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예비경선을 하루 앞두고 지도부 내에서 친명(親이재명)계와 친청(親정청래)계가 다시 격돌했다. 친명계는 친청계의 '생일별 투표 가이드'를 "노골적인 파당정치 행위"라고 맹비난했고, 친청계는 청년 최고위원제 좌초 논란 관련 공세에 대해 "가짜뉴스", "거짓 프레임"이라고 반격했다.
친명계 황명선 최고위원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일부 후보들이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를) 패키지로 묶어 지지자들에게 생월에 따라 투표할 후보를 정해주고 투표를 독려 중이라고 한다"며 "우리 민주당에서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말해 친청계를 겨냥했다.
최근 정청래 전 대표 지지층 사이에선 예비 경선에서 친청계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최고위원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생일별 투표 전략'이 공유되고 있다. 정 전 대표도 지난 18일 본인 유튜브 방송에서 "최민희, 이성윤, 한민수 이렇게 저와 함께하는 분들께도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하기도 했다.
황 최고위원은 "역대 어느 전대에서도 후보들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편을 갈라 다원 대상 표몰이를 하지는 않는다"며 "친소관계에 따른 심정적 지지야 언제나 있어왔지만, 이처럼 드러내놓고 조직적으로 실행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말해 정 전 대표와 친청계 후보들을 직접 겨냥했다.
황 최고위원은 "이런 행태는 사리사욕을 앞세워 특정인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파당정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낯 뜨거운 구태정치이자 당의 민주적 경쟁질서를 뿌리째 흔드는 파당정치를 당장 멈추고 당원들께 사과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른바 '생일별 투표 전략'에 대해선 "당원의 한 표를 생일에 따라 배분하듯 나눠 갖겠다는 발상 자체가 당원을 주권자가 아닌 표의 숫자로 여기는 오만"이라며 "노골적으로 당원주권을 훼손하는 행위", "당과 당원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기에 이런 행태를 공공연하게 벌이나"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날 회의에서 친명계 최고위원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SNS 발언으로 화두가 된 전당대회 기탁금 논란을 두고도 "대통령의 지적대로 이번 전대 기탁금이 터무니 없이 올랐다", "이재명 대표 시절 도입한 선거공영제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결정"이라고 힘을 실었다.
황 최고위원은 이같이 말하며 당 선거관리위원회를 겨냥 "저희 민주당에서 돈이 없어 출마를 고민하고 끝내 꿈을 접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 전면적으로 당직선거공영제 취지를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당 선관위는 반드시 기탁금을 종전 수준으로 되돌려 청년을 비롯한 모든 후보들에게 활짝 문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친명 강득구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청년을 얘기하지만 청년들 가슴을 때리는 정책만 만들고 있다"며 "얼마나 절박했으면 대통령께서 이렇게 글을 올리셨겠나. 우리 모두 반성하고 되돌아 봐야 한다"고 말해 청년 관련 화두를 특히 강조하기도 했다.
강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청년들의 기회의 문을 닫는 게 아니라 희망의 문을 주는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청년들이 돈 때문에 출마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원외 청년후보들의 기탁금은 더 과감하게 낮추는 안이 내일 선관위에서 신속히 통과되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당내에선 8.17 전당대회의 청년최고위원 선출제 부결을 두고 친명계와 친청계가 격돌한 바 있다. 친명계는 청년최고위원제에 반대한 친청계 최고위원들을 겨냥해 '미래 정치를 거부했다'는 취지로 비판해 왔는데, 정청래 지도부 영향 아래 결정된 이번 기탁금 상향을 두고도 청년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모양새다.
지도부 밖에선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청년 세대들에게 너무나 죄송하다"며 청년최고위원제 무산과 기탁금 상향 결정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냈다.
김 전 부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년최고위원 선출 제도에 대해 "청년 세대에게 스스로 자기들의 힘으로 자기들의 리더를 뽑아서 그들이 민주당에 들어오게 하겠다는 굉장히 큰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평하며, 친청계 최고위원들을 겨냥 "그런데 그걸 다시 이전처럼 '당헌·당규가 미비하니까 지명 제도로 가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김 전 부원장은 기탁금 문제를 두고도 "어떻게 4년 전에 이재명 대표께서 500만 원 기탁금 (하향)한 걸 갖다가 2000만 원으로 늘려놓는가"라며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제가 (출마) 당사자기 때문에 저희 얼굴에 침을 뱉는 것 같아서 말을 아꼈다", "청년세대들한테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
반면 친청계에선 청년 최고위원제와 관련한 친명계 측 공세에 대해 "거짓 프레임"이라고 반격했다. 문정복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석상에서 "민주당의 그 누구도 청년의 문제에 눈감지 않았다"며 "가짜 프레임을 퍼뜨리며 국민과 당원을 이간질하는 행위를 멈춰 달라"고 날을 세웠다.
문 최고위원은 청년최고위원제 무산에 대해 "그 누구도 청년을 링 밖으로 내몰지 않았다. 오히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자고 했다"며, 친명계 측의 공세를 두고 "(거짓 프레임은) 당장은 진영에 유리한 듯보이지만 진실은 언제나 드러나게 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친청계의 청년최고위원제 신설 반대 표결에 대해선 "청년최고위원 선출은 당헌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최고위를 거쳐 당무위, 중앙위까지 거쳐야하는 (당헌 개정) 절차를 전대 후보 등록을 코앞에 두고 진행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지명직 청년최고위원을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문 최고위원은 친명계 측이 정 전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한 박지원·박규환 최고위원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지명직 최고위원에게도 당헌이 임기를 보장하고 있다"며 "도대체 민주당의 당헌당규를 어디까지 내팽개칠 작정인가"라고 꼬집었다.
박규환 최고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청년최고위원 제도의 경우, 최고위원회가 당헌·당규 개정 등 선결절차 이행에 따른 어려움으로 사실상 이번 전대에는 적이용 불가하단 점을 확인한 것"이라며 "가짜뉴스에 기반한 지도부 흔들기는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박 최고위원은 기탁금 문제에 대해선 "최고위원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선관위에 법과 당헌·당규 안에서 최대한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결정을) 재고해줄 것을 권고한 바 있다"며 "전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의 혼란과 논란은 없어야 한다"고 말해 논란 확산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최고위원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당헌·당규를 자의로 해석하거나 근거 없이 지도부를 비방하고 공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최고위원은 그러면서도 "요즘 당원동지들이 '혹시라도 개혁이 여기서 멈추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은 것을 잘 안다"고 말해 친명계 측의 중도·외연확장 기조를 애둘러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박 최고위원은 "반대세력의 저항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자중지란에 의해서 사람 사는 세상, 억강부약 대동세상의 꿈이 좌절되는 건 아닌지 당원들이 불안해하고 계신다"며 "민주당을 지켜 달라"고 했다.
역시 검찰개혁 등 의제에 강경기조를 보이며 소위 개혁파를 자처하는 정 전 대표와 친청계에 대한 사실상의 표심 호소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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