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지 않는 제품을 대리점에 떠넘기는 이른바 '물량 밀어내기'와 같은 본사의 '갑질' 사례가 금지 대상이라는 점이 법규에 명확히 규정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대리점거래에서 금지되는 불공정거래행위 유형 및 기준 지정 고시'를 마련해 행정 예고한다고 4일 밝혔다.
대리점법은 불공정거래행위와 관련해 ▲ 구입강제 ▲ 경제상 이익제공 강요 ▲ 판매목표 강제 ▲ 불이익 제공 ▲ 경영활동 간섭 ▲ 주문내용 확인 거부·회피 ▲ 보복 조치 등 7가지 유형을 금지 사례로 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위반 여부가 명확한 주문내용 확인 거부·회피 행위나 보복 조치는 법에 규정돼 있지만, 나머지 유형은 시행령과 고시로 구체적인 유형을 규정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미 시행령에 규정한 갑질 유형에 더해, 관련 판례·실태조사·연구용역 등을 반영해 새 금지 조항을 고시에 구체적으로 담았다.
구매 강제 행위와 관련해서는 대리점이 주문하지 않은 상품·용역을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행위, 이른바 '물량 밀어내기'가 금지된다는 점이 고시에 담겼다.
2013년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과다한 물량을 할당한 뒤 물품대금을 대리점 금융계좌에서 일방적으로 빼갔던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또 인기제품과 비인기제품을 묶어서 함께 주문하도록 하는 행위, 상품에 장비까지 묶어서 판매하는 행위도 금지 대상으로 규정됐다.
경제상 이익제공 강요 행위와 관련해서는 대리점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판매촉진행사라도 비용을 100% 전가하는 것은 안 된다고 규정했다.
고시는 또 상품 공급을 축소하거나 지연하는 행위, 외상 매출 기간 조정 등 결제조건을 불리하게 하는 행위를 판매목표 강제행위 수단으로 새로 규정했다.
고시는 대리점과 사전협의 없이 본사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계약하는 것 자체도 불이익 제공 행위로 간주한다.
2013년 남양유업이 그랬듯 반품 비율을 축소하거나 사실상 반품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본사의 정책,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공급하는 행위 등도 불이익 제공 행위로 고시에 담겼다.
고시는 뚜렷한 이유 없이 매장을 리모델링하도록 하는 행위는 경영간섭 행위로 본다.
공정위는 오는 27일까지인 행정예고 기간에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받고 규제 심사 등을 거쳐 제정안을 공포할 예정이다.
하반기로 예정된 의류업종 등에 대한 업종별 대리점거래 실태조사를 통해 이 고시에 담긴 법 위반행위가 발생하고 있는지도 점검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불법 유형의 추가 지정을 통해 법 위반행위 해당 여부가 더 명확해짐에 따라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불공정행위 행태에 대한 자발적 시정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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