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경제민주화? 문제는 빈곤이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경제민주화? 문제는 빈곤이야!

[김윤태 칼럼]<8> "보수세력 집권하면 복지국가 비전 사라진다"

세계 최초로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조사한 나라는 어디일까? 1889부터 1903년까지 영국에서 빈곤에 관한 실태조사가 실시되어 <런던 시민의 생활과 노동>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그런데 막대한 돈을 들인 이 조사는 영국 정부가 실행한 것이 아니었다. 찰스 부스라는 리버풀 출신 성공한 기업가가 사재를 털어 실시한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집을 찾아가다

찰스 부스가 런던의 빈곤 실태를 조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인구조사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매우 정치적인 목적이다. 그는 당시 맑스주의자들이 모인 사회민주연맹(SDF)의 지도자 헨리 메이어스 하인드먼이 런던의 빈곤계층이 25%에 달한다고 주장에 매우 회의적이었다. 당대 최고로 부유한 도시로 꼽히던 도시 런던에 빈곤계층이 많다는 주장을 동의할 수 없었다. 그는 맑스주의자들이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회조사의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1889년 발표한 첫 번째 보고를 보면 런던 동쪽 이스트앤드 주민 가운데 약 35%가 빈곤상태에 살고 있었다. 1891년 발표한 두 번째 보고를 보면 전체 런던 주민의 빈곤율이 31%라고 발표했다. 이 수치는 맑스주의자들이 주장한 비율보다 더 높았다.

찰스 부스가 고용한 조사원들은 질문지를 들고 런던의 가정을 직접 방문하고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가구 당 한 달 수입과 가족의 수에 대해 묻는 한편, 식구들이 하루 동안 먹는 빵, 우유, 설탕의 양을 조사하였다. 부스의 보고서는 약 4-5인 정도의 한 가구당 최저생계비를 가리키는 용어로 '빈곤선'(poverty line)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이는 당시 화폐 단위로 10 내지 20 실링에 해당하는 돈이었다.

▲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뉴시스

높아만 가는 한국의 빈곤율

한국 정부가 '빈곤선'을 정기적으로 계측하기 시작한 시점은 1999년부터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엄청난 사회적 고통을 만들면서 빈곤에 관한 체계적 연구가 시작되었다. 김대중 정부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하면서 빈곤선을 측정하는 지역과 대상이 서서히 확대되었다.

공식적 빈곤율의 측정을 위해 농어촌 지역이 포함된 시기는 2003년이었으며, 1인 가구가 포함된 시기는 2006년 조사가 실시 된 이후이다. 하지만 아직도 농어가 가구는 빈곤율의 측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빈곤의 실태를 완전하게 파악하여 시기별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전반적인 추이는 살펴볼 수 있을 뿐이다.

1997년 한국 경제를 강타한 외환위기는 2000년에 이르러 김대중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종료가 선언되었다. 그러나 외환위기의 극복 이후에도 중위소득의 50% 미만 소득을 가진 인구를 가리키는 '상대적 빈곤율'은 예전에 비해 더 높은 상태로 남아 있다. 현재와 같은 빈곤의 범위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에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의 평균 빈곤율인 11.1%를 상당히 웃돌고 있다. 한국은 미국, 일본과 함께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 상대적 빈곤율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한국의 빈곤율은 대륙 유럽 국가와 북유럽 국가의 2배에 이른다.

다른 한편 소득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의 평균 0.31을 약간 상회하였다. 지니계수는 가구당 소득을 측정하기 때문에 소득이 적은 노인 가구의 수가 많을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평균 노인 인구보다 적은 노인 인구를 가진 한국의 지니계수는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P90/P10 배율은 4.73으로 OECD 평균 4.16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 특히 최상위와 최하위 소득 분위 사이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위 1%의 부의 집중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의 연 소득금액 1억원 이상을 가진 상위 1%의 인구는 약 18만 명 정도이며, 전체소득의 16.6%를 차지한다. 이는 미국의 17.7% 다음으로 세계 2위이다.

가난한 삶을 돕는 사회정책

19세기 말 영국의 찰스 부스는 사회조사를 실시 한 후 사회주의로 기울지는 않았지만,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동정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1902-3년 발표한 찰스 부스의 세 번째 보고서는 '제한적 사회주의'를 위한 노령연금의 도입을 주장했다. 부스는 그러한 개혁만이 영국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찰스 부스의 보고서는 엄청나게 커다란 반응을 일으키고, 런던의 빈곤층이 증가하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커졌다. 결국 찰스 부스의 사회조사는 빈곤계층을 줄이기 위한 영국 정부의 사회정책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한국에서도 빈곤에 맞서 싸우는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빈곤의 해결을 위해서는 개인의 자립심, 가족의 지원, 사회적 신뢰와 상호부조, 기업의 고용 창출과 사회적 책임의 이행도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 차원에서 빈곤위험을 예방하고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제도를 설계하고 구체적 정책을 실행할 책임은 바로 국가가 가지고 있다. 빈곤은 자연의 법칙에 따른 결과이거나 게으르고 무능한 개인이 자초한 불행이 아니라 바로 사회 제도의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볼 때 국가의 적극적 역할은 사회의 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복지지출 비율은 약 8%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한국의 낮은 수준의 복지는 빈곤의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취약집단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할 뿐 아니라 사회갈등의 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2009년 쌍용자동차의 2646명의 노동자의 정리해고에 맞선 파업 현장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참혹한 고통을 겪었으며, 그 후 수년 동안 22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애석하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도 있었다.

이들의 불행은 그저 기업과 노동조합의 책임이 아니다. 바로 국가와 우리 모두를 포함한 국민이 함께 짊어져야 할 공동의 책임이다. 우리가 더 좋은 국가를 만들었다면 이들의 불행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국가가 잘 만든 복지제도는 사회평화와 국민통합을 가능하게 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모험에 도전하며 창의성을 발휘하고 더 많은 행복을 누리게 만들 것이다.

삶의 질을 높이는 공약이 사라진 대선

최근 한국의 대선은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한반도 평화를 내세운 후보들의 공약이 가득하다. 그러나 거대담론이 난무하지만 구체적 법안과 재원 마련에 관한 계획은 분명하지 않다. 특히 대선 후보들이 빈곤율을 얼마나 낮추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후보는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다.

이명박 정부는'747 공약'을 내걸고 경제성장율 7%와 1인당 국내총생산 4만 달러를 제시했지만 모두 사기극로 끝이 났다. 유럽의 미국의 선거에서 정치인이 성장률과 국내총생산을 내세우는 나라는 없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일자리를 몇 개 만들고, 사회보장예산 얼마만큼 늘리며, 실업율과 빈곤율을 어는 정도 줄일 것인지 아주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제시한다. 그러나 한국의 선거는 아직 그런 공약이 없다.

2012년 대선은 한국의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의 자유화와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진행되면서 중산층과 노동자들의 삶은 매우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다. 앞으로 보수세력이 집권한다면 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국가의 비전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한국 복지국가 5개년 발전계획이 필요

진보세력은 무엇보다도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5년 이내에 고용율을 75% 수준으로 올리고, 빈곤율을 10% 이하 수준으로 낮추고, 연구개발투자를 2배 이상, 직업훈련 예산을 3배 증액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닥쳐올 경제위기를 대비하고 사회 대통합의 여정을 시작하는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2012년 대선에 진보세력이 집권한다면, 새로운 대통령은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취임 직후 대통령 직속 '복지국가위원회' 설치해야 한다. 대통령이 국회와 대화를 통해 국회의 모든 정당, 시민단체를 포함한 초당적 합의 기구로 복지국가위원회를 구성하여 향후 10년 이내에 성숙한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사회협약 정치를 추진해야 한다. 노사정 3자의 사회적 협의 기구의 운영을 강화하고 교육, 의료, 복지의 개혁을 위한 노조와 기업의 상생협력과 사회평화의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진보정권이 집권 6개월 이내에 새로운 복지국가위원회가 '한국형 복지국가 5개년 발전계획'으로 복지국가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민적 합의를 만드는 꿈을 생각해본다. 10년 후 2차 5개년 계획이 완성되어 성숙한 복지제도를 갖는 한국 사회를 상상해본다. 부디 내 꿈을 이루는 날이 바로 12월 19일이 되기를 간절하게 기대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