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차려놓고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선박연료유를 공급한 유류매매업체 대표가 세관에 붙잡혔다.
부산본부세관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H사 등 국내 무등록 유류매매업체 8곳을 적발하고 이모(46) 씨 등 업체 대표 8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홍콩과 싱가포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등록한 서류상 회사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개설한 은행계좌를 통해 유류 판매대금을 받는 수법으로 국내 선사들에게 1조1000억원 상당의 선박연료유를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세관에 따르면 이 씨는 국내 대형 정유회사를 퇴직한 이후 2007년에 국내외 선박회사와 정유회사 간 선박 연료유 매매를 중계할 목적으로 서울 종로구에 H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석유사업법에서 요구하는 자본금과 저유시설 등 설비를 갖출 자금이 부족하자 홍콩, 싱가포르,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계좌를 개설했다.
세관 조사결과 국내에서는 일정한 시설 등을 갖춘 등록업체만이 유류 매매가 가능하나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이와 같은 법적 제한을 피할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가 선사에 선박유를 공급하는 것처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구매대금도 해외계좌를 이용해 지급하는 등 선박유를 거래했고 이 과정에서 해외에 불법예금한 금액이 11년 동안 1조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홍콩의 회사가 매매거래 당사자인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거래를 하고 그 대금도 홍콩 은행계좌로 영수하는 수법으로 관계기관의 감독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해외 페이퍼컴퍼니의 비밀계좌를 이용한 선박유 불법거래는 외국환거래 질서를 흐트러뜨리고 무등록 유류 공급업체를 난립하게 해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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