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달 28일 '쌍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8일 만이자,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지 하루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해당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직후 이를 재가했다.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특검 법안들은 총선용 여론 조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법안 처리 과정에서)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 항상 여야 합의로 처리해 오던 헌법 관례를 무시했다"며 "재판 중인 사건 관련자들을 이중으로 과잉수사해 인권이 유린되며 총선 기간에 친야 성향의 특검이 허위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치주의의 수호자로서 인권 보호 등 헌법가치를 보호하고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무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원칙에 반하는 특검법안에 대해서는 제의 요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이러한 입법이 잘못된 선례로 남는다면 인권과 헌법가치는 다수당의 전횡에 의해 언제든지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헌법상 의무에 따라 대통령은 오늘 국회에 두 가지 총선용 악법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쌍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여권의 기존 인식을 재확인하면서 '헌법 수호'를 위해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60%를 넘는 상황에서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방탄용 거부'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이 실장은 '50억 클럽' 특검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방탄이 목적"이라고 역공했다. 그는 "누군가 대장동 사업 로비용으로 50억 원을 받았다면 그 사람은 당시 인허가권자인 이재명 성남시장 주변 사람일 것이고, 자신의 신변 안전을 위해서라도 지난 대선에 민주당의 집권을 바라고 지지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의 특검 추천권은 배제하고 야당만 추천하여 친야 성향의 특검이 수사한다면 진상이 규명될 리 없다"며 "친야 성향의 특검이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를 훼방하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 결과를 뒤집기 위한 진술 번복 강요, 이중수사 수사검사에 대한 망신주기 조사, 물타기 여론 공작을 할 것도 뻔히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김건희 특검'을 '도이치모터스'라고 칭하며 "12년 전 결혼도 하기 전인 일로 문재인 정부에서 2년 간 탈탈 털어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한 사건을 이중으로 수사함으로써 재판받는 관련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정치 편향적인 특검 임명, 허위 브리핑을 통한 여론 조작 등 50억 클럽 특검 법안과 마찬가지의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 특검 법안들은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국민의 혈세가 민생과 무관한 곳에 낭비될 수밖에 없다"며 "검경 등에서 특검에 수백 명의 인력이 차출될 경우 법 집행기관들의 정상적인 운영에도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 뻔하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쌍특검법을 거부하면서도 특별감찰관 임명이나 대통령 배우자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선거 기간 공약으로 설치하지 않겠다고 해서 지금까지 하지 않은 것인데, 국민 대다수가 설치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면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김건희 리스크'가 언급될 때마다 제기됐던 제2부속실 설치 제안을 모른척 했던 대통령실이 국민 여론 수렴을 전제로 설치를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가족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여야 합의로 특별감찰관을 추천해서 보내온다면 우리는 지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라며 "법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고 했다.
여야 합의에 따른 추천이 선행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특히 그는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에 협조한다면 특별감찰관제에 대해서도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며, 현재도 그 입장이 바뀐 게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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