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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명령 법원 첫 제동…"출생시민권 제한, 노골적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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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명령 법원 첫 제동…"출생시민권 제한, 노골적 위헌"

트럼프 과감 행보는 계속… OPEC에는 유가 인하 압력·연준에는 금리 인하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에 23일(이하 현지시간) 연방법원이 "노골적 위헌"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유가를 낮추라고 촉구하고 금리를 낮춰야 한다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압박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을 보면 23일 시애틀 연방법원의 존 코에너 판사는 워싱턴·일리노이·오리건·애리조나주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당일 내린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에 이의를 제기한 소송에서 이들 주의 손을 들어줬다. 코에너 판사는 이에 따라 해당 행정명령의 효력을 14일간 차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법원이 관련해 장기 가처분 명령을 내릴지 검토하는 기간 중 적용될 긴급 차단 명령으로 전국에 적용된다. 해당 행정명령 장기 차단에 대한 심리는 다음 달 6일로 예정돼 있다.

이날 코에너 판사는 "40년 넘게 판사로 일하며 이번만큼 명확한 질문이 제기된 사례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해당 행정명령은 "노골적으로 위헌적 명령"이라고 분명히 했다. 코에너 판사는 트럼프 정부 변호인단을 향해 "어떻게 변호사가 이걸 헌법에 부합하는 명령이라고 명백히 말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신이 아찔할 정도다"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코에너 판사는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원로 법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확실히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서명한 행정명령은 불법 이민자의 미국 출생 자녀에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도록 해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을 미국 시민으로 규정하는 미국 헌법 14조와 충돌한다.

이에 위 4개주를 포함해 미국 22개주 및 시민단체 등이 이 행정명령을 거부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남북전쟁 뒤 1868년 비준된 헌법 14조는 노예 출신을 포함해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시민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취지로 입법됐다.

<AP> 통신은 닉 브라운 워싱턴주 법무장관이 헌법 14조가 미국 대법원 역사상 최악의 판결로 불리는 흑인 시민권을 제한한 1857년 드레드 스콧 대 샌드포드 판결을 뒤집은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법원의 빠른 결정이 놀랍지 않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나라 전역에서 아이들이 매일 태어나고 있기 때문에 지금 행동해야 한다"며 "미국 땅에서 태어나면 미국 시민이라는 것은 세대에 걸쳐 이 땅의 법이었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이를 바꾸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에 법원이 제동을 건 첫 사례다. 그러나 남부 국경 비상사태 선언에 따른 국경 군 인력 배치도 수행 임무에 따라 국내 치안 목적 법집행에 군 투입을 제한하는 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무더기 행정명령에 대한 법적 분쟁이 이어질 소지는 다분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화상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이유로 OPEC에 석유 가격을 낮추라고 촉구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에 유가를 낮추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가격이 내려가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즉시 종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석유, 가스 등 에너지 자원 판매를 통해 수입을 얻고 있는 것을 지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모하메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전화 통화를 갖기도 했다. 23일 사우디 국영 SPA 통신은 해당 통화 사실을 보도하며 빈살만 왕세자가 향후 4년간 6000억 달러(약 860조 원) 이상 대미 투자 및 무역을 확대할 의향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연설에서 관련해 언급하며 "(빈살만) 왕세자에 (투자 규모를) 1조 달러(1432조 원)가량으로 마무리하자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합의를 보장하기 위한 우리 노력이 현재 진행 중"이라며 "빨리 푸틴 대통령(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전쟁을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며 지난 17일 있었던 "시 주석(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도 이를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푸틴 대통령을 향해 협상을 촉구하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높은 수준의 세금, 관세,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팀은 취임도 전에 중동에서 휴전협상을 타결했다. 우리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가자지구 전쟁 휴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인하 요구에 국내 물가 안정 및 금리 인하 목적도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를 보면 이날 다보스 연설에서 "금리를 즉시 인하해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도 기자들에게 "유가가 하락하는 걸 보고 싶다.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 인플레이션율이 많이 하락할 것이고 그러면 자동적으로 금리도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자신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준보다 "금리를 훨씬 더 잘 알고 있다"며 금리가 "훨씬" 낮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줄 것으로 기대하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적절한 시기에"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발언으로 인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 간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다.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오는 28~29일 FOMC 회의 뒤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높은 관세, 이민 규제는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 연준 위원들은 지난달 FOMC 회의에서 통화정책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논의한 상황이다.

이달 8일 공개된 지난해 12월 FOMC 의사록을 보면 "거의 모든 참가자가 인플레이션 전망의 상방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했고 "참가자들은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최근의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와 무역 및 이민 정책의 잠재적 변화의 영향을 언급"했다. 참가자들은 회의에서 통화정책 전망을 논의하며 "정책 완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한 시점 혹은 그 부근"에 있다고 제시했다.

▲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서명한 인공지능(AI)관련 행정명령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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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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