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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여객기 참사 "장애인 채용" 때문?…'다양성' 탓으로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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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여객기 참사 "장애인 채용" 때문?…'다양성' 탓으로 돌려

근거 제시 없이 "상식"…참사 정치적 이용 시도에 공화당서도 비판

미국 워싱턴DC 인근 여객기 추락 참사에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판단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추락 원인을 근거 없이 다양성 정책 탓으로 몰며 곧바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전날 발생한 여객기 추락 참사에서 "생존자가 없다"고 밝혔다. 전날 승객 60명, 승무원 4명을 태우고 캔자스주에서 출발해 오후 8시48분께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위치한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착륙하려던 아메리칸항공 여객기가 군인 3명이 탑승한 채 근에서 훈련 중이던 군용 헬기와 충돌해 두 항공기 모두 공항 인근 포토맥강에 추락했다.

미 의회전문지 <더힐>을 보면 존 도널리 워싱턴DC 소방청장도 30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두 항공기 탑승자 67명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판단해 구조에서 수습으로 임무를 전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여객기에서 27명, 헬기에서 1명의 주검이 수습됐다고 설명했다. 미 ABC 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30일 오후 40구 가량의 주검이 수습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참사를 곧바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시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추락 사고의 원인은 모르지만 우린 강력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며 "미 연방항공청(FAA)은 이 기관 웹사이트에 명시된 다양성 및 포용성 채용 이니셔티브 아래 중증 지적 장애, 정신과적 문제, 기타 정신 및 신체 질환을 앓고 있는 직원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다"며 사고 원인을 다양성 정책 탓으로 돌렸다.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취재진이 아직 원인 규명이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인종, 성별 등 소수자 차별을 없애고자 하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채용을 추락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지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난 상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연방항공청의 장애인 채용은 트럼프 1기 정부 때인 2019년 4월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항공청 웹사이트를 보면 2019년 4월11일 항공청은 항공 교통 운영 분야에서 장애인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까지 다양성 탓으로 돌리는 등 관련 없는 많은 문제들의 원인을 다양성으로 지목한 바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양성, 젠더, 기후 변화 등에 관심을 덜 기울였다면 "인플레이션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여기에도 근거는 없었다.

주검이 채 수습되기도 전에 일어난 참사의 정치적 이용 시도에 비판이 쏟아졌다. <워싱턴포스트>를 보면 대통령사 전문가 더글라스 브링클리는 "이런 순간엔 엄숙한 추모의 표현을 해야 한다. 그것이 미국에서 비극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하는 일"이라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의미의 트럼프 선거 구호) 2025 의제를 밀어 붙일 기회로 이용하려 시도했다"고 비판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인터넷에서 음모론이 퍼지는 일은 다반사지만 "주검이 아직 수습 중이고 가족들이 통보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이 쓸데없는 추측을 내뱉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속이 뒤집힌다"고 비판했다.

공화당에서조차 비난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원 교통위원회 소속 팀 버쳇 공화당 하원의원은 미 CNN 방송에 "나는 여러분, 특히 내 쪽의 보수적 동료들에게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될 때까지 손가락질(finger-pointing)을 보류하자고 경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은 아직 규명 중이다. <AP> 통신을 보면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여객기에서 조종석 음성 및 비행 데이터 기록 장치(블랙박스)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사고 뒤 레이건 공항 인근의 극도로 혼잡한 상공 환경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공항 인근에 백악관, 연방의회, 국방부 등 주요 정부 건물이 위치해 정부 인사 및 의원들의 비행 수요도 많고 군용기 및 경찰기 등 각 정부 기관의 항공기, 여객기가 공존하는 데다 보안 문제로 일부 상공의 접근이 제한돼 복잡성을 더한다는 것이다.

주로 국내선 항공편이 이착륙하는 이 공항의 일일 운항편수는 800편 이상이다. 이 공항은 연간 1500만 명의 승객을 처리하도록 설계됐지만 최근 연간 이용객이 2500만 명 가량으로 늘었다. 워싱턴광역항공국(MWAA)은 레이건 공항 활주로가 "미국에서 가장 바쁜 활주로"이며 수용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밝힌 바 있다.

공항 당국의 반발에도 지난해 미 의회는 레이건 공항에 5개의 왕복 항로를 추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레이건 공항 항공편 추가에 반대했던 버지니아주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소속 팀 케인 상원의원은 30일 미 NPR 방송에 "여기 사는 사람들은 이곳이 얼마나 복잡하고 혼잡한 영공인지 알고 있다"며 "우린 혼잡에 대한 경고를 보내며 어젯밤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사고가 일어난 29일 저녁 레이건 공항 관제 인원이 적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연방항공청 예비 보고서에 따르면 헬기 교통 및 비행기 이착륙을 관리하는 항공 교통 관제사가 통상 오후 9시30분 전에 2명이 근무하는데 이날은 한 명이 9시30분 이전에 퇴근해 1명만 남아 두 업무를 함께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예비 보고서가 이러한 직원 배치는 "시간대와 교통량에 비추어볼 때 정상이 아니었다"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AP>는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이 근무 교대, 휴식, 항공 교통이 느릴 때 종종 두 업무가 결합된다며 당시 관제 직원 배치가 정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훈련 중이던 군 헬기가 여객기와 충돌해 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이 지역 혼잡한 영공에서의 훈련 필요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군은 관청이 몰려 있는 이 지역에서 비상사태가 일어날 경우 정부 관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이곳에서 비행 훈련을 해 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대니얼 드리스콜 미 육군장관 후보자는 30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육군이 혼잡한 지역에서 비행 훈련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육군이 "훈련 위험을 감수하기에 적절한" 장소를 검토해야 하며 "이는 레이건 공항 인근과 같은 곳이 아닐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포토맥강에 전날 군용 헬기와 충돌해 추락한 여객기 잔해가 남아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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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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