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권 제2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가시화되면서 정치권과 일부 지역에서 '역차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전북에서는 "정작 수십 년간 이어진 수도권과 영남 중심의 산업정책에는 침묵하다가 이제 호남에 대규모 국가 전략산업이 들어오려 하자 역차별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경제적 고려 없이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출범이나 전당대회 같은 정치적 계산에만 매몰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무리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이재명 정권이 삼성과 SK 총수를 줄줄이 불러들여 호남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역 간 유치 경쟁도 본격화되면서 경북 구미시는 산업용지를 평당 1000원에 공급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고, 충청권에서는 호남권 공업용수 부족에 대비해 대청댐 용수를 공급하는 방안까지 거론되면서 '지역 간 신경전'도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민석 국무총리는 "낡은 정치가 또 미래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며 "기업은 시장 논리에 따라 투자하고 정부는 그 성공을 지원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전북에서는 이번 논란 자체가 지역균형발전의 역사적 맥락을 외면한 정치공세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전북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국가 산업정책에서 수도권과 영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던 현실을 부인할 수 없는 데다, 같은 '호남권' 안에서도 광주·전남 중심 개발정책 속에서 '전북 홀대론'과 '삼중 소외론'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반도체 산업 역시 용인·평택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메가클러스터와 구미·포항 등 영남권 산업벨트가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축을 형성해 왔다. 그 과정에서 호남에는 대규모 첨단 반도체 생산기반이 사실상 전무했다.
이 때문에 전북에서는 이번 투자를 특정 지역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그동안 누적된 지역 불균형을 일부라도 바로잡기 위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전북은 '호남권'으로 분류되지만 각종 국가사업과 SOC, 산업배치 과정에서는 언제나 광주·전남과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였다.
새만금 개발 역시 지난 30여 년 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계획이 수정되고 투자 시기가 늦춰졌으며, '잼버리 파행' 이후에는 새만금 SOC관련 국가예산이 전북도민은 영문도 모른 채 삭감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북에서는 "호남 전체가 특혜를 받아온 것처럼 말하는 것 자체가 현실과 거리가 먼 '정치적 논쟁'일 뿐" 이라는 반응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전북은 수도권에도 밀리고 영남에도 밀렸으며, 호남 안에서도 제 몫을 찾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해온 지역"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어느 지역이 더 가져가느냐는 제로섬 논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지도를 다변화하는 국가 전략"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업이 경제성을 따져 투자하고 정부가 기반시설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 산업정책의 기본"이라며 "그동안 특정 지역에 집중됐던 첨단산업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까지 정치공세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지역균형발전은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북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국가균형발전의 기준' 자체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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