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일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을 경질하고, '비(非)육사' 출신 새 기무사령관을 임명했다. 또 기무사 감찰실장에 '비(非)군인' 인사 임명을 지시했다.
'계엄령 문건'을 작성하고,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한 기무사의 불법 행위에 책임을 물은 '인적 청산' 성격이다. 이와 함께 '기무사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쳤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문 대통령은 기무사의 전면적이고 신속한 개혁을 위해 현재의 기무사를 해편(解編)하여 과거와 역사적으로 단절된 '새로운 사령부'를 창설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먼저 '하극상 논란'이 벌어진 데 대해 책임을 묻는 의미에서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경질하고, 송영무 현 국방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신임 국군기무사령관에 남영신 현 육군특전사령관을 임명했다. 이날 임명된 신임 남영신 기무사령관은 '비육사' 출신으로는 세 번째, '학군' 출신으로는 두 번째 기무사령관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무사령관 교체는 최고통수권자가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새롭게 기무사를 개혁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에 맞는 새로운 인물을 발탁했다고 보면 되겠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기무사를 감찰하는 감찰실장 자리에는 '비군인'을 임명해 조직 내부의 불법과 비리를 철저히 조사하고, 합당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기무사 개혁이 완수될 때까지 일단 송영무 현 국방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보였다. '하극상 논란'을 용인하지 않겠단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송 장관의 교체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송영무 장관 교체 여부에 대해 "지금 언급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해 여지를 열어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송 장관 교체는 '시점'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그래도 국방 개혁 등 과제가 있기 때문에 송 장관이 끌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문 대통령은 '기무사개혁위원회 개혁안'과 '국방부의 기무사 개혁안'을 모두 검토한 후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문 대통령은 후속 조치로 '새로운 사령부 창설준비단'을 구성하고, '사령부 설치의 근거 규정인 대통령령'을 최대한 신속히 제정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새 기무사령관에게 "기무사 댓글 공작 사건, 세월호 민간인 사찰, 계엄령 문건 작성 등 불법 행위 관련자를 원대 복귀시키라"고 지시했다.
앞서 기무사개혁위원회는 지난 2일 △사령부 체제 유지하에 혁신 △기무사를 국방부 본부 조직으로 전환 △외청 형태로 창설하는 세 가지 안을 대통령에게 제시했다.
이에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단체는 "법령 개정이나 인원 감축을 한다는 TF 개혁안으로 기무사를 해체하지 못한다"며 "기무사의 방대한 기능을 여러 기관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비판했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러한 시민단체의 지적에 대해 "그런 부분은 종합해서 기무사령을 개정하고 기무사의 역할을 규정하는 식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신임 남영신 기무사령관은 경남 출신으로 울산학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사단장, 학군교 교수부장, 2작사 동원전력처장, 7공수여단장(준장), 특수전사령관 등을 지냈다. 청와대는 "통합 능력과 창의성, 판단력이 탁월하고, 친화력, 화합, 단결의 리더십을 갖췄다"는 인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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