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2시로 예정된 박원석 등 '진보정치혁신모임' 소속 비례대표 의원 4명에 대한 제명 의총을 앞두고 전운마저 감돌고 있다. 옛당권파는 "새로 선출된 오병윤 원내대표가 회의를 주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고, 신당권파는 "불법적 과정으로 선출된 원내대표인만큼 강기갑 대표가 회의를 주재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신당권파 측은 만일의 폭력사태에 대비해 국회에 경호권 발동까지 요청했다.
신당권파 비례대표 4명 '제명 수용' "국민의 비판 겸허히 수용하겠다"
통합진보당의 박원석, 서기호, 정진후, 김제남 의원은 7일 "통합진보당을 떠나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진보정치를 펼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날 있었던 서울시당 당기위원회의 '제명 결정'을 수용한다는 것이다.
신당권파 측은 당기위원회를 통해 이들 비례의원 4명과 광역지방비례의원 2명, 기초지방비례의원 10명을 제명했다. 국회의원에 대한 제명은 의원총회라는 마지막 절차가 필요하다. 이들은 오후 2시 의원총회를 열어 이른바 '셀프 제명'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들은 의원총회의 제명 투표에 앞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보다 오로지 자신들의 주장만이 옳다고 강변하는 구태와 패권적인 모습과 결별하고자 한다"며 "그런데 안타깝게도 법규정상 비례대표 의원들은 탈당하는 순간 의원직을 상실하게 돼 불가피하게 제명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셀프 제명'의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이어 "(제명을 수용하는 것은) 결코 개인이나 정파적 의해관계에서 의원직에 집착하는 게 아니며 오로지 국민이 원하는 진보정치를 펼치기 위함"이라며 "이에 대한 국민의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들의 이같은 행보가 '꼼수'라는 지적에 대해 박원석 의원은 "합리적으로 평화롭게 헤어지고 싶었지만 구당권파는 강기갑 대표의 마지막 노력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고민했지만 이런 입장을 밝히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7일 기자회견을 하는 신당권파 측 비례대표 의원들. ⓒ연합뉴스 |
16명의 비례의원 뿐 아니라 기초단체장의 탈당 선언도 나왔다. 통합진보당 최초로 수도권에서 구청장이 됐던 배진교 인천남동구청장과 조택상 인천동구청장은 "지난 10여 년 간 함께해 온 통합진보당과 결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두 구청장은 "국민이 원하는 것은 '상식과 원칙'이며 '도덕과 정의'인데 통합진보당은 이것이 무너졌다"고 탈당의 이유를 들었다.
구당권파, 오병윤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
▲오병윤 의원. ⓒ연합뉴스 |
전날 열린 중앙위에서 이들은 모두 5개의 당규를 개정했다. △전자회의 및 전자투표로 원내대표를 선출할 수 없고 △최초의 원내대표를 선출할 때나 원내대표가 궐위 시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로 의원총회 소집권자를 지명할 수 있으며 △국회의원 제명은 소속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하며 △당대회 의장단은 중앙위원회 재선 인원 2분의 1 이상 찬성으로 선출해야 하고 △2012년 하반기에 한해 당대회와 중앙위원회 안건 및 회의자료 공개규정의 예외가 가능하도록 당규를 바꾼 것이다.
앞의 세 조항은 모두 비례대표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한 채 당을 나갈 수 있는 '셀프 제명'을 막기 위한 것이다. 오병윤 의원도 이를 숨기지 않았다. 오병윤 의원은 "중앙위는 상상 못했던 비례의원의 스스로 제명 사태를 (막기 위한) 일종의 장치를 만들기 위해 긴급하게 개최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개정된 당규를 근거로 이들은 이날 오전 김미희, 김선동, 김재연, 오병윤, 이상규, 이석기 6명이 참석한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날 의원총회는 전날 서울시당기위원회에서 제명이 결정된 비례대표 의원 4명에게는 통보되지 않았고, 경기도당 당기위원회에서 자격정지 2개월을 받은 심상정 의원에게도 통보하지 않았다.
오병윤 의원은 오후 2시로 예정된 '제명 의총'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옛당권파가 개정한 당헌당규에 따르면, 비례의원 4명에 대한 제명이 소속 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하는데, 이는 현재 통합진보당의 의석분포상 불가능하다.
중앙위 효력 놓고 갈등…분당 돼도 법정 공방 이어질 듯
때문에 양 측은 전날 중앙위원회의 효력을 놓고 전혀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미 통합진보당의 분당이 가시화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막바지까지 양 측의 갈등은 끝날 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옛당권파'는 중앙위원회의 효력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병윤 의원은 "선관위에게 구두로 질의해 유효하다는 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당권파는 중앙위 개최가 의장인 당 대표의 소집과 공고가 없이 이뤄진 것인만큼 무효라고 반박했다. 이정미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어제 회의는 소집절차 및 개회과정 모두 당헌당규에 정면으로 위배되어 개최 자체가 원천 무효이며 따라서 의결된 사안 역시 아무런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불법 중앙위에 근거한 원내대표 선출 자체가 불법"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선관위원회는 "관련 유권해석을 한 바 없다"며 신당권파의 손을 들어줬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그런 질의 받은 적이 없으며 질의가 왔다 해도 우리가 유권해석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4명 의원의 제명이 현실화되더라도, 중앙위원회 개최가 합법이라고 맞서고 있는 옛당권파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통합진보당의 분당은 지리한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기갑, 이석기 김재연에 '사퇴 대신 일정 기간 자숙' 제안했다 거절 당해"
한편, 강기갑 대표는 당의 분당을 막기 위해 이른바 옛당권파 측에 일종의 중재안을 제안했었다고 이정미 통합진보당 대변인이 이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강 대표는 당내 혁신세력의 반발을 예상하고도, '세비 반납과 국민이 납득하고 이해할 때까지 자숙할 것'이라는 대안을 제안했지만, 구당권파는 강 대표의 노력을 외면했다"고 설명했다.
이석기, 김재연 의원이 '사퇴'는 완강하게 거부하는 만큼 일정 기간 의정 활동을 자제하며 자숙하는 선에서 타협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내놓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정미 대변인은 "구당권파 측은 '자숙'을 일종의 항복 선언이라고 보고, 끝까지 거부했다고 한다"며 "어제 강기갑 대표의 '상황 종료' 선언은 양 세력의 중재 노력이 더이상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불가피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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