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업비 1000억 원 규모의 '국회도서관 광주관' 유치를 놓고 김병내 전남광주 남구청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인 정진욱 의원이 서로 다른 부지를 내세우며 정면하는 충돌했다.
특히 정 의원이 주도하는 유치위원회에 김 구청장의 지방선거 경쟁자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단순한 정책 이견을 넘어선 '현역 의원 대 3선 구청장' 간의 정치적 힘겨루기 양상이 연출되고 있다.
◇ 정진욱 의원 "구 보훈병원 부지가 최적… 10만 서명 돌입할 것"
정진욱 국회의원(광주 동남갑)은 14일 '국회도서관 광주관 옛 보훈병원 부지 유치 추진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10만 명 서명운동을 천명하며 여론전에 불을 지폈다.
주목할 점은 추진위 공동위원장 명단이다. 황경아, 하상용, 김용집 등 지난 6·3지방선거에서 김병내 현 구청장과 경쟁했던 인물들이 대거 합류했다.
정 의원 측은 옛 보훈병원 부지를 장점으로 내세우며 ▲사유지 매입 절차가 필요 없는 2만 6000㎡의 대규모 공공부지 ▲향후 들어설 도시철도 2호선 백운광장역 인접 및 나주 혁신도시와의 탁월한 접근성 ▲반경 내 57개 초·중·고 및 4년제 대학 밀집으로 인한 풍부한 수요 등을 꼽았다.
정 의원은 남구청이 대안으로 꼽는 송암근린공원에 대해서는 "급경사 산지 지형과 접근성 문제로 부적합하다"고 일축했다.
◇남구청 "1000억원 상당 옛 보훈병원 부지를 50억원에 내주긴 어려워"
반면 실무 행정과 살림살이를 책임진 전남광주 남구청의 입장은 완강하다. 명분은 좋지만 토지보상비가 문제라는 것이다.
남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2014년부터 옛 구청 부지 매각 대금 등을 털어 총 162억여 원을 들여 옛 보훈병원과 보훈청 부지, 진입로 등을 매입했다. 구는 이 부지 가치를 최대 1000억 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도서관 사업에 책정된 부지 매입비는 50억 원 수준에 불과해, 열악한 남구 살림살이로는 '노른자 땅'을 헐값에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남구청은 대안으로 '송암근린공원 일원(3만 4333㎡)'과 노대동 소재 학교 용지(1만2624㎡)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렴한 토지 매입비용 ▲1만 평이 넘는 부지로 향후 30~50년 확장성 보장 ▲광주와 전남(나주·화순)을 잇는 권역형 입지 ▲5·18 민주화운동 사적지(광목간 양민 학살지)로서의 역사성 ▲자연 경관을 활용한 '공원형 라키비움(도서관+기록관+박물관)' 조성 가능성 등을 장점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국비 예산을 가져와 남구의 부채 310억 원을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남구 관계자는 "정 의원 측과 부지 관련해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송암근린공원 부지에 대해 전남광주시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기부채납 받은 '시유지'로 민간특례공원이 준공되는 내년 10월 이후 관리 주체가 남구가 된다"면서 "공원 조성을 변경해서 어떤 시설물을 유치한다든지 등은 남구에 달려 있다. 현재 남구와 국회도서관 후보지 검토와 관련해 협의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6·3지방선거 앙금 남았나…유치 확정도 안됐는데 '집안싸움' 남구
현재 남구가 집안싸움으로 파열음을 내는 사이 북구도 옛 광주교도소 부지와 국립광주박물관 인근 중외공원 일대를 후보지로 내세우고 있다.
남구 관계자는 "국회도서관 광주관 유치 부지는 내부 검토 단계로 정 의원과 이와 관련해 어떠한 협의를 진행한 바 없다"면서 "남아있는 용역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유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의 배경에는 과거 지방선거에서 빚어진 둘 사이의 앙금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정 의원은 3선 도전하는 김병내 청장의 경쟁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지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는 등 날 선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특히 정 의원은 "남구청장 선거 기간 남구에 상주하며 '부정선거 감시단'과 함께 노인일자리, 돌봄, 경로당을 이용한 대리투표 가능성을 막겠다"고 선언하며 김병내 청장을 겨냥해 백운광장 인근에서 직접 피켓을 들기도 했다.
더욱이 단체장 3선 고지에 성공한 김병내 남구청장이 2년 뒤 총선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조기 대결 구도 모양새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단순한 행정 이견이 아니라 3선 구청장의 차기 총선 도전을 견제하려는 '현역 의원의 길들이기'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굴러온 복덩이를 두고 지역의 정치 리더들이 소통 없이 각자의 셈법으로 충돌하는 촌극"이라며 "남구가 '집안싸움'으로 힘을 빼는 동안 조용히 유치전을 준비 중인 타 지역에 어부지리를 내어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국회사무처는 호남권 입법·정책 정보 서비스를 강화하고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할 목적으로 '국회도서관 광주관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무처는 지난달 용역 기관을 선정하고 향후 10여 개월간 건립 부지 선정과 예비·타당성 조사에 돌입한다. 해당 사업은 연면적 약 1만4000㎡ 규모로, 총사업비 약 938억 원(토지매입비 제외)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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