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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들 뒤에 숨은 박근혜…"죄송" 한마디 후 '남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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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들 뒤에 숨은 박근혜…"죄송" 한마디 후 '남탓'

[분석] 국무회의 발언 뜯어보니…'공약 포기' 비판엔 적극 반박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 대신 '반박'을 선택했다. 국민에게 직접 말을 거는 '대국민 담화' 등의 방식 대신, 26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장관들을 앞에 두고 "죄송하다"며 간접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방식을 택했다.

복지 공약이 쪼그라든 이유로 '경기침체→세입 부족→정치권의 책임' 등으로 이어지는 논리도 내놓았다. 결국 본인의 '공약' 보다는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여의도 정치'가 문제라는 셈이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태도를 두고도 논란이 일 전망이다.

특히 2014년 정부 예산안을 내놓은 날, 정치권을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향후 정기국회에서 있을 예산안 및 부수법안 처리에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 3자회담에서 야당과 '소통'에 실패한 이후에도 여전히 '불통' 논란을 안고 올해 정기국회에 임하겠다는 태도와 다름없다.

"죄송" 한마디 후 이어진 레파토리…"역대 정권은 뭐했나"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기초 연금 공약 포기 논란에 대해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한 결과에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하면서도 "공약의 포기는 아니"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전두환 추징금 논란 등에서 사용했던 '수사'도 활용했다. '과연 역대 정권은 뭐 했느냐'는 취지다.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은 역대 정권에서도 공약했다. 여러 난관에 부딪쳐 시행조차 못한 것이다. 저는 기초연금을 비롯한 공약을 지켜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추석, 용인시장 상인들을 만나고 있다. ⓒ청와대

이미 공약해놓고 또 무슨 '국민적 합의'?

이미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건 것을 실행하는 것조차 '국민적 합의'가 새로 필요하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기초연금을 포함해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복지제도는, 국민적 합의가 전제된다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서 저는 대선 때 공약했던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한 것이다.

공약을 당장 지키지 못한 원인으로 '재정난'을 들었지만, 그에 필요한 재원 마련 등의 방안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금년도 세입 예산이 과다하게 편성된 결과 올해 세입은 당초 예상보다 20조원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고, 12조원에 달하는 세입감액 추경을 했지만 여전히 세수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박 대통령은 "근본적으로는 빨리 경제를 살려서 세수가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하경제 양성화와 그동안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추징금 문제, 세금탈루 문제의 해결을 통해서 재원을 확보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언급한 이 부분은 2014년 예산안에 전혀 반영되지 못한 상황이다. 과연 어떤 노력이 이뤄졌느냐 하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세입 부족 문제와 재원 마련 대책 등의 부분에서 박 대통령은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회동때 언급했던 '증세' 얘기를 쏙 빼 놓았다.

정치권에 노골적인 화살 "국회 때문에 2조 원 투자 날아가"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근본 해결책'으로 지목한 '경제 살리기'가 어려워진 책임을 정치권에 돌렸다. 그는 "경제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통한 세수 확보 등의 모든 노력은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권과 국민들이 다 함께 힘을 모아서 제2의 한강의 기적 일으켜야 가능하다"며 정치권과 국회를 강도높게 압박했다.

특히 외국인투자촉진법과 부동산 관련법을 직접 언급하며 "예를 들어서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지난번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오랫동안 기다려온 2조 원 이상의 외국인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고, 따라서 일자리 창출 기회도 물거품이 되서 안타까웠다. 이번에도 이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2조 원이) 다른 곳으로 갈 위기에 처해있는데 이런 일련의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다면 경제를 살리는데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국회를 압박했다.

MB보다 못한 박근혜의 태도 논란

박 대통령의 공약 파기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기초연금을 비롯해 4대 중증질환 진료비, 무상 보육 등 복지 공약 철회 논란도 있지만, 철도 민영화 문제,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 등 역시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공약을 뒤집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도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의 한 축이었던 경제 민주화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취임 6개월 여 만에 경제 민주화 개혁 등이 "마무리 단계"에 왔다고 말했다. 향후 공약을 뒤집게 되는 일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에게 복지 공약 등을 수정하라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도 취임 약 4개월 여만에 한반도 대운하 공약 폐기를 선언하면서 직접 특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한미쇠고기협상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며 "국민과 소통하면서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후에도 공약을 수정해야 할때마다 비판을 받을지언정 국민 앞에 마이크를 들고 섰기는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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