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밤 100분 분량으로 녹화방송된 한국방송(KBS) 신년 특별대담에서,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명쾌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나오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되레 이는 몰래카메라를 동원한 '정치공작' 사건이며, 인정에 끌려 매몰차지 못했던 김 전 대표의 성품을 감싸는 듯한 뉘앙스로 해명했다. 이번 대담으로 성역화 비판까지 받고 있는 '김건희 리스크'가 해소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녹화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았나"며 거듭 "저라면 조금 더 좀 단호하게 대했을 텐데 제 아내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상황 때문에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했다.
부친과의 친분을 고려해 매정하지 못했던 대처가 아쉽다는 의미로, 명품백을 수수하고 반환하지 않은 데 대한 해명이나 사과와는 거리가 먼 답이다.
또한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22년 9월에 벌어진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용산 관저에 들어가기 전 일"이라며 서초동 사저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을 우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검색기를 거기다가 설치를 할 수가 없었다"며 백을 전달한 최재영 목사의 출입을 사전에 단속하기 어려웠다는 취지로 말했다. 아울러 "(최 목사가) 아버지와의 동향이고 친분을 얘기를 하면서 왔다"면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은 이제 관저로 가서 그런 것이 잘 관리된다"며 "국민들께서 여기에 대해서 좀 오해하거나 불안해하거나 걱정 끼치는 일이 없도록 그런 부분들은 분명하게 이제 해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 대통령은 "시계에다가 몰카까지 들고 와서 이런 걸 했기 때문에 공작이다. 또한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이 지나서 이걸 터뜨리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공작이라고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서 처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임명 등 제도적 보완 방안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민정수석실이다, 감찰관이다, 제2부속실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제2부속실은 우리 비서실에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는 별로 도움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제2부속실 등은) 비리가 있든 문제가 있으면 사후 감찰하는 것이지,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제2부속실이 있었더라도 제 아내가 내치지 못해서, 자꾸 오겠다고 하니까 사실상 통보하고 밀고 들어오는 건데 그걸 박절하게 막지 못하면 제2부속실 있어도 만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특별감찰관에 대해선 "감찰관은 국회에서 선정해 보내고 대통령실은 받는 것"이라며 "제가 사람을 뽑고 채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국회에 공을 넘겼다.
윤 대통령은 이 사안으로 부부싸움을 했느냐는 농담 섞인 질문에는 "전혀 안 했다"고 했다.
대담에선 개고기 식용 금지에 관해 김건희 전 대표의 역할을 부각하는 질문과 답변이 오가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가 애견, 동물 보호에 관심이 많으니 개고기 식용 금지법 문제에 대해 서로 얘기를 하느냐'는 박장범 앵커의 질문에 윤 대통령은 "제 아내가 이제 강아지를 6마리 키우면서 자식처럼 생각하고 이렇게 하니까 많은 견주들이, 개식용을 반대하는 분들이 저와 제 아내에게 개식용 금지 입법화 운동에 좀 나서 달라는 요청도 많이 받았고 그렇게 해서 집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동훈과 가까운 사이지만 총선 끝나고 보자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 현안과 관련한 대목에서 명품백 수수 의혹, 사천 논란 등으로 최근 논란이 커졌던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갈등 관계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봉합을 시도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선거 지휘라든지 공천이라든지 이런 데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한 위원장과) 가까운 사이지만 제가 총선 끝나고 보자고 했다"며 당무개입 의혹에 거리를 뒀다.
그러면서 "직접 전화를 하기는 한동훈 위원장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그거는 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나 당의 대표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결국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일을 해야 되는 입장"이라며 "사사로운 게 중요하지 않고 그런 것을 앞세워서 어떤 판단을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대통령실 출신이거나 가까운 인사들이 총선에 대거 출마해 용산 입김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선 "후광이 작용하겠나"며 "당과 대통령실이 얼마나 거리를 두느냐가 총선 승리의 관건이라는 식으로 언론에서 계속 얘기를 하는데 대통령실의 후광이라고 하는 것이 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불가능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출신 총선 출마자들에게) '특혜라고 하는 건 아예 기대도 하지 말고 나도 그런 걸 해 줄 능력이 안 된다. 공정하게 룰에 따라서 뛰라'고만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단독 회담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없어진 지 꽤 됐다"며 "여야의 지도부끼리 논의를 한다면 저 역시도 정당 지도부들과 충분히 만날 용의가 있는데, 영수회담이라고 한다면 여당의 또 지도부를 대통령이 무시하는 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좀 곤란한 상황"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다수당인 민주당과의 마찰이 잦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표출된 데 대해 "국회에서 의결된 법이 행정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입법 과정에서 여야에 좀 충분한 숙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들이 많이 아쉽다"고 했다. 야당의 단독 처리에 따라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때문에 윤 대통령이 회동을 피한다는 관측에 대해선 "재판이 진행 중인 것들은 있지만 정치는 정치이고 그건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30%대 박스권에 머무는 국정운영 지지율과 관련해선 "전 세계의 정상들의 지지율도 많이 떨어져 있다"며 "국민들께서 제게 실망을 좀 덜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더 열심히 일해야 되겠다는 각오"라고 했다.
세계적 고금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현상은 다른 나라 지도자들도 겪고 있는 일이라는 취지다.
그러면서 "그때그때 지지율보다, 전체적으로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의 지지율에 비슷한 수준까지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손에 잡히는, 체감하는 성과를 내야 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 배현진 의원을 습격한 잇따른 정치테러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긍정의 정치 보다 증오의 정치, 공격의 정치가 훨씬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렇게 돼 오지 않았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단순히 물리적 폭력만이 아니라 그 기저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짓을 통해서라도 제압을 하려니까 폭력이 나오는 것"이라며 "반지성주의, 거짓, 가짜 이런 것에 터를 잡아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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