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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블랙리스트, 대단한 손해 끼치지 않아…내가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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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인촌 "블랙리스트, 대단한 손해 끼치지 않아…내가 피해자"

용호성 1차관 임명에 '朴정부 블랙리스트' 공방 재점화…龍 "늘 죄송하게 생각"

박근혜 정부 시절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을 받았던 용호성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으로 임명된 것과 관련, 정부·여당과 야당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설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블랙리스트로 인해) 그렇게 대단하게 손해를 입거나 해를 끼치지 않았다"거나 "제가 가해자 같아 보이지만 제가 피해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8일 열린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용 차관 임명 문제를 겨냥했다. 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유 장관을 상대로 '윤석열차' 풍자 만화 문제를 언급한 뒤 "옆에 계신 용 차관이 잘 알고계실 텐데, (문체부) 책임심의위원 구성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행위가 있었다"고 용 차관을 에둘러 겨냥했다.

강 의원은 이어 용 차관에게 직접 "2022년 7월 22일 이후에 표창장이나 혹은 훈장 같은 것을 받은 적 있느냐"며 "블랙리스트 사건 징계위원회에서 '불문경고'를 받았는데, 불문경고를 당하면 인사기록카드 등재가 되고 정부 포상추천 대상에서 제외될 뿐 아니라 승진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지금 차관이 되신 걸 보니 표창장으로 (징계를) 상계한 것 아니냐. 표창 안 받으셨는데 어떻게 그 자리에 계시느냐"고 꼬집었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유 장관을 상대로 "용 차관 임명에 찬성했느냐"고 따져묻기도 했다. 유 장관은 이에 대해 "문화부에 그렇게 된 분(블랙리스트 연루자)이 190명"이라며 "저는 찬성하고 말고가 없다. 인사는 대통령께서 결정하시는 것이니"라고만 했다.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용 차관은 블랙리스트 백서에 수차례 언급되고 조사위가 수사의뢰를 요구한 3인 중 하나"라며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상징적 인물이고, 문체부로 문화예술계 배제 인사 명단을 전달한 바도 있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김 의원은 "검찰의 결론도 '혐의 없음'이 아니라 '사실 여부에 대한 의견 상충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였다. 용 차관이 블랙리스트와 무관하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입증된 건 아니라는 뜻"이라고 주장하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인사는 메시지"라며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상태에서 용 차관이 이번에 임명됨으로써 피해자들이 느끼는 정서는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피해자들은 이것을 본인들에 대한 조롱, 우롱, 모욕으로 느낄 수 있다"며 "유 장관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당은 방어에 나섰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강유정 의원의 질의 내용을 겨냥해 "'윤석열차'는 당초 문체부 후원 승인 시 '정치적인 소재는 수상 대상에서 배제한다'고 했는데 그 부분을 위배했기 때문에 조치가 취해졌던 것"이라며 "(용 차관이 받은) '불문경고'는 징계 수위가 가장 낮은 부분이고 말 그대로 '경고이지만 불문에 부치겠다'는 것이다. 크게 인사상에 불이익이 없고, 특히 정무직 임용과 관련해서는 관계가 없다"고 반론했다.

정연욱 의원도 "블랙리스트라는 것 자체는 문화예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나쁜 회유이지만, 이 부분이 혐의로 적시되려면 검찰 수사에서 명백한 결과가 나와야 되는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는 그런 게 없지 않느냐. 그 부분을 다툴 수는 있어도 완전히 범죄인으로 낙인찍는 것은 분명히 다른 차원의 문제 아니냐"고 용 차관을 감쌌다.

유 장관은 정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면서 "블랙리스트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말자. 실제로 겉으로 드러난 것처럼 그렇게 대단하게 어느 한 쪽이 손해를 입거나, 어느 한 쪽이 대단하게 해를 끼쳤다, 이렇지는 않다"고 했다.

유 장관은 김재원 의원과의 질의응답에서는 "상처를 제일 많이 받은 사람이 저"라며 "제가 가해자 같아 보이시죠? 제가 피해자이다. 이런 얘기 하고 싶지 않지만"이라고 하기도 했다.

유 장관은 "블랙리스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진영논리에 따라 있어왔다"며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니 믿어달라", "미래를 향해 같이 나가자"고 강조했다.

당자사인 용 차관은 "검찰 조사 2번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감사원 감사도 2017년 상반기에 6개월 정도 받았는데 그때도 대부분 저에게 질의했던 부분이 다 소명돼서 감사원 감사 결과 징계를 받지 않았다"며 "불문경고는 징계의 종류가 아니라 징계 수준까지 나아가지는 않은 경고 또는 주의라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용 차관은 다만 이기헌 의원이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제가 그 당시에 어떤 역할을 했든, 어떤 맥락이 있었든 간에 그 일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이 있고 피해받은 분들이 있다면 그 시기에 문화정책을 담당했던 관료로서 저는 당연히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에 대해 늘 죄송하게 생각하고 자숙하며 살아왔다. 지금이라도 그 부분에 대해서 필요하다면 당연히 사과드리겠다"고 거듭 유감을 표했다.

한편 유 장관의 '대단한 손해가 없었다', '내가 피해자' 발언과 관련, 이기헌 의원은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에 많은 피해자들이 있었고 실제로 그 피해가 존재했었다"며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이 이 (유 장관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생각이 들까. 문화체육관광 진흥 책임자인 장관께서 표현이 과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블랙리스트 사태에 연루돼 대학 졸업 후 20년 만에 감독 데뷔를 했지만 그 이후 10여 년간 영화 제작을 못 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한 영화감독의 사례를 언급하며 유 장관에게 유감 표명을 요구했고, 유 장관은 이에 "제가 그런 피해자라는 입장이 아니고, 실제로 이것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계속 발생한 일이고 그런 면에서 저도 많이 잘렸고 배제됐다(는 뜻)"이라고 해명하면서 "지금 말씀하신 그 감독님도 나중에 저한테 자료를 주시면 제가 한 번 만나서 얘기해 보고 싶다"고 공감을 표했다.

한편 이날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를 겨냥한 질의나 자료요구를 하기도 했다. 민형배 의원은 "청와대 개방 2주년 행사로 있었던 우크라이나 아동미술전의 상세 내역 자료를 달라"고 유 장관에게 요구했다.

한 야당 의원은 KTV가 국가기관이고 직원들은 공무원이어서 저작권법상 작성기관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는데도 정부가 야권 성향 유튜버 등을 대상으로 38건의 김 전 대표 영상 삭제를 요청하고 고소·고발 조치까지 했다면서 "KTV가 김건희 TV냐", "어떤 정부가 KTV 자료화면 썼다고 고소를 하느냐. (이는) 윤석열 정권 들어와서 처음", "고소장 썼던 변호인 은 최○○로 현재 김건희(전 대표) 변호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유 장관 바로 옆(사진에서 뒤쪽)에 앉은 이가 용호성 신임 문체부 1차관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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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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