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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없는 당권파 '패악질'…통합진보, 어쩌다 이지경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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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반성없는 당권파 '패악질'…통합진보, 어쩌다 이지경 됐나?

[해설] '부정경선' 통합진보당, 5년전 민노당 '복사판'

'평행이론'이 실감날 정도로 똑같다. 어찌보면 더 심한 듯도 하다. 2007년 대선을 전후한 민주노동당 분당국면과 현재 통합진보당 이야기다.

언론사 상대 '실력행사'도 5년 전과 닮은 꼴

1997년 대선의 프로젝트 정당인 '국민승리21'의 성과를 기반으로 2000년 1월 30일 민주노동당이 창당된 이래 이 당이 시끄럽지 않거나 정파 갈등이 잠잠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권영길-노회찬-심상정이 맞붙은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파국의 조짐은 보였다. 대중적 지지를 가진 대표선수를 갖지 못했던 민노당 내 자주파 진영은 공식적으로 권영길 지지를 선언했다. 경선 와중에 노회찬 음해성 동영상이 민노당,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게시판에 무차별적으로 유포됐다. 아이피 추적 등을 통해 '배후'가 거의 지목됐지만 유야무야 넘어갔다.

민노당의 2007년 대선은 지리멸렬하기 짝이 없었다. 이명박의 독주 속에 정동영은 'BBK'만 물고 늘어졌고 문국현이 경제민주화를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울 때 민노당은 '코리아연방공화국'을 국가 비전이라고 들고 나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경기동부'의 좌장으로 불리는 이용대 당시 정책위의장의 작품이었다.

이에 대해 '진보언론'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자주파는 '정면돌파'를 감행했다. 당시 선대위 내 자주파 고위관계자들은 <한겨레>, <경향신문>, <프레시안>을 항의 방문키로 했다. 첫 방문지인 <한겨레>에서 사단이 났다. "기사에 팩트가 틀린 게 뭐가 있냐. 논조는 편집국의 고유권한"이라고 항변하는 김종구 당시 <한겨레> 편집국장에게 한 자주파 인사는 "너 몇 살 먹었냐"고 고래고래 고함쳤다.

민노당은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당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빈축을 샀다. 당시 한 자주파 인사는 기자를 향해서도 "며칠 있다가 <프레시안>에 갈테니 기다리라"고 '예고'했지만 권영길 후보 등의 반대로 결국 성사되진 못했다.

2012년 3월 총선 국면에서 <프레시안>이 통합진보당 당권파(자주파)계열의 윤원석 성남중원 전 후보 성추행 전력과 청년비례 경선 과정의 온라인 투표 부정 의혹을 최초 보도했을 때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통합진보당은 부정 의혹을 최초 보도를 한 기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맹비난한 보도자료를 국회에 살포했고, 당 청년위원회는 <프레시안> 사옥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총선 이후엔 윤원석 전 후보가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고소했다.

5년 전 모습 그대로다.

▲ 비례대표 경선에서 부정투표가 확인된 뒤 3일 당 대표단이 수습대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비당권파도 '방조자' 아니면 '공범'

'윤원석 후보에 대한 검증이 없었냐'는 질문에 당권파 계열 사무총장은 "잘 모르겠다"고 어이없는 대답을 했었다. 경기동부 계열 내에서 윤원석 전 후보의 추문이 '카더라'식으로 떠돈지도 오래됐지만 '정말 몰랐냐'는 질문에 대답을 한 사람은 없었다. 비당권파는 "우리가 뭘 아냐"는 식으로 침묵했다.

그리고 <프레시안>이 윤 전 후보 전력을 보도한 바로 그 다음 날 통합진보당은 '온라인 투표와 현장 투표에 문제가 많다던데'하는 소리를 뒤로 하고 비례대표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그리고 "총선 이후에 진상조사를 한다"는 어이없는 단서가 붙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렀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당권파'가 당권파에 질질 끌려다니는 건 마찬가지다. 5년 전에는 평등파 쪽의 항변과 일부 언론의 보도가 있었고, 2012년의 경우에도 유시민 공동대표가 한 때 당무를 거부하는 등 '항거'를 한 모습이 엿보이긴 한다. 하지만 "판을 깨잔 말이냐"는 협박 혹은 회유 앞에 굴복한 비당권파도 잘 치면 방조자고, 엄정하게 보면 공범에 다름 아니다.

'반격'과 '거래제안'도 5년 전과 닮은 꼴

'사고'이후의 모습도 지금까진 과거를 답습하고 있다.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민노당은 자주파-평등파 합의로 심상정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납작 엎드려있는가 했던 자주파는 당원 정보를 북한에 넘긴 일심회 관련자들을 제명해야 한다는 비대위측 안에 일제히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대선에서도 진 것이 아니다. 반북주의자들과 당을 함께 못한다"는 반격까지 나왔다. 이정희 대표가 지난 18대 총선에 비례대표로 영입된 직후 의원실 수석보좌관이 된 신석진 대표비서실장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일 위험한 건 동지로 위장해 세작(간첩)질을 일삼는 일군의 세력"이라며 비당권파 측을 맹공하고 나선 것도 정확히 닮은 꼴이다. 통합진보당 홈페이지에선 당권파 성향 당원들이 자주파 성향의 민주노동자전국회의 출신인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을 향해서도 화살을 날리고 있다.

5년 전 국면에서 "우리가 총선 비례대표까지도 포기할테니 다른 건 넘어가주면 안되겠냐"고 자주파 일각이 심상정 비대위 측에 정치적 거래를 제안한 것과, 최근 유시민 공동대표 측에 "이정희만 물러나고 비례대표는 자리 지키면 안 되냐"는 제안이 들어간 것도 너무나 흡사하다.

2008년 나왔던 '화려한' 쇄신책 재연될까?

당이 깨지는 것까지도 같은 전철을 밟게 될까? 참여당 출신 통합진보당 인사는 "참여당 출신 당원들은 운동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PD 출신들하고 또 달라서 '판 깨자는 말이냐'는 식의 당권파 협박이 안 먹힌다"면서 "유시민 대표가 '참자'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참자'고 해도 안 통한다"고 말했다.

두고 볼 일이다.당권파들은 당 홈페이지, 일부 언론, 비공개 회동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비당권파에게 '읍소'와 '압박'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분당 직후 민노당은 '뼈를 깎는 쇄신'을 표방했다. 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혁신의 책임자로 영입됐고 당 대변인직도 비자주파계열 외부인사가 맡았다. 한 번도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던 당내 자주파 연대체인 '자주민주통일을 지향하는 전국모임'이 갑자기 해산성명을 발표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이수호 비대위원장은 △외부 인사들이 참가하는 '국민평가위원회' 구성 △당명 개정 검토 △노동자 정치세력화 새로운 단계로 발전 △국회의원 중간평가제 및 소환제 도입 △다양한 연대 연합 실현 △패권주의 극복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등의 혁신안을 발표했었다.

"주한 미군 범죄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해온 인물"이라는 이정희 변호사가 갑자기 영입됐고 '진정성'의 상징인 강기갑 의원이 당의 간판으로 나섰었다. 자주파 인사들은 수면 아래로 모두 사라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2008년 총선에서 그래도 5석을 얻으며 선전했다.

'쇄신' 안면몰수하고 '연대'에 전력투구한 '성과'

하지만 '안면몰수'는 그 때 부터였다. 비대위의 혁신안은 오간데 없었고 '신장개업 간판'이나 다름없었던 이수호 비대위원장 등 외부 영입 인사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권영길 의원 같은 상징적 인물도 겉돌기 시작했다. 강기갑 전 대표 쪽에서조차 "대표가 힘이 없다. 사무총장한테 치인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이정희 의원이 당대표가 됐다.

분당 직후에는 그래도 전국적 자주파 연합체 성격이었던 이 당은 경기동부 단일대오 식으로 변모했다. 울산, 인천, 경남 등의 자주파가 지역 돌파에 여념이 없을 때 경기동부는 광주전남과 손을 잡고 중앙을 휘어잡았다. '이정희식 진정성'과 '당권파 단일대오'라는 두 가지 무기를 갖춘 민노당은 주로 '야권 연대'에서 쏠쏠한 성과를 거뒀다. 예전 자주파는 온라인 공간에선 약했는데 그 약점도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며. 민주당을 압박하는 한편 국민참여당에 공을 들였다. <민중의소리> 주관으로 이정희-유시민 두 사람이 책도 쓰고 북콘서트도 했다.

진보신당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노회찬-심상정도 민노당 주도의 그림에 합류했다. 통합진보당이 출범할 때 "옛날 그림이 그대로 나오지 않겠냐"고 지적하자 진보신당 출신, 국민참여당 출신들 인사들이 "아니다. 진짜 달라졌더라. 저 사람들도 그 간 배우고 깨달은 게 많더다라"고 앞장서 손사래를 쳤었다. 참여당 출신 고위급 인사에게 "편견을 갖지 마라"는 충고도 들었다. 그런데 이 인사는 며칠 전 "심하다 심하다 해도 이럴 줄은 누가 알았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또 이렇게 됐다. 게다가 한 번 더 도돌이표 노래를 부를 기미까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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