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의 원래 제목은 '전시 계엄 및 합수(합동수사) 업무 수행방안'이 아니라 '현(現)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기무사는 이 문건을 작성한 조직에 실제 업무와는 상이한 명칭을 붙여 '위장'을 시도하기도 했다.
군 기무사 의혹 특별수사단은 2일 수사 경과 발표에서 "'계엄 문건' 보고서의 원래 제목은 언론에 공개된 제목인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 아닌 '現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문건의 원래 제목이 '전시(戰時) 대비'가 아니라 '현 시국 관련'이라는 것은, 이 문건이 '비상시 대비 계획에 불과'하다는 보수진영 일각의 주장과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라는 구체적 상황에 대비한 차원이었음을 좀 더 분명히 한다.
수사단은 또 "기무사는 계엄문건 작성 TF를 비밀리에 운영하기 위해 '미래 방첩업무 발전방안 TF'라는 이름으로 인사명령·예산 및 별도 장소를 확보했고, 망(網·네트워크)이 분리된 PC를 이용해 문건을 작성했으며, TF 운영 이후 사용된 전자기기를 포맷했다"고 발표했다.
망 분리는 비밀 작업 시 등에 군에서 통상적으로 시행하는 보안 대책이지만, PC 포맷이나 위장 TF 명칭 사용 등을 '통상적인 비상시 대비 계획을 작성하기 위해서' 했다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결국 문건 작성 시부터 기무사 역시 이 같은 작업이 떳떳하지 못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다.
수사단은 지난달 16일 수사를 개시한 이래, 이 문건이 담겨 있던 기무사의 USB를 확보했고 문건 작성 TF 팀원 등 25명을 소환조사했다고 수사 경과를 설명했다.
수사단은 "USB 안에 수백 개의 파일이 저장됐다가 삭제한 흔적을 발견하고 이중 상당수를 복구했다"며 "복구된 일부 파일에 '계엄 시행 준비'에 관한 내용이 다수 포함된 점에 주목하고, 압수물 분석자료,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수사단은 계엄령 문건과는 별개로 기무사의 '세월호 관련 민간인 사찰' 사건을 수사한 결과에 대해서는 "유가족에 대한 조직적·전방위적 사찰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기무사가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현장 지원 등을 명목으로 세월호 TF를 구성, 일반 지원업무 외에도 유가족을 사찰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수사단은 기무사 '세월호 TF'의 구체적 혐의에 대해 "현장 및 사이버 사찰을 통해 유가족의 성향, 정부 발표에 대한 반응, 일부 유가족의 사진, 학력,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수집해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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