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성폭력을 해결하려다 전보·해임 처분을 받은 지혜복 교사가 부당 해임 713일 만에 학교로 돌아간다.
'A 학교 성폭력사안·교과운영부조리 공익제보교사 부당전보철회 공동대책위원회'는 8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보고회를 열고 서울시교육청과 지 교사가 조인식을 갖고 지 교사 복직 및 학교 성평등 문화 개선 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 교사의 복귀일은 오는 9일이다.
합의문에는 △지 교사 복직 및 안정적인 직무 복귀 지원 △성폭력 피해학생 및 양육자에 대한 사과와 회복 지원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의 공식 사과 △학교 성폭력 대응체계 및 성평등 교육 개선 △공익신고자 보호 제도 개선 등이 담겼다.
이번 합의로 지 교사는 다음날 A 학교로 복직한다. 학내 성폭력 해결과 부당 전보 철회를 요구하며 2024년 1월 21일 1인 시위를 시작한 지 962일 만이다. 부당 전보 거부 등을 이유로 해임된 날로부터는 712일만이다.
3년여 만의 복직 소식에 지 교사와 보고회에 온 참가자들은 밝은 표정으로 축제 분위기에 젖었다. 공대위는 보고회에 온 모두에게 무지개떡을 나눠줬다. 공연자가 노래를 부르면, 연대단체들이 가지고 온 깃발 십수 개가 동시에 나부꼈다.
보고회를 시작한 오후 7시경 70여 명이었던 참가자 수는 갈수록 늘어 교육청 정문을 가득 메웠다. 그들 중 일부는 지 교사에게 복직을 축하하며 꽃다발을 건넸다. 꽃다발이 워낙 많아 지 교사가 전부 들기 어려울 정도였다. 행복한 마음으로 출근하라며 새 신발을 건네는 이들도 있었다.
지 교사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 보고회 전후로 찾아온 이들과 세기 어려울 만큼 포옹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대기자가 너무 많아 줄이 생길 정도였으나, 지 교사는 지치는 기색 없이 모두와 함께 했다.
지 교사는 "우리 투쟁은 단지 A 학교 하나만에만 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고 성교육을 제대로 하겠다는 싸움이 아니라, 곳곳에 감춰지고 해결되지 않은 채 머물러 있는 학교 내 성폭력 사안을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외침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많은 의미가 담긴 이 싸움을 반드시 승리하고 싶었고 승리해야 했다. 오늘 합의문에 우리가 요구한 모든 내용이 담기지는 않았지만, 어려운 교섭과정을 거치면서 이만큼 담아냈고 정 교육감도 깨끗하게 사과했다"고 했다.
지 교사는 또 "지금부터는 합의문에 담긴 조치들이 이행되는지 점검해 나가겠다. 부족한 부분은 다시 한 번 요구해 끝까지 이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참가자들에게 복직 투쟁 과정에서 얻은 "값진 성장의 기회, 귀한 기억들을 갖고 일터와 단체, 학교와 가정, 사회를 성평등한 곳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정 교육감은 합의 직후 낸 입장문에서 "지혜복 선생님께서 다시 원래 근무하시던 학교로 돌아가 학생들과 만날 수 있게 되고,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갈등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것을 뜻 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이후 피해 학생과 양육자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후속 조치가 충분하지 못했고, 공익신고자인 지 선생님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와 행정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갈등이 장기간 이어지고 많은 분들이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정 교육감은 "지 선생님과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랜 시간 목소리를 내온 공동대책위원회와 연대해 주신 모든 분께도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교육청 앞에서 이어진 시위와 농성, 그 과정에서 발생한 경찰 연행 등으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으신 분들께도 교육기관의 책임자로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사과했다.
지 교사는 상담부장으로 근무하던 2023년 A 중학교에서 학내 성폭력 및 2차 가해 문제를 인지하고 공론화했다. 이 과정에서 지 교사는 학교로부터 전보 처분을 받았으나, 자신이 곧바로 학교를 떠나면 성폭력 사안이 제대로 해결될 수 없고 공익제보자에 대한 전보 처분은 부당하다며 학교에 그대로 남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 교사에 대한 전보 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2024년 9월 전보 명령에 따르지 않은 그를 해임했다. 이에 지 교사는 A 학교 성폭력 사안 해결과 복직을 요구하며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와 천막 농성 등을 해 왔다.
지 교사는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전보 처분 취소 1심에서 승리해 지난 1월 승소했다. 재판부는 지 교사가 공익신고자에 해당하고 그에 따라 전보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지난 7월 해임 처분 취소 1심에서도 승소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판결에 승복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