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대리점을 상대로 '갑질' 의혹을 받은 현대모비스가 이를 인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재를 면할 방안을 제시했다.
11일 공정위에 따르면, 전국 1600여개 대리점을 대상으로 판매 목표를 강제하고 물량을 떠넘긴 혐의로 지난 2013년부터 공정위 조사를 받은 현대모비스는 이를 인정하고,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불공정 거래 혐의자가 직접 소비자 피해구제안과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 공정위 조사 마무리를 요청하는 제도다. 위법성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혐의자가 신청 가능하다.
현대모비스가 이 같은 요청을 함에 따라 공정위는 신청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르면 다음 주 중 공정위가 전원회의를 열어 동의의결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서는 동의의결 수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공정위가 동의의결 대상으로 법 위반 여부가 중대하지 않은 행위에 한정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7일 폭스바겐의 자동차 연비 조작 문제가 이슈화했을 당시, 공정위는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를 적용,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373억26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 악티엔게젤샤프트 등 2개 법인과 임원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공정위는 "중죄가 명백하면 동의의결 대상이 아니"며 "(업체가) 동의의결을 요청해도 공정위는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즉, 현대모비스의 물량 밀어내기가 명백히 위법으로 판단될 경우 공정위가 현대모비스의 동의의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동의의결이 상대적으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특히 재벌 개혁 기대감을 안은 김상조호 공정위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업계의 자율적 대응을 받아들이고, 잘못을 처벌하지 않는다는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취임 후 여러 차례에 걸쳐 기업을 필요 이상으로 압박하지는 않겠지만, 재벌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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