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22대 총선 공천 결과를 두고 '친윤불패' 비판이 이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 초대 보훈부 장관을 지내 친윤계로 꼽히는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돌연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박 전 장관은 27일 입장문에서 "영등포을 지역구 후보의 조속한 확정과 총선 승리를 위해 박용찬 후보 지지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우리 당의 승리, 특히 수도권 격전지 탈환이랑 당의 부름을 받고 이번 총선에 나섰다"며 "다만 영등포을 탈환이라는 절체절명의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선, 지역에서 신속히 전열을 정비해 결전을 준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저 박민식을 지지해 주시고 응원 주신 영등포을 주민 여러분들과 당원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또 죄송하다"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박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출신으로 총선을 앞두고 당에 복귀, 이른바 '윤심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돼 왔다. 그는 애초 경기 성남분당을 출마를 노렸으나, 또다른 '윤심 후보'인 김은혜 전 대통령홍보수석과의 조정 과정을 거챠 서울 영등포을로 자리를 옮겨 경선을 준비 중이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심사결과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친윤불패 공천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심화되는 중이었다. '윤핵관 맏형'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경기 용인갑)이 '양지'에 단수 공천을 받았다. '대통령의 술친구'로 알려진 박성민 의원(울산 중구)도 자신의 지역구에서 경선 기회를 얻었다.
이밖에 충남 홍성·예산에 출마한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현역인 홍문표 의원의 경선 포기로 공천을 거머쥐었고, 당 사무총장을 역임한 뒤 현재 인재영입위원장과 공관위원을 겸하고 있는 '윤핵관' 이철규 의원(강원 동해·동해·삼척·정선)도 상대 후보의 경선 포기로 공천이 확정됐다. '윤핵관 중 윤핵관'으로 불렸던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에는 장 의원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대식 경남정보대 총장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당 주류는 이 같은 상황이 친윤계 후보들의 강한 경쟁력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친윤계 공천이 많다'는 지적에 "여러분이 말하는 친윤 의원이 어떤 분인지 잘 모르겠다"며 "장차관 출신,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 대부분 경선을 결정했다. 다른 후보도 경쟁해서 살아 돌아오신 분들은 그만큼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알기로 충청, 수도권에서 경선에서 살아 돌아오신 분들 중 질문 범주에 포함되는 분은 없는 것 같다"며 "이기는 선거를 위해 가장 리스크 없는 후보를 내 선거에 이기겠다는 기준으로 볼 때 우리 결정이 터무니없다면 비판이 가능하지만 그런 고려 없이 '누가 살아왔다', '공천됐다'…(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이어 "불필요한 경선을 붙이는 것도 바람직한 공천은 아니라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불필한 경선'이라는 말은 이원모 전 비서관이나 권성동 의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양수 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비서관 공천에 대해 "검찰에 있을 때 추미애 전 장과 아들 문제, 군대에 있을 때의 그 문제에 대해 수사를 너무 잘했다고 좌천돼 옷 벗고 나온, 탄압받았던 인사"라며 "대통령실에 안 있어도 저희가 영입 인재로 강남이나 이런 데 공천을 줘야 되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차 경선을 두고 현역 불패, 신인 횡사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질문에도 "저도 8년 전에 경선으로 현역 의원한테 도전해 이겨서 국회의원이 됐다"며 "신인들이 (지역구에) 너무 늦게 내려"가 현역이 대부분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인들이) 잘 못하는 현역을 대체하려면, 현역을 대체할 만한 능력과 역량과 표를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공천을 받은 '친윤계' 당사자들도 결과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장제원 의원 지역구에 단수공천을 받은 김대식 전 총장은 '상대 후보가 장 의원이 소유한 사학 출신 가신이라 지역구를 물려받았다고 주장한다'는 질문에 "제가 동서대학교 경남정보대학교 교수 총장을 35년 하다 보니까…. 그 재단이 우리 장 의원의 선친께서 설립한 대학"이라면서도 "그게 어떻게 가신이겠나"고 항변했다.
강승규 전 수석은 '홍문표 의원은 36년 전 낙선 사실로 감점 적용을 받은 것에 억울해한다'는 질문에 "시스템 공천이라는 게 그것 아닌가? 기준이 만들어지면 기준을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홍 의원이 무소속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주변 분들로부터 들었는데 와전됐다고 한다. 불출마하신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이 실제 무소속 출마를 감행할지와는 별개로 공천 탈락자들의 불만이 하나둘 표출되고 있는 셈인데, 경기 고양정에 단수 공천을 받았다 비상대책위원회의 제동으로 취소되는 상황을 겪은 김현아 전 의원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수 추천이 부담스럽다고 하시면 경선하면 된다"며 "저는 경선할 의향이 있다"고 경선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공관위는 현역 의원이 비었거나 '전략 공천'이 거론되는 강남권 4개 지역구와 대구·경북 다수 지역구 등 '핵심 텃밭'의 공천 심사 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다. 해당 지역 공천 심사에 대해 장 사무총장은 "가장 늦어질 수 있다"며 "(선거구 획정 예정일인) 29일 모든 것이 결정되는데 그 날 다 결론 내기는 어려울 것이고 그로부터 늦지 않은 시간에 결론 내고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공천 심사가 늦어지는 이유를 묻는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구체적 사유를 일일이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답을 피했다.
장 사무총장은 홍 의원의 무소속 출마설에 대해서는 "이번 공천에서는 (홍 의원이) 후보로 선택 받지 못했지만 앞으로 국민의힘과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고, 정부·여당이 손잡고 일하면서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이 있을 것"이라며 "총선 승리를 위해 큰 결단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만류하는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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