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개혁위원회가 기무사령부 규모를 30%가량 줄이고 60단위 민간인 사찰 부대를 폐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개혁안을 내놓았으나, 시민사회는 이 같은 조치만으로는 기무사의 기존 권력을 해체하는 건 어렵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개혁위의 개혁안에 기무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고도 의혹을 제기했다.
3일 오전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등 28개 시민·종교·사회단체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혁위의 기무사 개혁안은 면죄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실상 기무사 해체에 해당하는 조치"라는 개혁위 입장에 관해 "대단히 안일한 발상"이라며 "조직 골간은 그대로 유지한 채 인원만 감축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기무사의 근본 문제는 (문제를) 알면서도 몰래 숨어 권력자에 아부하며 불법을 저지른다는 점이지, 제도의 미비가 아니"라며 "인적 청산, 통제 방안 마련 원칙에 따른 명실상부한 해체 수준의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개혁위 안을 대체할 자체 개혁안을 제시했다.
세부 개혁안으로 우선 기무사를 해체하고, 보안 및 방첩 등 기존 기무사의 기능을 여러 기관으로 분산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군인과 민간인 무차별 사찰의 근거가 된 대공수사권도 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이어 철저한 인적청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군인이 횡행하고 사조직이 온존한 상황에서 30% 감축과 같은 단순한 방안으로는 묵은 폐단을 바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아울러, 기무사를 현존 그대로 사령부로 존치시키거나, 외청으로 설치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시민단체들은 강조했다. 국방부 장관 통제를 받는 지금도 사실상 기무사가 권력 위의 조직으로 군림하는데, 법률기구로 승격, 독립시키는 건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격이라는 얘기다.
시민단체들은 기무사를 상시 감시할 통제 시스템 마련 방안도 제시했다. 아울러 기무사가 인사 정보 자료를 무기로 삼아 권력을 휘두른 폐단을 없애기 위해 청와대와 군 당국이 군인 인사에 기무사 자료를 참고하는 일을 중단하기를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개혁위 안을 "엉망"이라고 비판하고, 이 같은 대안이 나온 원인에 기무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시민단체들은 "개혁위 13명의 위원 중 9명이 군인이거나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예비역이며, 심지어 이 중 3명이 전·현직 기무사 요원"이라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놓은 격"이라고 비판했다.
개혁위 인적 구성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은 그간 군인권센터 등을 통해 여러차례 제기됐다. 하지만 정부는 세월호 TF에 참여했고, 계엄령 문건 작성 책임자로 알려진 소강원 참모장을 개혁위원에서 제외했을뿐, 나머지 군 인사는 그대로 명단에 올렸다.
시민단체들은 "기무사 관련 문제가 대대적으로 터지기 전에는 개혁위가 밀실에서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었다"며 이처럼 투명하지 않은 개혁위 안을 바탕으로 기무사 혁신을 바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무사는 그간 역사가 증명했듯, 군이 정치 권력으로 변화하는 통로 역할을 담당했다"며 "더는 유지되어서는 안 되는 조직"이라고 단언했다.
한 교수는 "기무사 개혁은 적어도 조직 차원에서는 해체 수준에서 다뤄야 하고, 기능 차원에서는 최소한의 비밀성만을 본질로 하도록 해야 한다"고 철저한 개혁을 주문했다.
시민단체들은 "기무사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난 지금이 해체 수준의 개혁을 단행할 절호의 기회"라며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국민을 적으로 삼았던 오만방자한 군인들이 다시는 재기할 수 없도록, 국민적 공론화를 통해 철저하고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개혁위 안을 바탕으로 이석구 기무사령관을 경질하고 비 육사 출신인 남영신 현 육군특전사령관을 신임 기무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러한 시민단체의 지적에 대해 "그런 부분은 종합해서 기무사령을 개정하고 기무사의 역할을 규정하는 식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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