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최후 통첩 "분당 막으려면 이석기ㆍ김재연 사퇴하라"

구 당권파 거부…분당 수순밟기?

강기갑 통합진보당 대표가 20일 당의 진로 문제와 관해 이른바 옛 당권파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강기갑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른바 옛 당권파로 불리는 동지들의 백의종군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분당'을 막고 당내 모든 세력이 함께할 수 있는 '혁신재창당'을 위해서는 '옛 당권파의 백의종군'을 포함한 3대 선행조건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강 대표는 △5.12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 당사자들의 공식 사과 및 당직 사퇴,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사퇴를 선행조건으로 제시했다.

강 대표는 "여러 사람이 한두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의 가치는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라며 "이석기, 김재연 두 분의 의원은 자신을 내려놓아 당을 살릴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결단해 내려놔달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분당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안은 패권주의 일소와 패권세력의 백의종군이라고 확신한다"며 "이 3가지 제안은 9월 초 개최 예정인 중앙위원회 전까지 완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서 옛 당권파가 강 대표의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강 대표 역시 "분당을 막아보자는, 기적을 만들어보자는 간곡한 호소"라고 설명해, 엄연한 양 측의 입장 차이를 숨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대표가 이같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다시 한 번 분당을 막기 위한 방안을 내놓은 것은 분당까지 가는 길의 명분 쌓기용으로 풀이된다.

실제 구 당권파 측 '대책회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상규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강 대표의 조건을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핵심적인 조건인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에 대해 이 의원은 "진보적 원칙에 어긋난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구 당권파 측은 별도로 당대회를 열어 당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전날 대의원 1/3의 서명을 받아 다음달 2일 당 대회를 소집해 달라고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당대회(대의원대회)는 당의 최고 의결기구다.

중앙위가 아닌 당대회를 추진하는 까닭에 대해 이 의원은 "(대의원) 과반수가 참석해 임시의장을 선출하면 (의장이 정해져 있는 중앙위와 달리) 합법적으로 개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혁신모임 측 이정미 최고위원은 당대회 소집 요구는 할 수 있지만 개최 일자는 당헌에 '60일 이내'로만 돼 있다면서 날짜를 지정해 소집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