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징역형 선고 직후 열린 기자회견. 그곳에서 마이크를 쥔 궁중족발 사장(세입자)의 배우자 윤모 씨는 한동안 입을 떼지 못했다. 목이 메여 쉽사리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다친 분에게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애초 (건물주와의 명도소송) 재판이 합리적이었다면 이런 일 자체가 일어났을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듭니다. 저는 그러한 재판의 근거가 되는 법이 잘못됐음을 알고도 방관한 무능력한 정부와 무책임한 국회의원들. 그분들도 이번 사건의 같은 공범이라 생각합니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는 윤모 씨의 남편 궁중족발 사장 김모 씨에게 특수상해죄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다만 검찰이 기소한 살인미수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씨는 가게 건물주에게 망치로 휘둘렀다는 이유로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재판부, 살인미수죄는 무죄 선고, 특수상해죄는 유죄
재판부는 살인미수죄를 무죄로 선고한 이유를 두고 "피해자(건물주)의 머리를 망치로 가격했다면 심각한 상해를 입었을 것이나, 피해자의 머리 상처는 약 3주간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었다며 "또한 CCTV 영상을 보면 피고인(궁중족발 사장)이 피해자에게 휘두른 망치가 심각한 손상을 입힐 정도가 아니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를 때리고 양발로 머리를 짓밟는 행위를 하긴 했으나 피해자에게 쇠망치를 빼앗긴 다음 다시 찾으려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목을 누르는 상황에 이르러서는 피해자를 밀쳐내려고 한다든지, 별다른 반격을 하지 않고 상황이 종료됐다"며 "이 같은 상황을 비춰보면 피고인은 쇠망치를 피해자에게 휘둘러 상해를 가한 것에서 더 나아가 살해할 저의가 있었다고 보지 않는다"고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를 다치게 할 의도로 폭력을 행사한 점은 유죄임을 밝혔다. 이는 피고인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된 특수상해죄 관련해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렇게 양형을 선고한 배경 관련해서 "피고인은 승용차와 손망치라는 매우 위험한 범행 도구를 활용, 피해자를 계속 뒤쫓아가 쇠망치를 던져 몸에 맞게 하거나 폭행 과정에서 피해자의 머리를 땅에 찧고 양발로 짓밟기까지 했다"며 "그 결과, 피해자는 약 12주간 치료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척수요추라는 중요한 부위를 다쳐 후유장애를 입을 가능성도 높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실관계를 대체적으로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오랜 분쟁으로 매우 나쁜 감정을 가진 상황이었다는 게 인정된다"며 "또한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궁중족발 사장 배우자 "돈이 있었더라면 그렇게 버티지 않았을 것"
재판 선고 직후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은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기에 참석한 궁중족발 사장의 배우자 윤 씨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윤 씨는 지난 2년 간 명도소송에서 패소했음에도, 강제집행이 12차례나 있었지만 궁중족발 가게를 비우지 않은 이유를 두고 "그곳을 떠나 살아갈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며 "돈이 있었더라면 우리가 그렇게 모멸감을 참아가며 그곳에서 그렇게 버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씨는 자신의 남편을 두고 "지켜줄 수 있는 게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기에 스스로 자기를 지킬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라며 "하지만 그렇게 폭력을 싫어했던 사람이 폭력을 행사했고, 반면 그렇게 숱한 기간 인간을 멸시하고 경시한 사람은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지내게 됐다"고 눈물을 떨구었다.
윤 씨는 "이러한 잘못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수많은 사람이 우리와 같은 일을 겪고 있다는 것을 정부와 국회는 알고 있다"며 "하지만 그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기에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궁중족발 사장의 변호인인 김남주 변호사는 "피해자(건물주)와 합의가 안 되고 있다"면서 "(법적인 논쟁과는 별개로) 이 갈등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없기에 합의 관련해서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고 정치권과 사회계에서 중재해 갈등을 풀어주길 호소했다.
궁중족발 사태란?
궁중족발 사장은 2016년부터 종로구 서촌 소재 궁중족발 건물 임대료 문제로 건물주와 갈등을 겪어왔다. 2009년 5월 21일, 사건이 발생한 태성빌딩 1층에서 궁중족발을 개업한 이래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장사해왔다. 2년씩 3회 계약 갱신을 한 뒤, 2015년 5월에 1년짜리 계약을 했고, 그에 따라 계약완료는 2016년 5월이었다. 김 씨가 마지막으로 맺은 계약은 보증금 3000만 원, 월 임대료 297만 원이었다.
하지만 2015년 12월 건물을 인수한 건물주가 리모델링 명목으로 일시적 퇴거를 요구했고, 공사 이후 재계약 조건으로 보증금 1억 원, 월 임대료 1200만 원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후 명소소송에서 재판부는 건물주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궁중족발 사장은 가게를 비우지 않고 장사를 이어나갔다. 올해 6월까지 12차례 강제집행이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강제집행을 막던 궁중족발 사장의 손가락 네 마디가 부분 절단되기도 했다.
급기야 마지막 강제집행 이틀 뒤인 6월 7일, 궁중족발 사장은 차 조수석에 실은 망치로 건물주를 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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