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지막 가시는 노회찬 선배님을 국회에서 뵙니다. 국회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아픕니다.
제 휴대폰에는 올해 초 <광주백서> 책을 선배님께 보내드리고 '잘 받으셨냐'고 보낸 메시지에 "네. 잘 받았습니다. 꼭 읽어보겠습니다"라고 답신을 주신 메시지가 남아있군요. 슬픕니다.
누구에게든 겸손하고 어느 일이든 성실하셨습니다
제가 만나본 선배님은 누구에게든 겸손하고 어느 일에든 성실한 분이셨습니다.
제가 2009년 <프레시안>에 서울시장 선거에 나갔던 노 선배님을 '조금' 비판하는 글을 발표했었습니다.
그 뒤 국회의원 선거에 이겨 다시 의원에 당선된 선배님께서는 제게 전화했습니다. 그리고 점심을 같이 했습니다. 여러 얘기를 나눴지만, 그러나 제 글에 대해 한 마디의 '변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몇 년이 지나 노 선배님을 국회 경내에서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저를 보자 반갑게 웃으시며 '연락 한번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무렵 제가 법 해석과 집행을 왜곡하는 판사나 검사들을 처벌하는 법왜곡죄를 제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한 일간지에 기고했는데, 그 글을 보고 너무 공감한다며 한번 토론회를 갖자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뒤 선배님 의원실 주최로 "판검사의 법 왜곡,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개최되었고, 저도 발표자로 참여했습니다. 재심전문 변호사인 박준영 변호사도 같이 발표했었습니다. 노 선배님은 평소처럼 시종 성실하게, 그러나 유머를 잃지 않고 자리를 지키셨죠. 발표 사례비 한 푼 받지 않은 참석자들 모두 점심까지 같이 했습니다.
너무 빨리 외롭게 떠나셨습니다
이 폭염의 여름날, 선배님께서는 너무나 갑자기 떠나가셨습니다. 돌이켜보면, 선배께서는 짧다면 짧았던 그 삶을 하루하루 너무나 최선의 성실한 자세로 사셨습니다. 이 못되고 야박하고 모진 세상에서 너무도 열심히 힘들게 사셔서 하늘이 그만 고생시키려 빨리 모시고 간 것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여기 살아남은 사람들은 선배님의 그 따뜻한 마음을 소중한 유산으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다시 생각해봐도, 선배님께서는 소박하게 그 웃는 모습을 더 보여주셨어야 했습니다. 너무 빨리 혼자서 외롭게 떠나가셨습니다.
선배께서 희망하셨던 그 어떤 것도 시원스럽게 해결되지 않은 떠난 그 자리에 이제 우리가 남았습니다. 선배께서 희망하셨고 이루시지 못한 과제는 온전히 우리의 몫입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선배님, 부디 가신 그곳 세상에서는 평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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