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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비용 부담하는 유럽 지하철 vs 시민만 부담하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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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비용 부담하는 유럽 지하철 vs 시민만 부담하는 한국

[모두를 위한 공동파업②] 노동자와 시민에게 지하철 적자 책임 전가 안 된다

세계 최고로 평가 받는 서울지하철은 나쁜 정부 정책에 의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시민과 아무 관계없는 서울교통공사 재정 적자에 대해 요금 청구서를 발행했고, 지하철 노동자들에게는 2200명 안전 인력 축소라는 구조조정 청구서를 발행했다. 정작 재정 적자를 유발한 당사자인 정부와 서울시는 숨어버렸다. 그 결과 지하철 요금은 올랐고, 앞으로도 오를 수밖에 없으며, 시민의 안전을 위한 공공 서비스는 후퇴하고 있다.

재정 적자는 정부나 서울시가 교통 복지를 이유로 법률 또는 서울시 정책에 의해 추진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시민에게 전가해선 안 되는 비용이다. 적자의 원인은 교통 약자를 위해 1980년도부터 적용된 무임수송비용과 이후 환승 할인 비용, 정기권 할인 등 교통복지 정책에 따른 것이다. 갑자기 발생한 것도 아니고 오래전부터 시행한 정부 정책으로 발생했다. 그러나 교통 복지 정책 자체에 대해 정치인들은 생색을 내고, 정부‧시는 자랑만 할뿐 비용에 대해선 나 몰라라 식이다.

이 밖에도 정부와 시는 비용이 들 수밖에 없는 조조할인, 심야연장운행 등 정책을 폈다.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기후동행카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정부와 시가 관련 대책을 내놓지 못하다면 지하철 요금은 내년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인상될 것이다.

왜 서울지하철만 적자일까? 정부는 같은 지하철을 운영하는 철도공사 대해 공익서비스비용(PSO)을 일부 책임지고 있지만, 서울지하철은 지원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의 지하철과 비교하면, 서울지하철은 운임회수율(지하철 운영 비용 중 운임이 차지하는 비율)이 세계 최고인 65%~80%를 차지한다. 즉, 교통 이용자인 시민 대부분이 비용을 내고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반면 유럽의 지하철은 운임 회수율이 30~40%다. 정부가 50% 이상을 교통복지 비용으로 부담하는 등 공공 교통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적자의 성격은 어떠할까? 정부 정책으로 법률로 정하거나 시 정책으로 발생한 교통복지 비용은 '착한 적자'일 수밖에 없다. 시민을 위해 교통의 공공성을 강화‧확대하며, 공공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때문이다. 불과 1년 전 오세훈 시장 역시 재정 적자 해결을 위해 공익서비스비용 입법 추진의 필요성을 주장한 당사자다. 그러나 해결이 안 되자 정부와 시는 책임에서 쏙 빠지고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시민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노동자에게는 인력 감축과 외주화로 나쁜 일자리를 확대하며 이중으로 비용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우리는 나쁜 일자리가 시민과 노동자에게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던 사고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자신의 일터에서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일하다가 사망한 구의역 김군, 직장에서 일하다 스토킹 범죄로 살해당한 신당역 직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직하고 처참한 여러 사고는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이 연결돼 있음을, 인력 구조조정과 위험의 외주화는 결국 노동자와 시민의 목숨을 모두 앗아간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때문에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지난 해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에서 "사회적 참사 이후 안전 강화의 중요성에 인식을 같이하여 직원과 시민이 안전한 지하철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사공동으로 대책(인력충원)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지금 서울시와 공사는 노-사 합의를 어기고 역대급 인력 감축을 강요하며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미 공사의 신규 채용이 중단돼 인력 공백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우리 지하철 노동자들은 우리 자신과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자 공사와 최선을 다해 교섭하는 한편 9일 총파업도 예고하고 있다.

1974년 8월. 서울에서 지하철이 첫 운행을 시작했다. 내년이면 대한민국 지하철 운행 50년이다. 그동안 서울의 지하철은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대상으로 성장했다. 국민이 자긍심을 느끼는 공간이다. 50년간 시민과 노동자가 공들여 쌓아 온 결과다. 시민이 안전한 지하철, 편리한 지하철을 꾸준히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정부와 서울시, 서울교통공사와 지하철 노동자의 역할이다. 이제 정부와 서울시가 책임을 다하라. 정부와 서울시는 원인 발생자로서, 결자해지 의무가 있다. 대중교통 공공서비스(PSO)에 대한 지원이 요금 인상에 앞서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전시성, 실적성 인력 감축에 매몰되어 위험과 책임의 외주화로 치달아 가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시민과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서울지하철은 운임회수율(지하철 운영 비용 중 운임이 차지하는 비율)이 세계 최고인 65%~80%를 차지한다. 즉, 교통 이용자인 시민 대부분이 비용을 내고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반면 유럽의 지하철은 운임 회수율이 30~40%다. 정부가 50% 이상을 교통복지 비용으로 부담하는 등 공공 교통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1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이용객들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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