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전당과 MICE 산업의 중심인 벡스코, 해운대해수욕장, 송정해수욕장 등 다양한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가지고 있어 국내에서도 최고의 관광명소로 손꼽힌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모습 이면에 반여·반송·재송동 등의 낙후지역이 여전히 공존하고 있어 균형발전이 꼭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낙후지역인 반여동 일대를 센텀제2지구로 개발하는 사업이 추진되면서 다수의 일자리 창출과 주거환경 개선 등이 기대되고 있으나 이와 관련된 각종 문제점들이 알려지면서 제대로 된 사업이 추진될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지난해 중앙버스전용차로제(BRT)의 도입으로 주요 도로에서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교통정체가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해 있다.
<프레시안>은 지난 '6.13 지방선거'를 통해 해운대에서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의 깃발을 꽂은 홍순헌 구청장을 만나 그동안 부산에서 쌓은 행정 경험을 토대로 새롭게 그려가는 해운대의 미래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래는 홍순헌 부산 해운대구청장과의 인터뷰 내용.
프레시안 : 취임 100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구청장으로서 들여다본 해운대구는 어떤 모습이었나?
홍순헌 : 해운대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 속의 도시다. 많은 사람들이 해운대에 사는 것을 선망할 수도 있다. 다만 바라보는 시각과 실제 행정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상당 부분 차이는 있다. 먼저 동서 간의 불균형이 너무 심하다.
원도심과 신도심 간의 불균형이 심각하고 지역 정서도 상당 부분 불균형이 이뤄진 상황이어서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내부에서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마린시티, 센텀 같은 곳은 급속한 도시성장에 따른 난개발이 가속화됐고 그 결과 정서적, 경제적 차이도 상당해 해운대 구정을 이끌어가는 것은 단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해운대는 천혜의 자연경관, 세계 최고 수준의 해수욕장을 기반으로 한 해양레저, 센텀시티를 중심으로 시설과 기술이 집적화된 영화·영상·컨벤션 산업 등 문화관광 도시이다. 여기에 사람 중심의 공동체 활동을 활성화하고 미래 도시를 위한 교통과 균형발전 인프라를 개선한다면 최고의 도시로 손색없을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프레시안 : 최근 센텀2지구 조성 사업을 놓고 허위매물, 실효성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상황은 어떤가?
홍순헌 : 센텀2지구는 195만㎡ 부산 최대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지식산업센터, 바이오 헬스, 융합부품소재, VR·AR 제작지원센터, 영화·영상 콘텐츠 기업 등을 유치해 4차 산업혁명 선도지구로 첨단 ICT 허브 밸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반송지역이 10년 전만 해도 10만에 육박하는 인구가 살았는데 10년 후인 지금은 4만3000명밖에 되지 않는다. 인구 유출의 이유가 바로 그린벨트에 묶인 센텀2지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운대의 새로운 꿈을 위해 뒤처져 있는 반송, 반여 지역과 해안가를 중심으로 서로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센텀2지구라고 생각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시행되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
프레시안 : 해운대구는 대표적인 부촌으로 알려져 있으나 반송·반여·재송동은 여전히 낙후되고 교통여건마저 좋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있는가?
홍순헌 : 현재 해운대 교통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운대 교통은 계절별, 시간대별, 요일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면 주말에는 아주 극심하다가 평일에는 풀리고 있다. 일반적인 도심과는 정 반대 현상이다. 그 문제는 밀집된 주거공간과 관광지라는 특성이 이유다. 또한 중앙버스전용차로제(BRT)가 계획은 나쁘지 않았지만 시범지구로 해운대를 선택한 것은 잘못이다.
BRT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편도 4차선은 돼야 하지만 해운대는 편도 3차선이 대부분으로 공간적으로 불합리한 요소가 많다. 마린시티, 좌동, 중동, 우동 등이 주거밀집구역에다가 시외 관광객들이 해운대로 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가용을 가져오는 것이다. 결국 교통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용역을 추진 중인데 1차 중간보고를 받아보니 입체교차로가 되어야 함에도 평면교차로가 돼 있는 부분들이 서서히 발견되고 있다. 저는 지능형교통체계(ITS) 도입을 해운대에 최우선적으로 도입하려고 한다.
특히 내년 11월이면 엘시티(LCT) 입주가 시작되는데 주변 도로 환경을 볼 때 극심한 교통체증이 예상된다. 그래서 저는 해운대 교통문제 해결 방법으로 해운대터널(반송동~우동)을 추진하려 한다. 이는 교통난 해소뿐 아니라 센텀2지구와 연결되면서 지역발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사업은 터널을 민간사업으로 추진하고 접속도로는 국비를 투입하도록 현재 부산시와 국토부에서 협의 중이다.
프레시안 : 현재 부산시에서 추진 중인 'BRT 공론화' 과정을 통해 도출되는 결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홍순헌 : 공론화 과정에서 존속하겠다고 한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의견을 내야 한다. 하나는 법 제도를 수정하는 것이다. 현행 BRT 법을 보면 버스 외에는 이용하지 못하게 돼 있다. 이 부분을 시간 조정을 통해 출퇴근 시간에는 정상적인 BRT를 운영하고 그 외에는 해제시킨다는 가정이 있지만 법에 맞지 않기에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법 제도가 개정된다면 시간제 혹은 효율성에 대한 평가를 통해 BRT 운영을 개선하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
프레시안 : 지방선거 전에 급하게 만들어진 구남로가 제대로 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비난이 있다. 구체적인 활용 방안이 있는가?
홍순헌 : 구남로 자체는 도로지 광장이 아니다. 인위적으로 광장화를 시킨 것이다. 교통 차원에서 보면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구남로 인근 상권은 잘했다고 평하지만 배후에 있는 상권들은 잘 못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를 객관적인 차원에서 조정하기 위해 계속해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서 조정이 필요하다면 조정하고 현행 유지가 나온다면 그에 따를 것이다. 지금 당장은 어느 것이 옳았다는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프레시안 : 최근 관광객 유치 성과가 낮아지고 있는데도 모래축제와 같은 전시성 축제 축소를 계획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대책이 있는 것인가?
홍순헌 : 저는 축제 자체를 없애기보다 진짜 축제다운 축제로 만들려고 한다. 해운대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제로베이스에서부터 우리가 찾아내야 한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해운대는 마이스(MICE) 산업의 메카이다. 제가 취임 전에는 주민들 얘기만 듣고 해운대 여름철 관광객 수가 줄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지난해 해수욕장 운영 기간이 끝나고 처음으로 빅데이터 방식을 도입해 관광객 수를 계산한 결과 오히려 전년보다 몇만 명이 늘어났었다.
올해에는 젊은 사람들이 오후가 되면 해수욕장 주변에 많이 나타난다. 이것은 우리가 버스킹을 예약제로 운영하면서 그분들이 주어진 시간 내에 최선을 다하면서 나타나는 효과가 굉장하다. 또한 송정의 활성화도 도움이 되고 있다. 이제는 양으로 승부할 것이 아니라 질로서 승부할 곳이 해운대해수욕장이 됐고 송정해수욕장은 해양레포츠를 통해 양적인 성장을 도모할 생각이다. 그 외에도 북극곰 축제 육성, 국내 철인 3종경기 개최 등 세계인들을 불러 모을 축제들을 계획하고 있다.
프레시안 : 해운대구에서는 내국인 관광객 유치에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지만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없어 보인다. 다른 방안이 있는가?
홍순헌 : 그동안은 구청이 나서서 유치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해운대에는 특급호텔들이 즐비하고 호텔마다 숙박객 유치를 위해서 국내외 홍보를 해오고 있다. 두 번째는 벡스코 자체가 절반 이상이 판촉 활동이기에 그들의 역할에 구청은 얹혀서 가고 있었다. 이제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주도적으로 가기 위해 우선 해운대 신문을 개편했다. 그동안 1면이 구청장 치적 사항, 구정 홍보가 있었다면 이제는 실제 지역경제를 내기 시작했고 올해 연말이면 해운대의 유명인, 맛집, 기업, 관광명소 등을 알리는 구청 홈페이지가 개편될 것이다.
지난주에는 지역 내 관광호텔 대표자들과 만나 해수욕장을 비수기 때 조건 없이 당신들에게 내놓겠다며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했다. 그들의 아이디어로 시민들이 즐길 거리를 만든다면 공유지를 내놓을 생각이다. 그전에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최근 통역가이드 40명을 초대해 해운대 지역을 투어 시켰다. 아주 만족해했고 그분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내용을 잘 전달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해운대구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주차 문제를 해결하고자 점심시간인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주차단속을 전면 폐지시켰다. 안정적으로 밥 한 끼라도 먹고 가시면 된다.
프레시안 : 해운대구청 이전 논의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데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홍순헌 : 해운대구청 이전은 지난 2000년에 계획해 2001년 부지 매입, 2002년 관련 조례 제정, 2006년부터 기금을 조성하는 등 이미 10년 전에 결정된 사항이다. 단지 전임 구청장이 시행하지 않았을 뿐이다. 저는 해운대구청을 이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구청에서 부지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TF팀을 운영하고 있어 지역주민과 다각도로 협의할 계획이다.
프레시안 :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구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홍순헌 : 사람 중심의 원칙을 토대로 도시 행정을 펼쳐 "내가 해운대에 살아서 안전하구나. 내가 해운대에 살아서 행복하구나. 내가 해운대에 살아서 즐겁구나"는 말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우리 행정은 거기에 총력을 다해서 구민들이 발 벗고 주무시도록 교통문제, 식품안전 문제, 독거노인들을 챙기도록 하겠다. 임기가 끝났을 때 주민들이 "홍순헌 구청장은 정직하고 소통하고 부지런한 구청장이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취재 : 김진흥, 박호경, 홍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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