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탈, 강제 처분, 농민 범죄자화, 땅값 폭락, 거래 절벽, 노후 붕괴, 자산 약탈….
농지전수 기초 조사 결과가 나온 이달,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페이스북 글을 시작으로 언론 보도와 유튜브 콘텐츠를 장식했던 문구들이다. 농지전수조사가 농지 가격 폭락을 촉발했고, 고령화 등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는 농지 소유자마저 투기꾼으로 몰았고, 이들의 농지가 다 강제 처분될 것이라는 우려를 담았다.
농지전수조사는 1949년 농지개혁 이후 78년 간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농민단체들은 제대로 된 농정을 위해선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십수년 간 요구해 왔다. 농지전수조사를 둘러싼 지금의 파열음을 어떻게 봐야 할까.
29일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문영규 곡성 농민(항꾸네협동조합 대표), 엄청나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를 전화 인터뷰해 평가를 들었다. 주요 쟁점을 중심으로 관련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농지전수조사에 대한 공포감, 정치권과 언론이 키웠다"
- 농지전수조사는 지난 5월 농지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예정됐던 정부 과제였다. 농지전수조사가 무엇인가?
강마야 : 지금 한국의 경작지 면적이 정확히 몇 헥타르인지, 농민은 총 몇 명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가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지, 어떻게 이용되는지, 실제 경작은 되고 있는지, 임대농은 몇 명인지 등의 실태도 정확히 모른다. 국가가 78년 간 농지전수조사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흔히 인용되는 '임대농이 50%를 넘는다' 등의 통계는 일부 표본 조사에 기반한 추정치다.
농지전수조사는 제대로 된 농업 정책을 세우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국책과제다. 농민단체도 수십년 간 요구해 왔다. 바꿔 말하면 국가는 이렇게 중요한 과제를 오랫동안 방치해 왔다. 이걸 이번에야 시행하는 것이다.
- 그런데 갑자기 9월부터 논란이 됐다.
강마야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 정치인과 언론이 한국 농정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 없이 무책임하게 말과 글을 쏟아내고 있다.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농촌의 구조적 현실을, 농지 조사라는 단편적인 렌즈로만 왜곡해 상황을 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먼저 묻고 싶다. 언제부터 농업에 관심이 많았나? 농민 지원과 농업 진흥을 위해 한 번이라도 진정성 있게 고민해 봤나? 지금 보도를 쏟아내는 언론은?
농지전수조사 법적 근거를 마련한 농지법 개정안은 지난 5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금 논란이 되는 '처분 명령 의무화', '신고포상금 도입' 조항 등의 각종 절차도 정했다. 재석 의원 166명 중 163명이 찬성했다. 이 중 37명이 국민의힘 의원이다. 장 대표도 찬성했다. 진짜 문제라면 그때 제기했어야지, 왜 찬성했나? 왜 그때 비판 보도는 없었나? 지금 농지 조사 논란은 정치적 도구로 악용되는 것 같다.
- 실제 현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니 보도가 되고, 이를 파악한 의원들도 문제를 제기하는 게 아닌가?
엄청나 : 일부 고령 농민이 불안해하는 건 사실이다. 평생 농사만 한 고령농이 가진 건 농지밖에 없다. 나이가 들어 농사를 못 짓는데 농지는 잘 안 팔리고, 상속해도 자식들은 농사를 짓지 않는다. 농지 가격은 2021년경부터 계속 하락해 왔다. 그런데 농지 가격이 농지 조사로 폭락한다거나, '농지 소유자가 농사 안 짓는 땅은 다 뺏긴다'는 식의 왜곡과 과장을 정치권과 언론이 부추겼다. 과장된 말이 과장된 공포심을 농촌에 부추겼다.
사실 이 불안함은 오래된 문제고, 농촌을 방치한 국가의 부실한 농정에서 비롯됐다. 가령 고령농의 농지와 노후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농지연금(한국농어촌공사에 농지를 위탁한 후 받는 연금)을 내실화하고, 정부가 최저가가 아니라 적정 가격으로 농지를 매입하는 방식 등이다. 농민단체가 오랫동안 요구했다. 현실은 다르다. 농지연금을 신청해도 10년 기다려야 한다.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예산이 없다고 방치된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농지 가격 하락의 원인을 농지 조사로 몰았고, 공포심이 쉽게 퍼졌다.
- 농지 소유자가 농사를 짓지 않는 땅을 기계적으로 처분대상으로 몬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령, 상속, 이농 등의 이유로 직접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 있는데, 억울한 피해를 양산한다는 지적이다.
엄청나 : 지나치게 과장됐다. 현행법상 예외사유가 있는데도, 정치권이 호도한다. 고령·상속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가족에게 상속한 농지는 상속 이후 바로 임대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 농사를 못 지어도, 그 농지에서 5년 이상 농사를 지었으면 합법적으로 임대할 수 있다. 휴경도 질병, 부상, 고령, 영농준비 등 여러 사유가 인정된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합법적으로 휴경, 임대가 가능하다'고 알리는 게 아니라 '당신 이렇게 하면 벌금 받는다'고만 강조한다.
- 농지조사 때문에 농지 소유주가 임대농을 다 쫓아내는 일도 발생했다.
강마야 : 농지전수조사 때문이 아니라, 정치권과 언론이 부추긴 공포심 때문이라고 본다. 우선 문제가 파악됐다고 곧바로 벌금을 물리고, 강제 처분을 명령하는 게 아니다. 농지전수조사는 농지 소유·이용·경작 실태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음성화된 관행을 양성화하는 의미도 있다. 임대농이 그 경우인데, 법으로 정한 절차를 지킨 임대가 아니라, 구두상의 관습적 임대가 여전히 이뤄진다. 이는 임대농 권리 보호에 불리하다. 모든 농업 보조금도 농지에 지원된다. 직불금이나, 각종 보조금, 세제 혜택 등이 실경작자 아니라 농지 소유주에게 간다. 그래서 법으로 농지 임대 절차도 정해 놓은 것인데, 여전히 과거 관습이 남아 있다. 농지 조사는 이를 양성화하는 과도기라고 보는 게 맞다.
- 정부 기초 조사에서 불법 소유가 적발되면 농지는 다 처분대상이 되나?
강마야 : 아니다. 강제 처분 명령이나 이행강제금은 정말 짧으면 6개월, 길게는 3년 이상 걸린다. 먼저 소유자의 소명을 듣고, '1년 내 농지를 처분하라'고 통지한 뒤, 이 1년 내에도 농지를 팔거나 농사를 짓지 않으면 '6개월 이내에 농지를 매각하라'고 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직접 농사 짓겠다"고 답하면 3년 동안 처분을 유예해 준다. 그래도 처분하지 않으면 그때에야 지자체가 감정평가액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여기에 각종 심사, 통보 기간까지 합하면 통상 수년이 걸린다.
농지 처분 명령과 이행강제금은 1994년 농지법 제정 때부터 있었다. 32년 동안 있었고, 계속 집행도 됐다. 실무적으로도, 행정기관은 행정소송 리스크를 매우 신경 쓰기에 정치인들 주장처럼 함부로 처리하지 못한다. 사실 이 이유로 제대로 감시 역할을 해오지 않은 공무원들의 문제가 컸다.
- 농지 이용 실태 감시 업무가 평소에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나?
강마야 : 언론에 보도되는 농지 투기 사례가 다 예다. 농지를 소유하려면 토지 매매 계약만 해선 안 되고, 지자체 심사를 거친다. '농사를 이렇게 짓겠다'는 농업경영계획서를 낸 후 읍면동 사무소에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신청해 심사를 받는다. 자격증명이 나오면 소유권 이전 등기를 완료할 수 있다.
2021년 떠들썩했던 부패 사건인 LH 임직원 농지 투기 사례만 해도, 심사가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줬다. 예로 들어 100평 부지를 1평씩 100명이 나눠 가졌는데, 농업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나? 이를 지자체가 다 허가해 줬다. 이런 투기는 일반 농촌이 아니라, 농지가 산업단지나 아파트 단지 등으로 전용되는 지역에서 주로 발생한다. 농지 투기도 심각한 문제다. 바로 잡아야 한다. 이 또한 농지전수조사를 해야 제대로 알 수 있다.
- 그렇다면 왜 이렇게 논란이 심할까?
하승수 : 정부 책임이 있다. 농지전수조사의 목표와 메시지 전달이 명확하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책임지고 주도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농지전수조사를 제대로 하려면 농림부 장관이 상황실장으로 나서 진두지휘하며 범정부 차원으로 추진해야 했다. 그러나 그런 체계를 만들지 않았다. 읍면동 사무소 공무원들에게 역할을 다 미뤘고, 사무소에 계약직 조사원이 추가 채용됐을 뿐이다.
그러니 농지전수조사의 기본 목표부터 불분명했다. 메시지를 내지 않던 장관은 논란이 되니 부랴부랴 뒤늦게 대책 마련 등의 메시지를 냈다. 농지 조사와 관련한 여러 우려가 이전부터 나왔는데도 말이다. 부처 차원에서 기본 목표가 분명했다면 제대로 된 농업 정책을 세우기 위해선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거나, '음성화된 임대농을 양성화하려 한다'는 식의 명확한 정책 메시지가 미리 나갔을 것이다.
"농지가격, 가장 큰 문제는 시세 차익 노리고 산 사람들"
- '농지 가격이 반 토막났다. 폭락했다'는 보도도 많이 나왔다.
하승수 : 언론이 한국의 농지가 정말 광범위하다는 걸 간과하는 것 같다. 일부 지역, 특히 농지 가격이 많이 오른 수도권이나 대도시 주변은 가격 등락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외 대다수 농촌 지역은 크게 상관이 없다. 일반 농촌은 농지 가격이 크게 변하지 않고, 거래도 많지 않아 기준 가격을 논하기도 어렵다. 가격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분석하기보다 농지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을 입맛대로 취재해 보도하는 면이 있다.
엄청나 : 거래 절벽, 폭락 같은 자극적 단어를 쏟아내는데, 농지가격, 거래량은 2021년 LH 임직원 농지 투기 사태 직후 '급락'했고, 지금까지 계속 하락했다. 농지 투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후속 대책으로 농지 소유에 대한 심의, 규제가 강화됐다. LH 사태 이후 농지 가격 하락은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가 빠지니 가격이 계속 떨어진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 지금 한국의 농지 가격은 비싼가?
강마야 : 한국 농지가 세계적으로 비싼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국토 대비 농지 면적을 고려하면 세계 최상위권이다. 일본, 유럽 국가, 미국 등에 비해 3~10배 정도 비싸다.
가령 전남 함평에 오지 같은 농지가 평당 10만 원이다. 좀 더 나가면 30만 원도 한다. 논농사 기준, 수익은 지금 '평당 1000원'으로 본다. 300평이면 지가가 3000만 원, 9000만 원이다. 수익은 이에 비해 형편없이 낮다. 임대료도 높은 편인데 누가 농사하려고 농지를 사거나 임대농이 되겠나? 낮은 농산물 가격과 높은 농지 가격은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였고,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데 방치한 농정 과제다. 농지가 비싸면 농업은 축소되고 값은 소비자에게도 전가될 수 있다.
- 투기 때문에 농지 가격이 올랐다고 했다. 투기와 실경작 목적을 구분하는 게 어렵나?
엄청나 : 사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시세차익을 노리고 농지를 산 사람들이다. 전수 조사를 하면 다 드러나니까, 이들 반발이 심해 논란이 커진 면이 있다고 본다. 고령, 상속, 휴경 등의 예외 사유를 인정해 주는 법 조항은 앞서 말했고, 농지는 3년만 경작하면 임대농에게 합법으로 임차할 수 있다. 농사짓겠다고 농지를 사 놓고 3년 간 농사를 안 지으면 불법 소유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농지 살 때 이 부분을 다 알고 산다. 이를 지키지 못할 거면 농지 취득을 하지 않아야 한다.
- 어떤 식으로든 농지 구매가 줄고 처분이 늘어나면 구조적으로 농지 가격은 하락할 것이다. 이건 농지 소유자에게 불이익인 건 맞지 않나?
문영규 : 농지 소유를 개인 재산권으로만 보면 그렇다. 그런데 그렇게 보는 순간 농지는 일반 부동산과 같아지고, 정말 답이 없어진다. 식량은 인간 사회의 근간이고, 농지는 이를 위한 한정된 공공자원이다. 농지는 농업 목적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헌법과 법으로 보호하는 이유다.
다만 70여 년 전의 지주-소작농 관계에서 나온 경자유전의 원칙을 '농지농용' 원칙으로 개선할 필요는 있다. 농민 고령화, 지역 인구 감소 등의 현실적인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농사 지을 사람이 농지를 소유한다'는 경자유전 관점에서, '누가 소유하든 농지는 농작물 생산 목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농지농용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농지는 가격이 떨어져서 문제라기보다 농사와 관련한 본연의 가치가 떨어지는 게 농민에겐 더 큰 문제다. 농업의 전망이 밝으면 후계농, 임대농, 청년 진입이 늘고 농지 거래도 된다. 그런데 지금은 농지도 비싸고, 임대료도 비싸고, 농산물값은 낮다. 체계적인 후계농, 임대농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 함께 풀어야 할 문제다.
계약직 조사원 뽑아 일 시키고 장관은 뒷짐…'체계 없는 조사'가 불러온 혼란
- 농지전수조사는 제대로 되고 있나?
강마야 : 정말 답답한 게 이 지점이다.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거란 우려다. 농지전수조사를 지금 읍면동 사무소에 농지 담당 부서 공무원들이 하고 있는데, 다 자기 본래 업무를 하면서 조사를 병행한다. 여기에 계약직 조사원을 1~2명씩 뽑아서 인력을 충원했다. 조사 대상 농지는 광활하고 할 일도 많다. 걱정이 크다.
-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하승수 : 애초부터 농지전수조사의 체계를 제대로 설계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다시 체계를 갖춰 농림부 장관이 상황실장으로 나서 지역별로 상황대책반도 만들고 진두지휘해야 한다. 읍면동 사무소 공무원에게 미루고, 계약직 조사원에게 맡길 게 아니다. 농지전수조사가 왜 필요한지 정확히 설명하고, 전체 농정 개선의 틀 안에서 농지전수조사의 목표도 명확히 세우고, 정부 부처가 적극 나서야 한다.
- 왜곡, 과장이 섞인 주장도 있겠지만, 부수적 피해나 부작용, 억울한 상황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을 수 있다.
엄청나 : 당연히 보완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사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도 있다. 가령 농민단체는 임차농 권리를 보호하는 법을 계속 요구해 왔다. 이런 법이 제정됐거나 함께 준비됐다면 농지전수조사에서 임대차 관계가 일방적으로 중단되는 부작용을 막거나, 공포심 확산을 제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농어촌공사가 처분되는 농지를 제대로 사지 않는 문제도, 농민단체는 예산 확충을 줄기차게 얘기했지만 정부는 준비하지 않았다. 예산을 확보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농지는 농업 목적으로 이용돼야 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하며, 농지전수조사는 전체 농정의 틀을 세우기 위한 기초 작업이고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사의 체계를 제대로 세우지 않고, 예상되는 피해나 부작용 등에 미리 대처하지 못한 건 정부의 실책이고, 이는 후속 대책을 통해 바로 잡혀야 한다. 언론이 농업에 관심이 많다면 농정에 대한 예산 문제를 적극 다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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