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경제 고립을 목표 삼은 '경제적 디데이(D-Day)'를 예고한 24일(현지시간)을 앞두고 양쪽 모두 타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미국은 이란과의 경제 거래를 공모로 규정하고 고립 작전 동참을 촉구했고 이란은 원유 수출 차단을 거론하며 특히 인접국에 참여하지 말 것을 강하게 경고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새벽이 오면 적을 상대로 펼치는 사상 가장 최대 규모 금융 공세, 경제적 디데이가 시작된다"며 "이란의 조력자들"에 대한 경고를 발신했다. 베선트 장관은 24일 대이란 추가 경제 압박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가 이란과 경제 거래를 갖는 다른 국가들에 대한 2차 제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베선트 장관은 칼럼에서 이란산 원유 구매·운송, 금융·무역 거래, 이란 항공기 입항 허용, 원유 해상 환적 묵인, 자국 은행을 통한 불법 금융 거래 봐주기 등을 이란과의 "공모"로 규정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러한 국가들은 (이란) 정권에 대한 유화책이 더 안전한 길이라고 계산 중이지만 그걸 유지하는 대가를 잘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은 행태가 "미국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 목표는 이란이 고립될 때까지 그 폭압적 정권을 지탱하는 모든 경제적 생명선을 끊는 것"이라며 "이란과의 관계 잔존은 해당 국가와 단체에 대한 경제적 배제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동참 땐 전쟁 행위 간주…페르시아만 전체 원유 수출 차단"
이란은 미국의 경제 제재 동참을 "전쟁 행위"로 간주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23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은 미국의 경제 전쟁에 참여하거나 지원하는 어떤 국가든 이란 국민에 대해 전쟁 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경제 전쟁이 계속된다면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 모든 곳에서 단 한 방울의 원유도 수출되지 않을 것"이라며 고립 작전 시행 땐 주변 걸프국 경제를 인질로 삼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란 반관영 <ISNA> 통신을 보면 레자이 사무총장은 전날 방송 인터뷰를 통해 인접국을 직접 겨냥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모든 인접국에 이란에 대한 경제 전쟁에 가담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가담국은 적대국으로 간주될 것"이라며 "우린 우선 해당 국가들과 협상을 통해 이러한 행동 자제를 요청하겠지만 계속된다면 그 나라를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란은 이미 전쟁 내내 미군 시설 공격을 빌미로 주변국에 미사일을 발사했고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원유 수출길을 막아 경제적으로도 심대한 악영향을 끼쳤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 부르스앤바자르재단 설립자 에스판디야르 바트망헬리지는 "이란의 전반적 경제적 고립은 아랍에미리트(UAE)나 이라크와 같은 주변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지만 레자이의 발언은 역내 국가들의 운명이 이란과 뗄 수 없음을 시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억류 조치 또한 위협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위해 신설한 페르시아만해협관리청(PGSA)은 2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관련 이란 규정을 위반하는 선박들은 향후 "벌금, 억류, 압수를 포함한 통행 제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의회에선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입법이 추진 중이다. 이란 관영 <IRNA> 통신을 보면 23일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 회의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이 이란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조항이 승인됐다. 해양·환경·연료 공급·보험·안전 및 기타 서비스가 수수료 징수 대상이다.
이란 온건파는 '양해각서 되살려야' 목소리
양국이 경제 공세 관련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이란 내부에서 종전 양해각서(MOU)를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제기됐다. <IRNA>를 보면 온건파로 분류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22일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행사 연설에서 "전쟁을 영원히 계속할 수는 없다. 언젠간 '전쟁도 평화도 아닌' 상태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이 사안에 관여했던 최고국가안보회의 위원들이 양해각서를 "존엄, 지혜, 실용성을 바탕으로 한 최선의 합의"로 여겼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해각서엔 "항복을 암시하는 조항이 단 하나도 없었고 모든 약속은 상대방과 관련된 것"이라고 짚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현 상태로는 이란의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그는 "전쟁도 평화도 아닌" 상태로는 투자를 끌어들일 수 없다며 이란이 "이성과 품위를 갖춘" 양해각서 이행을 통해 자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ISNA>를 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23일 행사 연설에서도 반대자들은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직접 관여한 적이 없어 이를 거부하는 것이라며 양해각서를 옹호했다.
중재국인 파키스탄도 외교적 해결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IRNA>는 24일 오전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군 총사령관이 이란 고위 당국자들과의 회담을 위해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출발했다고 전했다. 전날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양자 협력 및 역내 평화와 안보를 증진하기 위해 무니르 총사령관이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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