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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철수, 감동의 정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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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철수, 감동의 정치가 없다

[김윤태 칼럼]<5>비전과 정책이 없는 대선과 진보의 위기

이번 대통령선거만큼 정책과 공약이 실종된 선거가 없다. 선거전문가들은 "총선은 회고투표, 대선은 전망투표"라고 말한다. 총선이 정권의 중간평가라면, 대선은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한다. 그러나 2012년 대선에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를 찾기 힘들다.

최근 선거 쟁점은 과거사, 정수장학회, 전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발언에 쏠렸다.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 후보경선에서 '참여정부 책임론'을 둘러싼 논쟁으로 시간을 보냈다. 안철수 후보는 출마선언 이후 부동산과 논문 검증에 대한 해명에 바빴다. 최근 잇달아 발표하는 두 후보의 공약은 선언적이고, 상당수가 과거 정부의 작품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웃고 있을까?
▲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

대통령 선거와 시대정신

한국 대통령 선거는 예외 없이 미래를 향한 한판 승부이었다. 1971년 대선에서 박정희 후보와 김대중 후보는 민주주의의 앞날을 두고 일대 결판을 벌였다. 김대중 후보는 "박정희 대통령이 선거를 없애고 총통제를 만들 것"이라 예언했다. 그대로 적중했다. 1987년 대선은 군정종식의 역사적 분기점이 되었다. 하지만 야당은 분열로 패배했다. 1998년 대선에는 외환위기의 극복이 국가 목표가 되었고, 2002년 대선에는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이 주요 주제로 부각되었다. 2007년 대선은 경제성장을 둘러싼 대결이었고, 진보세력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겨주었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정책 발표에서 국민들은 정치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문재인 후보는 이슈 주도권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안철수 후보도 <안철수의 생각>을 넘어선 구체적이고 절박한 어젠다를 내놓으리라는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두 후보는 한국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말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일? 복지를 확대하는 일? 일자리를 만드는 일? 이 모든 것이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과연 어디로 가기 위한 경제민주화이고, 무엇을 위한 복지이고 일자리인가?

문재인 후보는 경선을 거치는 동안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대선 캠프가 출범하고 경제민주화위, 일자리혁명위, 복지국가위가 만들어졌지만, 왜 노무현 정부에서 그 일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의 캠프는 이명박 정부가 민생을 파탄시켰다고 비판했지만, 노무현 정부가 집권하는 동안 삶의 질이 악화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도 일부 참모들은 권력 획득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어떻게 민생을 개선하겠다는 지혜는 갖고 있지 않다.

안철수 후보는 과거 정부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가 전하는 새로운 비전도 매우 희미하다. 한국 사회를 이끄는 정교한 정책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모두 "이명박은 안된다", "박근혜는 안된다"라는 구호로 경쟁하는 선거운동에 빠져있다.

구체적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

그래도 이번 선거에서 다행히도 노무현 정부가 내걸었던 '2만 달러 시대와 이명박 정부가 내걸었던 '7퍼센트 성장율'과 같은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세계 어느 나라를 둘러보아도 경제성장율과 국민총생산을 목표로 내거는 국가는 없다. 이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박정희 시대의 유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순간 진보세력의 미래는 없다.

최근 유럽연합(EU)의 지도자들은 고용율 확대, 연구개발 투자 확대, 탄소 규제, 빈곤층 감소를 주요 목표로 내걸었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빈곤 퇴치를 국가의 목표로 내걸고 저소득층에 생계비를 지원하는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를 만든 후 구체적인 예산 액수를 제시했다. 새로운 국가 개혁은 과거에 대한 논쟁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모으고 전략을 세우고 이를 수행할 법안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면 어떤 목표가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가? 이미 산업화는 이룩했다. 정치적 민주
화도 성공했다. 앞으로 10년 안에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복지국가에 살도록 만들면 어떨까?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도 걱정 없이 대학에 다닐 수 있고, 아플 때 병원에서 치료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어떨까? 10년 안에 한국의 고용율을 60% 수준에서 80% 수준으로 올리는 일은 어떨까? 직업학교, 전문대학, 4년제 대학 이공계의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고 취업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어떨까? 과학기술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새로운 경제기반을 강화하면 어떨까?

이러한 모든 일을 실행하기 위해서 과감한 조세개혁을 추진하고 정부 재정을 더 마련해야 한다. 토건사업 대신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보호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의 미래를 위해 교육, 직업훈련, 경제기반, 훌륭한 정부제도, 정부가 지원하는 기술투자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 모두가 함께 잘사는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진보세력의 광범위한 연대와 연합 뿐 아니라 모든 정당의 초당적 협력도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현재 대선구도를 보면 인물 경쟁이 지배하고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유권자들에게 경마장이나 텔레비전 드라마와 같은 재미를 주고 있을지 모른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후보의 이미지와 과거사에 눈길을 던지는 동안 정책과 공약은 희미하게 변해버렸다. 이런 분위기는 결국 보수세력의 후보에게만 도움이 될 것이다.

진보적 가치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참여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감동의 정치가 없으면 후보 단일화가 무슨 소용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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