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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 '최전선' 워싱턴 식당가…"트럼프 관리들엔 '불편한 서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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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 '최전선' 워싱턴 식당가…"트럼프 관리들엔 '불편한 서비스' 제공"

종업원들 "음식 느리게 서빙하고 나쁜 자리 배정할 것"·"공화당이 팁 더 줘" 환영도

조 바이든 정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며 관청이 몰린 워싱턴DC 식당가 손님층도 크게 바뀔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극히 낮은 이 도시 식당들에서 트럼프 정부 관리들에 '불편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종업원들의 경고와 반이민 정책으로 인해 노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식당 주인들의 우려가 뒤섞여 나오고 있다.

워싱턴DC 식당가를 취재한 <뉴욕타임스>(NYT)의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를 보면 메트로워싱턴식당협회 숀 타운센드 회장은 "DC 레스토랑은 정말 최전선에 있다"며 "이 지역과 정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이곳의 식당이 가장 먼저 체감한다"고 말했다.

정권 교체로 인해 사소하게는 메뉴 이름부터 바뀐다. 이 지역 식당 '이민자 음식(Immigrant Food)'이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에 영감을 받아 개발한 강황밥과 코코넛 커리 치킨 메뉴는 이제 '부통령볼(Madame Vice President Bowl)'에서 '헤리티지볼'로 이름을 바꾼다.

이 식당 공동 창업자인 티아 이바노비치는 '이민자 음식' 식당에 반이민을 주장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의미의 트럼프 구호) 모자를 쓴" 손님이 들어오면 "이민자 음식'이라는 이름의 식당에 오는 게 어떤 느낌이냐"고 묻곤 한다고 한다. 답은 늘 똑같다. "우린 이민자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불법 이민자를 싫어하는 겁니다."

정권 교체 뒤 이전보다 더 많은 트럼프 정권 연관 인사들이 이 지역 식당에 방문하겠지만 워싱턴DC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극히 낮은 지역이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 지역 득표율은 6.5%에 불과했다. 90% 이상이 해리스 전 부통령에 투표했다.

일부 업장 종업원들은 트럼프 정부 관리들에 '미묘한 불편'을 주는 서비스를 예고했다. 이 지역의 한 고급 레스토랑 바텐더는 지난달 워싱턴DC 음식·생활 잡지 <워싱터니언>에 "나는 음식이 나올 때까지 20분을 기다리게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며 "누군가의 삶을 망치지 않으면서도 노동자로서 우리의 힘을 되찾았다고 느낄 수 있는 기회는 많다. 그들에게 미묘한 불편을 주는 것이 우리에겐 작은 승리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지역 또 다른 고급 레스토랑 지배인은 트럼프 정부 인사들을 인터넷으로 모두 검색해 방문시 "나쁜 자리"에만 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그 외엔 품위 있고 예의 바른 서비스를 보장할 것"이라며 "나쁜 자리를 받는 것은 그들이 가할 해로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이 지역 식당 한 종업원은 이 잡지에 "성매매를 하거나 수백만의 사람들을 추방하려는 공직자에 대한 서비스는 거부할 것"이라고 밝힌 뒤 해당 식당에서 해고됐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보도하기도 했다.

잡지는 공화당원을 환영하는 종업원 또한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DC의 여러 식당과 술집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한 바텐더는 잡지에 정치적으로는 해리스 전 부통령에 투표했지만 팁을 더 후하게 주고 간단한 음료를 주문하는 공화당원들이 업장에 몰려드는 것이 바텐더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나나 내 동료가 인지하는 공화당원들의 평균 팁은 30%에 가깝다. 민주당원의 경우 20%를 넘으면 놀랄 정도"라며 공화당 주최 행사에선 대부분 버번, 보드카 소다, 와인 같은 번거롭지 않은 음료 주문이 많은 데 반해 민주당 주최 행사에선 특별 요청 사항과 더 많은 대체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러운 돈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생계를 위태롭게 하지 않고도 정치적 우려를 표명할 수 있는 더 효과적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터니언>은 이 지역 식당들은 오랫동안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었지만 트럼프 1기 때부터 바뀌기 시작했고 트럼프 정부 관리들이 식당에서 곤욕을 치르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고 짚었다. 2018년 6월 트럼프 정부 국토안보부 장관이었던 커스텐 닐슨은 워싱턴DC의 한 멕시코 식당을 방문했다가 반이민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마주해야 했다. 당시 지역 매체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이들이 시위대에 합류해 닐슨 전 장관을 비난했다고 전했다. 며칠 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당시 백악관 대변인도 버지니아주 한 식당에서 주인으로부터 나가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업체들은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 탓에 이민자 노동력이 빠져 나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바노비치는 <뉴욕타임스>에 "수백만 명의 농장 노동자와 식당 노동자를 추방한다면 노동력은 줄어들고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은 박사 학위가 없어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하는 정부효율부가 연방 기관 인력 감축을 추진할 수 있는 것도 이들을 손님으로 둔 이 지역 식당들에겐 악재다. <뉴욕타임스>는 이 지역 식당들이 여전히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매출 하락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연방 인력 감축은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신문은 다만 효율부가 추진하는 원격 근무 종료로 이 지역이 다시 북적일 수 있다는 기대 또한 업체들에서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여전히 많은 식당 주인들은 정치와 식사를 섞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1974년부터 워싱턴DC 식당 '모노클'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매니저 닉 셀리모스(74)는 신문에 이 지역 식당의 핵심은 "정치적 신념 없이", "모든 손님을 똑같이 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한 식당에서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시청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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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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