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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대원 손에 들고 있던 호출기 폭발로 수 천 명 부상…이스라엘 모사드 관여 의혹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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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대원 손에 들고 있던 호출기 폭발로 수 천 명 부상…이스라엘 모사드 관여 의혹 커져

호출기 내 장치 장착해 무선 신호로 폭발시킨 듯…대만 회사 제품 의혹에 "라이선스 있는 유럽 회사 제품"해명도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대원들이 사용하는 무선 호출기가 동시에 폭발해 최소 9명이 사망하고 2750명이 부상을 당했다. 미국은 이스라엘로부터 해당 공격에 대해 정보를 공유받았다고 밝혔으나, 이스라엘은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

17일(이하 현지시각)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이날 레바논과 시리아 전역에서 레바논의 무장단체인 헤즈볼라 대원들이 사용한 휴대용 호출기가 동시에 폭발하여 8세 여자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9명이 사망하고 275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AP>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리가 작전 종결 이후 이스라엘이 미국에 브리핑했다고 말했다"며 "공격이 어떻게 실행됐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대부분 불확실하며 호출기가 어떻게 폭발했는지 즉시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방송과 통신에 따르면 해당 호출기는 휴대전화 대신 사용하라는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수장의 경고가 있은 후에 대원들에게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스라엘이 조직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위해 대원들이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시를 했다고 통신은 밝혔다.

헤즈볼라 측은 <AP>에 이전에 이들이 사용하지 않은 새로운 브랜드에서 만든 호출기에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는 이 브랜드의 이름 또는 공급업자를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이번 작전에 대해 브리핑한 미국 관리를 인용, 헤즈볼라가 골드 아폴로라는 대만 회사에 호출기를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골드 아폴로의 설립자 허칭광이 18일 자신들은 이 호출기를 만들지 않았으며, 자신들의 브랜드 이름을 사용할 권한이 있는 유럽 회사에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호출기가 폭발하는 작전을 이스라엘 측이 어떻게 실행했는지 구체적 과정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AP> 통신은 몇몇 전문가들을 인용, 폭발이 공급망 교란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당 호출기가 헤즈볼라에게 전달되기 전에 매우 작은 폭발 장치가 호출기 내에 장착돼 있었고, 이후 무선 신호를 통해 원격으로 동시에 폭발했다는 설명이다.

통신은 벨기에 브뤼셀에 거주하는 퇴역군인이자 이 지역에서 37년 이상 근무한 분석가인 엘리야 J. 매그니에가 이번 작전에서 생존한 헤즈볼라 대원들 중 일부와 나눈 대화를 통해 호출기가 최소 6개월 전에 헤즈볼라 측에 전달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매그니에는 "호출기는 6개월 동안 완벽하게 작동했다"며 폭발 원인이 모든 기기에 전송된 오류 메시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호출기가 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생존한 헤즈볼라 대원들과 대화를 하고 상황을 조사할 수 있었다면서, 3~5그램의 폭발성이 높은 물질이 회로에 숨겨져 있거나 내장되어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레바논은 이런 종류의 장치를 받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레바논으로 직접 보내지지 않고 선적 중이었으며, 인근 항구에 3개월 동안 있었다"며 "헤즈볼라 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폭발성이 매우 높은 폭발물을 심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분석했다.

메그니에는 "이스라엘이 호출기에 메시지를 보냈는데 여기에는 세 번의 오류가 있었다"며 "사람들은 호출기를 살펴봐야 했고 호출기가 진동하기 시작한 이후 폭발했다"며 "이것이 3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양손을 잃고 많은 사람들이 한쪽 눈이나 두 눈을 잃은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호출기 전자 회로에 폭발물(PETN의 일종)이 내장되어 있는데, 이는 높은 기술 전문성과 국가 차원 정보기관의 참여를 보여주는 부분"이라며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관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 17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헤즈볼라 대원들의 무선 호출기 폭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구급대원들이 부상자를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교 의료 센터(AUBMC)로 이송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전 영국 육군 장교이자 폭발물 처리 전문가인 션 무어하우스 역시 "(폭발) 영상을 보면 폭발의 크기가 전기 기폭장치 단독 또는 매우 작고 폭발성이 높은 탄약이 포함된 기폭장치로 인한 것과 비슷하다"며 이는 국가 행위자가 연루됐다는 신호라고 <AP> 통신에 전했다. 그는 모사드가 이러한 공격을 수행할 수 있는 자원을 보유한 가장 명백한 용의자라고 덧붙였다.

호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군사 컨설팅 업체 ARES의 책임자인 N.R. 젠젠 존스는 이스라엘이 과거에도 유사한 작전을 수행했다는 비난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해당 작전 수행을 위해 적어도 6개월에서 2년이 걸렸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전에 정보기관에서 근무했던 뉴욕대학교 전문대학원 글로벌 문제 센터의 겸임 강사인 니콜라스 리스는 "이번 공격의 정교함은 곧 범인이 오랫동안 정보를 수집해 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수준의 공격을 위해서는 호출기가 판매되기 전에 호출기에 물리적으로 접근하는 데 필요한 관계를 구축하고, 장치에 내장될 기술을 개발하며, 표적이 호출기를 운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출처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스는 이번 공격 이후 헤즈볼라가 통신 전략을 바꾸게 만들 것이라면서 폭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호출기뿐만 아니라 전화도 버릴 것이고 태블릿이나 다른 전자 기기도 버릴"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번 공격에서 민간인도 다수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에 대해 젠젠 존스는 "이러한 대규모 작전은 표적화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폭발물을 터뜨리는 당사자가 이것이 작동하는 시점에 표적의 자녀가 호출기를 가지고 놀지 않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라며 작전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헤즈볼라 측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은 이번 범죄 공격에 대해 이스라엘에 전적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정의의 처벌을 확실히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알자지라>는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 육군 참모총장이 작전 직후 보안 평가를 열어 이스라엘이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으며 가능한 한 최고 수준으로 군사적 대비를 강화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작전 하루 전인 16일 레바논 문제를 주로 다룬 안보 내각 회의를 가졌는데, 여기서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대피했던 북부 접경지역 주민들이 원래의 생활 터전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을 전쟁의 목표로 추가했다면서 "이스라엘의 기류는 확실히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상대로 북부 국경의 위협에 다르게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해 양측 간 전면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한편 이스라엘의 이날 공격으로 가자지구 휴전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알자지라>는 "미국은 이스라엘 군이 레바논과 전쟁에 대비해 전쟁 준비를 강화하는 것을 몇 주 동안 지켜봤다"며 "레바논 내에서 이러한 공격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가자지구) 휴전을 위한 미국의 노력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방송은 다만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집트를 방문해 이집트 및 카타르의 중재자들과 만나고 있다면서 "미국은 이집트 및 카타르와 함께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6주간의 휴전 협정을 체결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을 두고 규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파키스탄 출생으로 현재 호주 상원의원인 메흐린 파루키 호주 녹색당 부대표는 이번 공격의 가해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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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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