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마을버스 운전기사로 외국인을 채용하겠다며 운수업에 대한 비전문취업(E-9) 비자 발급을 요청했으나 고용노동부가 현재로서는 수용이 어렵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가사관리사에 이어 마을버스 기사 외국인 채용을 위한 비자 확대 문제를 두고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거듭 대립각을 세우는 형국이다.
1일 노동부에 따르면, 노동부는 최근 외국인 마을버스 기사 채용 문제와 관련해 이같은 입장을 확정하고 이번주 국무조정실에 관련 내용을 회신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시는 마을버스 기사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며 외국인 기사 채용을 추진하려는 계획을 밝히고, 지난달 28일 국무조정실에 운수업을 E-9 대상으로 넣어달라고 건의했다.
버스 기사는 대형 면허를 취득한 후 1년 정도 운전해야 버스운전 자격증을 주는 전문직으로, 제조업·농업·축산업 등 비전문업종 취업을 위한 비자인 E-9에 맞지 않는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E-9은 사전에 채용해 들어오는 건데 그러려면 현지에서 딴 면허를 우리나라에서 허용해줘야 한다"며 "하지만 도로체계나 교통법규가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운영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버스 운전은 대민 업무인 데다가 국민의 안전과 직결돼 의사소통 및 상황 대처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어려움이 있다"며 "현 시스템에서는 수용이 어렵고 장기 과제로 넘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부가 이같은 입장을 정함에 따라 서울시가 추진하려던 마을버스 기사 외국인 채용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김문수 노동부 장관 역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에서 "마을버스 기사는 단순 노동자가 아니다", "마을버스는 대형 운전면허와 버스운전 자격증 등 두 개의 자격증이 필요하고, 언어소통 능력이 상당한 수준이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을 산하에 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마을버스 기사들의 인력 수급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열악한 근로 환경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노조는 지난 달 18일 성명서에서 "열악한 근로조건을 해소해 양질의 운전인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시민들의 안전, 수송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대중교통 운영 철학 없이 열악한 근로조건은 그대로 둔 채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저임금 외국인을 고용하겠다는 서울시 정책은 어이가 없을 뿐"이라며 서울시의 외국인 기사 제도 도입 추진을 비판했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마을버스 업계와 협력해 버스 기사 처우 개선, 원활한 기사 수급을 위한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서울시와 노동부가 외국인 채용 문제와 관련해 입장을 달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재 운영 중인 필리핀 가사관리사 제도와 관련해 일부 가정에서 '비용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자, 서울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배제를 주장했다. 노동부는 그러나 한국이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금지협약 비준국으로, 내국인과 외국인 간 동일 수준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제시하며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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