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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어려운 길만 간 정치인, 노회찬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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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어려운 길만 간 정치인, 노회찬을 기리며

[영상] 그가 걸어온 길을 한 발 더 나아가야 할 의무가 생겼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7일 많은 국민의 애도 속에 영면에 들었다. 그가 이루고자 했던 일하는 사람들의 세상은 이제 그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진보 세력의 몫으로 남았다.

연세대에서 열린 노회찬 대표의 추도식에서 조카 노선덕 씨는 이렇게 말했다.

"하루는 고민이 있어 큰 아버지께 조언을 구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큰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이 최선의 선택일지 당장 알 수 없을 때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가라. 그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항상 옳은 선택을 하셨으리라 믿습니다만 지금 그 큰 뜻을 헤아리기 어려워 그립고 보고 싶은 마음만 앞섭니다."

(아래 故 노회찬 원내대표 추도식 큰조카 노선덕 씨 발언 영상)


조카가 전한 말처럼 그는 인생 내내 가장 힘들고 어려운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걸어왔다. 그의 고동학교 동창 황교안이 양지에서 승승장구할 동안 그는 용접공을 하며 인민노련을 만들어 노동자들의 정치세력화를 꿈꿨고 끝내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을 이뤄냈었다.

삼성 X파일 사건에서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일도 가장 어렵고 위험한 선택이었다.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일로 의원직을 박탈당했고 의원직을 상실하고 3년을 무직 상태로 있으면서 경제적 어려움 속에 받은 정치자금은 결국 그에게 마지막 선택을 강요하게 만들었다는 추측도 나온다.

▲ 노회찬 추도식 영상중 삼성X파일 발언 모습. ⓒ정용택

노회찬 의원의 추도식이 있던 날 문재인 정부의 김동연 부총리가 삼성을 방문해 고용·투자를 늘릴 수 있는 규제 개혁 등을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만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가져오고 문재인 정부를 집권하게 만들어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구속되었었다.

삼성 폭로로 '떡값 검사'의 실명 공개 폭로로 어려움에 처했던 노대표의 추도식날, 정부 부총리가 대법원 상고심 피고인인 삼성의 실질적인 총수에게 고용투자를 부탁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의원직을 상실할 때 노회찬 의원은 이렇게 말했었다.

"8년이 지난 오늘 대법원의 유죄 확정은 뇌물을 줄 것을 지시한 재벌그룹 회장, 뇌물수수를 모의한 간부들, 뇌물을 전달한 사람, 뇌물을 받은 떡값 검사들이 모두 억울한 피해자이고 이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저는 의원직을 상실할 만한 죄를 저지른 가해자라는 판결이다. 폐암환자를 수술한다더니 암 걸린 폐는 그냥 두고 멀쩡한 위를 들어낸 의료사고와 무엇이 다른가."

노회찬 의원은 생전 촌철살인의 정치인으로도 유명했었다.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마지막으로 남은 촌철살인의 발언은 "최저임금은 물 먹인 소 같다"였다. 대통령 공약으로 최저임금 만원을 약속해놓고 최저임금 삭감법으로 불리는 최저임금 산입법을 통과시킨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이다.

공교롭게도 노회찬 의원의 추도식이 있던 그 시각 문재인 대통령은 을지로에서 시민들을 만나 호프미팅을 하면서 최저임금, 노동시간, 자영업, 고용문제들에 얘기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2004년 민주노동당이 첫 원내 진입을 했을 때 노회찬 의원은 이렇게 말했었다.

"당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는 5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우리 서민들,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대표가 여기까지 오는 데는 사실 50년이 걸렸습니다."

노동자, 농민, 서민의 대표로 50년 만에 국회에 등원했던 그가 마지막으로 국회를 들렀다가 장지로 가던 날 국회 청소노동자들은 직장동료로 대해준 유일한 정치인이었다고 울먹였다.

▲ 노회찬 추도식 영상 중 고인의 마지막 유서 내용인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정용택

노회찬 의원은 유서에서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남겼다

노회찬 의원은 멈췄지만 그가 걸어온 길에 함께 했던 진보진영에게는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의무가 생겼다.

그가 떠나고 없는 세상에서 물 먹인 소 같은 이벤트 정치가 아닌 일하는 사람이 잘 사는 정치를 구현하는 것은 이제 남은 사람들의 몫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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