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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평 숙소비 54만 원", "주말에도 일해"…필리핀 가사관리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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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평 숙소비 54만 원", "주말에도 일해"…필리핀 가사관리사의 눈물

정부는 사업 확대 계획…노동계 "장기계획부터 다시 세워야"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실시 중인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으로 입국해 일하고 있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낮은 급여, 예상과 다른 업무 내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뒤늦게 알려졌다. 정부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이같은 호소에도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노동계에서는 사업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월 초 필리핀 가사관리가 9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메신저 단체 대화방 주관식 설문으로 진행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만족도 등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불만 내용으로 서울의 높은 생활비에 비해 낮은 급여, 임금의 4분의1을 넘는 기숙사비 공제 등을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받는 월급에 비해 도심 속의 공과금(생활비) 너무 비싸 통장에 남는 돈이 없어 본국에 있는 가족의 생활이 너무 걱정된다", "공과금이 너무 비싸 부담스럽다. 특히 기숙사비 53만9000원은 너무 비싸다", "수입이 너무 적어 어쩔 수 없이 주말에도 일해야 한다. 일주일에 쉬는 날이 없다" 등 답변이 나왔다.

실제 지난 9월 한 가사관리사의 급여명세서를 보면, 지급액 183만174원 중 71만2670원이 공제돼 실 지급액은 111만7504원이었다. 공제액 중 가장 큰 것은 숙소비 53만9000원(부가세 포함)이었는데,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거주하는 기숙사 숙소의 크기는 1인실 1.45평(4.8제곱미터), 2인실 1.96평(6.5제곱미터)이다. 나머지 공제액은 통신비와 소득세,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이었다.

앞서 지난 8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했고,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도 "혼자 와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본인이 버는 것의 80%를 본국에 송금한다. 가족들은 본국에 있으니 그들의 가족 생계비는 그 나라 기준으로 따져주는 것이 맞지 않겠나"라고 했는데, 정작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이미 저임금을 받고 있어 본국 송금은커녕 생활비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셈이다.

업무 내용이 예상했던 것과 달라 불만을 토로하는 이도 많았다. 가사관리사들은 "'케어기버(Caregiver)'라는 직업,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 (지금 하는) 이 일은 완전히 가사도우미다", "가이드라인에 있는 것 지키지 않고 많은 일을 시킨다", "필리핀에서는 우리를 케어기버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가사도우미라고 해 아이를 먼저 돌봐야 할지, 청소를 먼저 해야 할지 모를 때도 있다"고 했다.

업무 내용에 대한 갈등은 서울시와 필리핀 정부가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업무협약을 체결됐을 때부터 예견됐었다. 업무협약 상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직무에 아이돌봄은 물론 △아이 활동 공간의 청소·물품구매·세탁, △아이와 거주하는 가족을 위한 부수적이고 가벼운 가사노동 등이 모호한 형태로 제시돼 있어 업무 범위에 대한 해석이 각 가정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업무 강도, 긴 이동시간과 관련한 어려움을 말하는 응답자들도 있었다. 가사관리사들은 "방 5개, 빨래와 손세탁 등 업무량이 너무 많았다. 8시간 일하고 쉬는 시간 없이 일을 해야 하니 눈물이 나올 정도로 힘들다", "한 집에서 일하고 다른 가는데, 이동시간이 왕복 4시간 걸린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다수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한국에 오기 위해 자국에서 사비를 썼다고 답했는데 평균 금액은 케어기버 자격증 획득에 72~120만 원, 한국어 공부에 55만 원이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앞으로 필요한 개선사항에 대해서는 "주택 비용을 줄여야 한다. 줄일 수 없다면 숙소 비용을 추가로 달라", "쉬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월급을 최저임금(월 206만740원)으로 받고 싶다" 등 답을 했다. E-9(고용허가제) 비자와 동일하게 3년 이상의 "충분한 비자 기간을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노동 조건에 대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불만이 분출하는 데도 정부는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시작도 전인 지난 6월 이미 내년 상반기까지 외국인 가사관리사 1200명을 더 들여올 계획을 세웠고, 지난 5일 노동부는 17개 광역자치단체에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을 원하는 지자체는 27일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노동계에서는 정부의 행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최영미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 만족도 등 조사결과'에 대해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겪는 어려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정부에 "지금 들어와 있는 분들은 구제책이 있어야 하지만, 사업 확대는 중단하고 장기계획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할 필리핀 노동자들이 지난 8월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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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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