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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겐 감옥이 곧 서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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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겐 감옥이 곧 서재였다

[최재천의 책갈피] <김대중 육성 회고록>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기획, 김대중 글

최근에 설훈 전 의원이 들려준 김대중 대통령의 이야기다.

"1987년 6월 항쟁 직후 어느 날, 동교동에서 대통령님을 모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하 서재로 따라오게' 그러십디다. 따라 내려갔더니 책상에 노란 스카치테이프를 잘게 잘라 수백 장의 스티커로 만들어놓으셨더군요. 대통령께서 '내가 지정하는 책에다가 하나하나 스티커를 붙이게' 이러십디다. 궁금증을 못 참고 물었지요. '이걸 왜 붙이라고 하시는 거죠' '이 사람아, 이젠 내가 곧 또다시 감옥에 갈 것 아닌가. 그때 감옥에서 읽을 책들이니 당신이 감옥으로 넣어주란 말일세' 그 말을 듣고 얼마나 가슴이 찡하던지 한참 멍하니 서 있었지요."

김대중 대통령에게 감옥은 서재였다.

"일어나면 세수하고 식사하고 책을 읽었습니다. 주로 책을 읽었어요. 그때 정말 많은 책을 읽었어요. 유신 때 감옥생활을 하면서 체득한 감옥에서의 독서 방법으로 효과적인 독서를 했습니다. 독서하면서 내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될 때마다 무릎을 치면서 '내가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진리를 모르고 죽었을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감옥에 온 것이 오히려 감사하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어요. 나중에 밖에 나와 너무 바쁘게 지내서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면 다시 감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믿기지 않을 수 있지만 정말 그랬습니다."

감옥에서의 독서는 대통령을,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었다. 우리나라를 지식정보화 강국으로 이끌었던 뿌리도 감옥에서의 독서였다.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은 내가 몰랐던 책인데, 아내가 넣어주어서 보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무심히 보았는데 읽다 보니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의 지침서라는 확신이 들어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정독했어요."

대통령님만의 독서법이 있었을까.

"나는 기본적으로 다독보다는 정독을 중시합니다. 읽고 나면 그 책의 핵심을 다시 한번 떠올리면서 잊지 않으려고 했어요. 읽은 내용 전체를 다 외울 수는 없기 때문에 핵심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책이 또 한 권 출간됐다. <김대중 육성 회고록>이다. 대통령께서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과 진행한 41회 42시간 26분에 달하는 구술인터뷰 녹취록에 근거했다. 그래서 이 책의 뚜렷한 특징 중 하나가 '기본 텍스트가 구술 인터뷰 녹취라는 사실'이다.

▲<김대중 육성 회고록>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기획, 김대중 글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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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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