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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흑인 언론인 행사서 인종주의 발언 "해리스, 인도인이냐 흑인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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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흑인 언론인 행사서 인종주의 발언 "해리스, 인도인이냐 흑인이냐"

NYT "트럼프, 흑인 여성의 날카로운 질문 받으면 무너져…해리스와 토론 꺼리는 이유"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흑인 언론인 주최 행사에서 경쟁자인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에 대한 인종주의적 발언을 해 도마에 올랐다.

미 ABC 방송, <뉴욕타임스>(NYT) 등을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초청 토론에서 "그(해리스)가 몇 년 전 흑인으로 변하는 일이 일어나기 전엔 그가 흑인인 줄 몰랐는데 지금 그는 흑인으로 알려지길 원한다"며 "그래서 난 모르겠다. 그(해리스)는 인도인인가, 흑인인가?"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그(해리스)는 내내 인도인이었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서 흑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날 토론 진행자 중 하나인 미 ABC 방송 기자 레이철 스콧의 '해리스 부통령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대선 후보 자격을 얻은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왔다. 최근 공화당원들은 유색 인종의 능력과 성과를 폄하하는 의미로 해리스 부통령이 고용·입학 등에 있어 인종·성별 등에 의한 차별을 배격하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고용 덕에 지위를 얻게 됐다고 근거 없이 공격 중이다.

이에 스콧 기자는 해리스 부통령이 "언제나 자신을 흑인 여성으로 정체성을 가져 왔고 그는 유서 깊은 흑인 대학을 나왔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인도계 어머니와 아프리카계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콧 기자가 해리스 부통령이 "다양성 고용" 수혜자라고 보냐고 재차 묻자 "모르겠다.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토론에 참석한 이유를 명확히 해달라는 질문에 이민자들이 "흑인 일자리(Black jobs)"를 빼앗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흑인 일자리'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냐는 재질문이 들어오자 "흑인 일자리는 직업을 가진 모든 사람"이라며 횡설수설하는 답변을 내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토론을 진행한 기자에게도 "끔찍하다", "가짜 뉴스" 등 적대적 표현을 사용해 구설에 올랐다. 이날 토론은 스콧 기자, 미 방송 폭스뉴스 진행자 해리스 포크너, 미 매체 <세마포> 기자 카디아 고바 등 3명이 진행했다. 이들은 모두 흑인 여성 언론인이다.

이날 첫 질문에 나선 스콧 기자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거짓 주장, 미국 시민인 유색 인종 여성 의원들에게 왔던 곳으로 돌아가라는 발언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과거 인종차별적 언행을 지적하며 "왜 흑인 유권자들이 당신을 신뢰해야 하는가"라고 묻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답 대신 "끔찍한 태도의 첫 질문"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당신은 누구지? ABC에서 왔나? 거긴 가짜 뉴스 네트워크고 끔찍한 네트워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향한 날카로운 질문에 "무례하다", "고약하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관련해 <뉴욕타임스> 편집위원 마라 게이는 "도널드 트럼프가 카멀라 해리스와의 토론을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흑인 여성이 던지는 몇 개의 어려운 질문만으로도 그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이 위원은 31일 흑인언론인협회 토론에서 "바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흑인 여성들의 대담함에 당황한 트럼프는 가면을 유지하지 못하고 본연의 인종차별적이고 여성혐오적인 수사로 미끄러졌다"고 분석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종주의적 발언에 대해 "구태의연한 쇼"라고 대응했다. <워싱턴포스트>(WP)를 보면 해리스 부통령은 31일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흑인 여학생 단체 '시그마 감마 로' 행사 연설에서 트럼프의 인터뷰와 관련해 "분열과 무례함을 보여주는 늘 똑같은 구태의연한 쇼"라며 "미국인들은 더 나은 것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인들은 진실을 말하는 지도자, 사실에 직면했을 때 적대감과 분노로 대응하지 않는 지도자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를 보면 해리스 캠프 대변인 마이클 타일러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는 임기 내내 그랬던 것처럼 흑인 언론인들에게 인신 공격과 모욕을 퍼부었다"며 "오늘의 장광설은 이번 선거 기간 내내 트럼프 마가(MAGA·트럼프 선거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유세의 특징이었던 혼돈과 분열의 맛보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에 대해 "역겹다"고 반응했다. 31일 언론 브리핑에서 흑인 여성인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에서 한 발언을 그대로 낭독하며 관련 의견을 묻자 "와우" 라고 놀라움을 표한 뒤 "이 위치에 있는 유색 인종, 흑인 여성으로서 그(트럼프 전 대통령)가 한 말은 역겹고 모욕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누구도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정체화하고 있는지 말할 권리가 없다. 이는 스스로 결정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도 해리스 부통령을 향한 인종주의적 공격에 가세했다. <뉴욕타임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을 보면 밴스 의원은 31일 애리조나주 유세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캐나다에서 자랐다"고 강조하고 "가짜"라고 표현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흑인언론인협회 토론 발언에 대한 반응이 "히스테리"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의 카멜레온 같은 본성을 지적한 것"이라고 동조했다.

한편 <AP> 통신에 따르면 31일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은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은 성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우리가 지지하는 모든 것에 반대하는 억만장자"라고 표현하며 그를 물리치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노조의 "임무"이며 "기업의 탐욕과의 전쟁에서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미시간주, 펜실베이니아주, 위스콘신주를 중심으로 1백만 명에 달하는 전·현직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지한 바 있다.

▲7월31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초청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미 ABC 방송의 레이철 스콧 기자.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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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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