할 올림픽까지도 훼손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기사의 주요 내용.

***올림픽은 전쟁수행의 선전도구**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의 첫 주는 미국의 대외 강경론과 엄청난 보안검색으로 장식됐다. 한 IOC 관계자는 "이번 올림픽은 부시 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마련된 것처럼 보인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우리 모습을 보라, 당신(빈 라덴)은 우리를 폭격했지만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까지 파괴하지는 못했다'고 말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이 올림픽 경기가 추구하는 바는 분명 아니다"라고 말했다.

9.11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 잔해에서 회수한 깃발을 개막식 행사 당시 관중들 사이에 게양하도록 한 것으로부터 공공연한 보안검문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

이 같은 낌새는 개막식 때 부시 대통령이 본부석에서 개회선언을 해야 하는 관례를 깨고 미국선수단과 자리를 함께했을 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는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의 개회를 선언합니다"라는 공식 개회사 앞에 "자랑스럽고 결연하며 위대한 국가를 대신하여"라는 표현을 멋대로 집어넣었다. 이는 올림픽 헌장을 위배한 것이다.

IOC는 이러한 부시의 행위가 앞으로 올림픽을 개최하는 국가의 수반이 개막을 선언할 때의 선례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만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의 국가주석이 중국 선수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중국 인민의 거역할 수 없는 의지가 올림픽을 중국으로 가져오게 했다'라는 식으로 발언을 했을 때 미국인들의 반응은 어떠할까?"라고 올림픽 정치학에 관한 뉴스레터 '어라운드 더 링스'의 편집인 에드 훌라는 말했다.

더욱이 올림픽 중계 메인 방송사인 NBC는 이란 선수단이 입장할 때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을 운운하며 올림픽 개막식을 미국의 전쟁 수행과 애써 관련지었다. 개막식이 진행되는 동안 NBC는 미국 선수들 유니폼에 그려진 성조기를 가리켜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병사들을 상기시키며 열렬히 미국을 칭송했다.

***안하무인적인 보안검색**

IOC의 한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동원된 1만5천여 명의 경찰과 군대가 경기장마다 긴장되고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 당황해 했다. 구소련과의 제2차 냉전의 여파로 서방세계만의 반쪽 대회로 열린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도 검문검색 등에 동원된 보안 인력은 5천명에 불과했다. 또한 현재 전쟁중인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된 보안인력도 1만5천명이 되지 않는다.

고압적인 보안검색 때문에 뉴욕의 2012년 하계 올림픽 유치에도 심각한 반발이 예상된다.

IOC 위원들은 중서부지방의 외딴 지역(솔트레이크시티)에 대한 보안검색이 이 정도인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뉴욕)에 대해서는 얼마나 많은 군대를 필요로 하겠느냐며 공개적으로 회의를 표명했다.

지난주 초, FBI와 CIA는 보안검색의 강도를 약간 완화하도록 했다. 선수들이 괴로워한다는 많은 참여국의 불평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30분 넘도록 영하의 기온에서 보안 검색을 받기 위해 대기해야 했던 일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크로스컨트리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러시아의 라리사 라주티나는 경기장 입장 시 물병에 든 것이 물이라는 점을 증명하려고 그것을 마셔보도록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매일매일 우리는 괴로운 절차를 똑같이 반복해야 한다. 운동선수에게 그것은 경기력을 저하시키는 일이다"라고 그녀는 토로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온 9명의 뮤지션들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60마일이나 떨어진 곳에 있는 한 편의점 직원에게 검문소 위치를 물어보았다는 이유로 출입을 금지 당했다.

그들은 "정말 황당하고 웃기는 일"이라며 "보안 관계자들은 우리에게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인종인지를 물었으며 버스를 샅샅이 뒤져 테러리즘에 관한 글을 하나 찾아내고는 우리 밴드의 한 사람을 끌어내려 꼬치꼬치 캐물었다"고 말했다.

***미국만의 올림픽?**

테러에 대한 공포는 솔트레이크시티 방문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기장 입장권의 7% 미만이 외국인 방문객에게 판매되고 있다. 그것도 올림픽 위원들과 그들의 가족, 선수들의 친지들에게 판매된 것이 대부분이다. 1백58만장의 입장권 중 고작 10만장만이 외국인에게 판매됐다.

그러나 총 입장권의 판매율은 9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올림픽은 가장 성공적인 올림픽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TV 시청률도 어마어마하다. 미국인 7천2백만명이 개막식 중계방송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인 4명중 1명꼴로 시청한 셈이다. NBC로서는 최근 6년동안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날이었다.

이 같은 자국의 응원에 힘입어 미국 선수단은 동계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메달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조차도 미국에서 최대 판매량을 자랑하는 신문인 USA 투데이에게는 만족스럽지 않다.

이 신문은 금메달 수가 아니라 전체 메달수로 순위를 집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순위를 높이기 위한 편법이다. 이러한 방식에 따르면 미국은(14일 현재) 독일에 이어 2위가 된다. 그러나 IOC가 배포한 공식적인 집계에 따르면 5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노르웨이가 1위이며 3개를 딴 미국은 3위가 된다.

미국의 고압적이고 패권적인 태도 때문에 많은 IOC 위원들 사이에서는 강한 반미 감정이 존재하고 있다. 이미 지난 1995년에는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유치위원회로부터 1백만불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난 10명의 IOC 위원이 자진사퇴하거나 퇴출된 일도 있었다.

IOC는 주최국의 제왕적 월권을 금지함으로써 손상된 이미지를 만회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IOC 위원들 사이에는 톰 웰치, 데이비드 존슨 등 뇌물을 제공한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유치위원회 인사들에게 분개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웰치와 존슨은 뇌물제공 혐의로 기소된 후 솔트레이크시티 유치위원회 임원에서는 누락되었지만 개막식에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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