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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왜 <TV조선> '5.18 폄훼' 모른 척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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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왜 <TV조선> '5.18 폄훼' 모른 척할까

[기자의 눈] 종편들의 '5.18 왜곡', <조선>·<동아>와 정말 무관한가?

<동아일보>의 종편 자회사 <채널A>에 '5.18 폄훼 패널'이 출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5일 5.18 당시 북한군으로서 광주에 투입됐다고 주장하는 탈북자의 인터뷰를 일방적으로 내보내 물의를 빚었던 <채널A>는 지난 1월 11일 극우 논객인 지만원 박사를 <뉴스와이드>에 출연시켜 "5.18은 절대로 북한군의 소행"이라는 취지의 인터뷰를 내보냈었다.

당시 지 박사는 5.18 관련 폄훼 발언이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격이므로 피해자를 정의할 수 없어 명예훼손죄의 성립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은 상황이었다. 판결 다음 날 <채널A>에 출연한 지 박사는 듣기에도 민망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자신이 직접 쓴 5.18 관련 책 7권을 직접 스튜디오에 가지고 나와 직접 들어 보이며 홍보까지 했다.

"5.18과 4.3사건 뒤집힌 것을 바로잡기 위해 10년 공부했다"는 그는 자신의 저서 <솔로몬 앞에 선 5.18>을 가리키며 "북한에서 발간된 대남 공작 역사책들을 전부 분석해서 5.18 광주에 절대로 북한 특수군이 왔다는 것을 증명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것을 읽으면 (5.18은) 김대중이 일으킨 내란 사건이구나, 이렇게 인식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고 본다. '북한 특수군이 오지 않았다' 부정할 사람이 거의 없다고 본다"고까지 말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확인되지 않는 판사의 의중까지 마음껏 발설했다. 지 박사는 자신이 무죄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해 "이제까지 5.18과 관련해 민주화운동 개념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면 5.18단체들이 서울에까지 와서 린치를 가하고 폭행을 하고 이랬다. 그다음 광주 검찰이 서울 사람을 광주로 데려다가 광주 판사들이 재판을 해서 광주 구치소에 가두고 이런 행동들을 했다"고 주장했다. 지 박사는 이어 "지금은 이제 그렇게 못한다. 5.18에 대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마음껏 확보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1심 재판장을 거론하며 "처음에 (재판장이) 저에게 '지금은 불구속될 수 있지만 언제든 구속될 수 있다'고 했는데, 제가 (북한군 침투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고 그게 (재판장에게) 공부가 된 것이다. (내가) 만일 북한 특수군이 왔다는 심증을 재판장이 갖게끔 못했다면 저는 구속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사를 "공부"시켰다고 강변하는 지 박사는 거침없었다.

그는 지난 지난 1997년 4월 17일 대법원이 5.18을 규정하며 "전두환 전 대통령 일당이 12.12 군사 반란을 통해 권력을 장악하고 최규하 당시 대통령을 위압하고 권력을 행사하면서 내란을 목적으로 광주 학살을 자행했다"는 취지로 결론을 내린 것을 정면으로 뒤집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지 박사는 당시 대법원에 대해 "어떻게 이런 판결이 된 것인가. 북에서 내려온 인민군 판사가 하기 전에는 (이런 판결은 있을 수 없다)"는 막말까지 쏟아냈다.

지 박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극우 진영에서는 북한군의 5.18 개입설이 날개를 달았다. 대부분 신군부 수사 기록을 토대로 지 박사가 쓴 책을 인용하는 수준이었다. 많은 이들이 극우 논객들의 주장에 대해 '응대할 가치가 없다'고 외면했지만, 확인되지 않은 주장들이 그 틈을 타 사회 곳곳에 스며들었다.

<채널A>와 <TV조선>이 여기에 한몫했다. 각각 <동아일보>, <조선일보>의 자회사인 이들 종편은 과거 "휴대용 핵폭탄"을 은닉해 미국에 들어갔다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했던 임천용 전 북한 특수부대 장교, 그리고 직접 광주에 갔다고 주장한 '전직 북한 특수부대원'을 TV에 출연시켜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일방적으로 내보냈다.

▲ "휴대용 핵폭탄을 은닉"해 미국에 들어갔다는 주장을 내놓은 적이 있는 임천용 씨. ⓒ<TV조선> 화면 캡처

5.18 왜곡했던 <조선>, 자회사 앞세워 속마음 내보였나?

오죽했으면 <채널A> 공채 1기 기자들이 성명을 냈을까. 이들은 20일 사내 전산망에 올린 성명에서 "'폄훼 아닌 진실 규명이 목적'이라는 해명으로는 상처 입은 광주 유가족을 위로할 수 없다. 급급한 해명보다 진실한 사과가 사태를 가라앉힐 수 있다"며 사측에 진상 조사와 사과 방송을 요구했다. <동아일보>는 기명 칼럼 등을 통해 <채널A>의 '5.18 북한군 개입' 주장 보도를 연일 비판하고 있다. 자회사가 내보낸 보도를 수습하고 있는 셈이다.

<동아일보>는 지난 2010년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 특집 기사를 통해 "당시 신군부는 5·18의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기사에 '폭도' 등의 표현을 쓰도록 강요했으나 <동아일보>는 '일부 과격한 청년'이나 '데모 시민'으로 표현했다"고 자랑스러워한 적이 있다.

물론 <동아일보>가 5.18 때 광주에 가장 먼저 기자를 파견한 건 사실이다. 김녕만 전 <동아일보> 사진기자가 당시 찍은 사진은 광주의 역사를 기록한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1980년 5월 당시 다른 언론에 비해 덜했는지는 몰라도, 5.18을 왜곡 보도한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자부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런 <동아일보>의 자회사 <채널A>가 '광주에 파견된 북한군 출신'이라는 신원 불명의 인사를 방송 인터뷰에 내보내 5.18 왜곡에 앞장섰다. <채널A>는 <TV조선>과 경쟁적으로 '극우 논객 모시기'를 하고, <동아일보>는 이제 와서 "5.18정신 훼손"을 들먹이며 신뢰도 하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5.18 왜곡에서는 <TV조선>이 한술 더 뜬다. 신빙성이 떨어지는 취재원을 TV에 무차별 등장시켜 일방적 주장을 내보내기 훨씬 전에, 지만원 박사는 <TV조선>에도 출연한다. <채널A>에 출연한 바로 그날이다. 그는 <채널A>에서 한 주장과 유사한 말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TV조선>에 나간 '5.18 왜곡 방송'에 대해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채널A>에 출연한 인요한 연세의료원 국제진료소장의 '5.18 북한 개입설' 반박 인터뷰 인용 기사만 온라인판으로 보도했을 뿐이다. 이런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다른 신문사와 비교했을 때 <조선일보>는 광주민주화운동을 특히 왜곡 보도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980년 5월 23일자 <조선일보>에는 당시 서청원 기자(전 친박연대 대표)의 기사가 실려 있다. 광주임시취재반 반장이던 서청원 기자는 "광주시는 일부 무장한 폭도에 의해 장악되어 행정은 완전히 마비됐다", "시민들은 이들 무장 폭도를 외면했다"는 식의 보도를 했다. <조선일보>는 당시 신군부의 목소리를 지면에 충실히 반영했다.

전력이 이런 언론사이기 때문에 <TV조선>의 보도 내용은 더욱 예사롭지 않다. <조선일보>의 사실상 침묵 역시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0%에 가까운 시청률에 허덕이는 자회사를 앞세워 속마음을 내놓고, 자칭 '1등 신문'이라는 모회사는 모르는 척 입을 닫고 있는 건 아닌가? 조용히 지나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나마 <채널A>의 일부 기자들은 사태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라도 하고 있다. <TV조선> 공채 1기 기자들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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