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파도여! 아! 파도여!
부서져도 또다시 솟구쳐라!
너의 미래가 폭풍이 될 때까지!"
지민주 동지의 노래 <파도 앞에서>와 함께한 톨게이트지부 문선대 '민패'의 힘찬 몸짓으로 2025년 3.8 여성파업 본대회가 열렸다. 12.3 계엄령 이후 윤석열 탄핵 집회를 매주 이어가던 와중 윤석열 석방을 맞닥뜨렸음에도 절망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고 있는 노동자와 말벌동지들, 민중들처럼 여성 노동자와 여성, 학생, 민중들은 3.8 여성의날을 맞아 2024년에 이어 3.8 여성파업 본대회를 펼쳤다. 하루 전인 3월 7일에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전야제가 열렸다. 본대회는 세종호텔지부 고진수 동지가 고공농성 중인 세종호텔 앞에서 진행되었으며 4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세종호텔 앞을 가득 메웠다.
여성 노동자들의투쟁으로 시작된 3.8 여성의날
"너희는 갈라치지만 우리는 단결한다! 여성이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 가자, 여성파업!"
본대회 사회를 맡은 톨게이트지부 박순향 지부장은 구호를 외치며 본대회를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3.8 여성의날의 의미를 전했다.
"여성의날은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시작했습니다. 1910년 독일 여성 사회주의자들이 국제 여성의 날을 제안하기에 앞서 미국 섬유공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대규모 투쟁이 벌어졌습니다.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노조 활동의 자유, 선거권 보장을 요구하는 대규모 투쟁이 일어났고, 무려 13주간에 걸친 파업도 이어졌습니다. 1917년 3월 8일 '빵과 평화'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진 러시아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은 러시아 노동자혁명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이렇듯 3.8 여성의날은 여성 노동자의 날이자 여성 노동자가 단결하는 날입니다. 특히 여성과 성소수자 혐오를 확산시키는 극우 세력의 준동이 거세지는 요즘, 여성 노동자가 사회변혁의 주체로서 그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어서 그는 3.8 여성파업 본대회를 세종호텔 농성장에서 열게 된 이유에 대해 말했다. "호텔은 다수 여성 노동자들이 힘든 노동을 하는 사업장입니다. 그리고 세종호텔지부는 호텔에서 민주노조를 세우고 싸우다 해고되었습니다. 그렇기에 3.8 여성파업조직위는 이번 3.8 여성파업 본대회를 세종호텔에서 치르는 게 더욱 의미가 있겠다 생각하고 바로 이곳에서 본대회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구조적 성차별에 맞서자
첫 번째 발언을 맡은 교육 노동자 지혜복 동지는 "저는 A학교 성폭력 사건과 구조화된 성차별을 타파하기 위해 지금껏 싸우고 있습니다. 오늘은 3.8 여성파업의 날이자 여성의날입니다. 우리는 이날을 단순히 기념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닙니다. 작년에 이어 우리는 성차별 구조에 맞서 여성이 주체가 된 파업을 통해 우리의 요구를 널리 알리고 성차별 사회를 깨뜨리기 위해 힘을 모으고자 여기 모였습니다. 최근 광장으로 모여드는 2030 세대, 청소년, 성소수자를 보며 매우 뜻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성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 넓게 조직된 힘으로 모일 것입니다. 성차별 구조를 타파할 때까지 함께 싸울 것입니다."라며 본대회 참가 의의를 밝혔다.
또한 윤석열 구속 취소와 극우 세력 준동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윤석열 구속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성평등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고 성폭력이 더욱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는 극우 세력의 부상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극우는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사회적 소수자의 설 자리를 없애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극우는 성차별을 기반으로 합니다. 나아가 극우 세력을 통해 모든 영역에서 차별이 정당화되고 있습니다."

직장 내 성차별을 타파하자
두 번째 발언은 KEC지회 이미영 부지회장이 맡았다. 그는 먼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동지들과 여성의날을 함께할 수 있어 기쁩니다."라며 참가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그는 여전히 계속되는 직장 내 성차별에 대해 지적했다. "KEC지회는 (성)차별이 심한 사업장입니다. 수십 년간 여성 노동자들은 승진과 임금에서 차별받고 있습니다. 입사 시부터 여성이 남성보다 직급이 낮습니다. 여성에게는 승진의 기회도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남녀의 임금 차이가 두 배 가까이 나기도 합니다. 국가인권위는 회사에 차별시정을 권고했고 지회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도 법원은 1심에서 차별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법원 판결 이후에도 KEC 사측의 성차별은 계속되고 있다. "(노동조합이) 남녀차별 문제를 제기한 지 5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매년 여성 가운데 한두 명 정도 S등급으로 승급이 되는 작은 성과가 있긴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더 억울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문제를 제기한 우리 지회 여성 조합원들은 단 한 명도 S등급으로 승진하지 못한 것입니다. 정말 치졸한 자본입니다. 이 문제는 노조 간 차별이고 부당노동행위입니다."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자
세 번째로 무대에 오른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김금영 지부장은 "3월 8일, 여성의날을 맞아 단순히 기념하기 위해서가 아닌, 우리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과 투쟁의 외침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자 저는 이 자리에 섰습니다."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상담 노동자들은 '빵과 장미'의 정신을 계승하며, 부당한 현실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며 상담 노동자들의 현실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상담 노동자들은 매일 방광염, 신우신염 등 각종 여성질환과 근골격계질환, 우울증 등 수많은 질병과 고통을 안고 살아갑니다. 12개 센터를 운영하는 서로 다른 용역업체들 간의 경쟁과 실적 압박 속에서 상담사들은 몇 푼 안 되는 인센티브의 노예로 전락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패배자로 낙인찍히며 굴욕스런 삶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노동착취는 고물가와 고금리라는 불경기 속에서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임금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현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듭니다. 뿐만아니라 경력 단절 여성, 한부모 가정, 여성 가장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된 대우와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대의 힘으로 넘어서는 차별
이어서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이자 트랜스젠더 여성인 소하 동지는 트랜스젠더가 일터에서 당하는 많은 차별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성별 정정을 하지 못한 트랜스젠더는 정체화한 성별과 법적 성별이 달라 구직부터 어려움이 많습니다. 노동능력과는 상관없이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숨기고 법적 성별로 취직하거나 구인이 어려운 노동환경이 열악한 사업장으로 취직합니다. 취직 이후에도 트랜스젠더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정체화된 성별로 패싱되지 않을까 봐 늘 걱정하고 눈치를 봐야 합니다."
말벌동지이자 트랜스젠더 청소년 노동자인 샤샤 동지도 "면접 때 성희롱을 당하고 탈의실을 못 써 남들 다 퇴근하면 조리복을 갈아입었고, 정직원 기분에 따라 입술색을 바꾸기도 했고, 내일부터 출근해 달라던 직장에서 직원들이 트랜스젠더와 일하기 싫어 하니 출근하지 말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3.8 여성파업 본대회에 참여하며 연대의 힘을 얻는다고 했다. 소하 동지는 "우리는 이곳을 통해 연대의 힘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많은 소수자들이 광장에서 함께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고, 이 외에도 많은 분들이 소수자와 연대하고 있음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 세상에는 없어져야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것들이 잔뜩 있습니다. 인종차별, 이주민차별, 장애인차별, 아동 및 청소년차별, 성차별, 성소수자차별 등입니다. 우리는 이것들을 연대의 힘으로 모두 없앨 것입니다."

하나 된 힘으로 억압을 벗어던지자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회원이자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선전부장인 변주현 동지는 남성 노동자가 다수인 사업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겪는 여러 어려움과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온드라 동지는 이주민들이 겪는 차별과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들 두 동지 역시 어려움과 장벽을 마주하고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변주현 동지는 "(자본이) 이윤을 위해 성별을 갈라치는 겁니다. 여러분, 우리 모두 같은 인간 아닙니까?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억압하고 싸우고 헐뜯으면 누가 제일 좋아하겠습니다. 기득권이 좋아하겠죠. 저는 스스로 여성임을 인지하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차별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투쟁할 것들이 더 많아졌고 또 그래서 힘들지만 내 어머니가, 가족이, 친구가, 동료가 억압받는다 생각하면 이 악물고 헤쳐 나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온드라 동지는 "한국 사회에서의 진정한 성평등을 위해 우리 이주 여성 노동자들이 차별받는 현실에도 관심 가져 주시고 함께 싸워 주십시오. 우리 이주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차별받고 있는 한 진정한 성평등 사회는 없습니다. (중략) 윤석열 탄핵과 파면을 요구하는 광장의 목소리와 함께하면서 느낀 중요한 가치는 바로 연대라고 느낍니다. 윤석열이 파면된다고 하더라도 더 나은 사회,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요구는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호소했다.
차별에 맞서 빵을! 권리 쟁취를 위해 장미를!
마지막 발언은 고공농성 중인 세종호텔지부 고진수 지부장이 이었다. 그는 "차별에 맞서 빵을! 권리를 쟁취하고자 장미를!"이라는 구호를 외친 후 발언을 시작했다.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은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생존에 위협을 상시적으로 감당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종호텔 사업장 또한 정리해고 이전에 상시적인 구조조정의 칼날 앞에 먼저 앞세워지는 이들은 여성 노동자들이었습니다. 고용이 유지되더라도 임금 삭감과 전환 배치를 통해 권리를 빼앗겼습니다! 경력이 오래될수록 임금은 오르지 않고 노동강도는 더 심해지는 구조가 더 공고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종호텔이 속한 서비스연맹에는 상대적으로 여성 노동자들이 많이 속해 있습니다. 서비스를 하는 노동이라고 하지만 어느 일 하나 노동강도가 약한 일이 없고 심지어 감정노동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중으로 힘이 듭니다. 이러한 악조건에 더해서 이제는 상당수의 업무가 직접고용이 아닌 외주하청 소속으로 고용이 되어 상시적 고용불안과 최저임금에서 벗어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는 노동자의 힘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자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자본주의체제의 위기에서 국가와 제도정치권이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해 줄 리 없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동자계급의 권리는 노동자들 스스로 더 많이 조직하고 그 힘으로 쟁취해야 합니다. 3.8 여성파업을 조직하고 실천하는 동지들이 불씨가 될 것을 믿습니다!"
발언 사이사이에는 "프리, 프리! 팔레스타인!"과 같은 전쟁에서 고통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민중을 위한 구호도 퍼졌고 세종호텔 앞에서 고공농성 중인 고진수 동지는 물론 한국옵티탈하이테크 불 탄 공장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박정혜, 소현숙 동지를 응원하는 구호, 학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동덕여대 학생들을 위한 구호 등도 제창되었다.
이어서 3.8 여성파업 본대회는 선언문 낭독 후 서울고용노동청까지 걷는 행진으로 마무리되었다.
2025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에는 모두 41개의 단체들이 함께했으며 그 외 많은 말벌동지들과 시민들이 같이했다. 2025 3.8 여성파업은 8일이 토요일인 관계로 7일 간부파업, 학생 동맹 파업 등으로 추진됐다. 국민건강고객센터지부, 학습지노조, 쿠팡, 사회복지지부 등 일부 사업장 동지들이 간부파업을 진행했고, KEC지회는 전 조합원 특근 거부를 했다. 여러 노동자, 미조직 노동자, 학생 등 많은 동지들이 2025년 3월 7일과 8일, 서로 파업의 의미를 또 한 번 확인하며 더욱 거대한 파업을 결의하고, 연대의 뜨거운 목소리를 확산할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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