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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장가들다’와 ‘장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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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장가들다’와 ‘장가가다’

예전에는 구식결혼이라고 해서 온 동네가 시끄럽게 행사를 진행했다. 고모들 결혼식은 그렇게 구식결혼을 했는데, 우리 세대는 신식 결혼식을 했다. 구식결혼은 신랑이 신부 집에 가서 하는 것이다. 그것은 <세종실록>에도 나오는 말로 “남자가 여자의 집에 가서 혼례식을 치르는 것은 그 유래가 이미 오래 되어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왜 신랑이 신부 집에 가서 해야 하는가? 여기에서 오늘의 주제인 ‘장가들다’와 ‘장가가다’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맞는 말이다. 우선 ‘장가들다’는 ‘입장가(入丈家)’에서 유래한 말이다. 즉 ‘장인 집에 들어간다’는 말이다. 신랑이 처가에 가서 혼인을 하기 때문에 ‘장인 집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러면 왜 꼭 신랑이 신부 집에 가서 해야 하는가? 이것은 아들을 낳을 수 있는 날짜와 방법을 신부 집에서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신부의 달거리(月經)과 관계가 있다. 보통은 달거리가 끝난 후 닷새가 되는 날 아이를 만들어야 아들을 낳는다고 했다. 이것이 과학적으로 맞는지는 필자에게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순전히 우리나라의 풍습에 따른 것이므로 과학과는 무관하다고 볼 수 있고, 또 혹시 과학적으로 맞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오랜 세월 조상들이 터득한 생활양식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신랑이 신부 집에 들어가는 것에 중점을 두고 말한 것으로 본다면 ‘장다들다’라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다. 15세기에는 ‘댱가들다’라고 표기되어 있다. 과거에는 ‘丈’의 발음이 ‘댱’이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풍습에 ‘서옥(壻屋 : 사위가 거처하는 집)’에 살면서 일을 도와주며 첫 자식을 낳아 얼마간 키운 뒤 신부를 집으로 데리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신방 엿보기라고 해서 결혼 첫날밤을 엿보는 풍습도 있었다. 여러 가지 아들을 낳을 수 있는 방법이 전하고 있지만 지면 관계상 이러한 일들을 모두 글로 표현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 하나만 알린다면 ‘인시(寅時)가 아들을 낳을 수 있는 가장 적당한 시간’이라고 해서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아마도 과거에도 예단이나 예물 등이 과도하여 결혼예식을 치르는 데 힘든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세종대왕은 친히 검소하게 예식을 치르도록 권장한 글도 있다. 예단으로 마차 다섯 대에 예단을 싣고 갔다는 글이 있다. 이러한 폐단을 막아야 한다고 했는데, 아직도 예단으로 어려워 하는 가정이 있어 안타깝다.

‘장가가다’도 맞는 말이다. ‘장인 집에 간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사위가 되기 위해서 장인 집에 가는 것이기 때문에 ‘장가가다’도 틀리는 말이 아니다. 원래 혼사라는 것은 가문과 가문의 결합으로 여긴다. 신랑 집을 혼(婚)이라 하고 신부 집을 인(姻)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말은 신랑 집과 신부 집이 하나로 맺어진다는 말이다. 과거에 왕의 인척들이 득세하여 정권을 휘두른 적이 많다. 왕족과 가문으로 맺어진 사이이기 때문이다.

관계와 관계 속에서 아름다운 일을 만들어야 하는데, 재벌과 정치가와의 만남이나, 재벌과 재벌의 결합 등이 입방아에 오를 때가 많다. 가문의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소망이 더해져서 현대의 결혼 풍습으로 변한 것 같아서 안타깝다. 진실한 사랑을 근간으로 한 결혼 예식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마치기 전에 현대의 잘못된 결혼 관에 대해 몇 가지 첨언하고자 한다. 우선 과거에 함진아비는 보통 백부(큰아버지)가 담당하였다. 아들을 낳은 사람만이 함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보통 신랑 친구들이 함을 지고 장난을 치며 들어가는데,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함진아비의 얼굴을 험상궂게 그리는 것은 악귀가 틈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고, 신부 집 대문을 넘을 때 바가지를 깨는 것은 그 소리로 하여금 악귀들이 도망가게 하는 것이다.

아름다워야 할 결혼이 예단이나 주변 상황들로 인하여 아름답지 못하게 끝나는 것을 많이 본다. 허례허식을 버리고 참사랑을 맺어 진정한 혼인의 풍습을 이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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