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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앞에 작아지는 '인요한 혁신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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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앞에 작아지는 '인요한 혁신위'

[최창렬 칼럼] 모든 걸 바꿔도 대통령이 안 바뀌면…

한국정치의 공식 중 하나가 정당이 선거에 패하거나 지지율의 하락 등 위기에 처하면 비상대책위원회나 혁신위원회를 구성하여 쇄신을 모색하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당의 수장이 물러나는 것이 책임정치에 부합하지만 이번에 국민의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지율의 반등과 집권세력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려면 우선 강서구청장 선거 패인에 대한 올바른 분석과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연계되는 문제지만 더 근원적인 문제는 왜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같은 시기 역대 정권들에 비해 더 낮은가에 대한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인 원인 분석이다. 정당 내부의 공천 시스템과 물갈이 비율 등 선거이론적인 원론적 문제들도 유권자의 지지를 끌어들이는 데 중요한 요소이지만 중앙정치 전반을 관통하는 정권의 인식의 문제들이 보다 중요하다.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 참패한 이후에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익히 보아왔던 낯익은 광경이다. 혁신위에 국한해서 볼 때 역대 여야의 혁신위는 성과를 낸 경우도 있었지만 무위에 머무른 예도 많았다. 경험칙으로 미루어 볼 때 혁신위가 성공하려면 전권 위임 여부, 민의의 보편성에 부합하는지의 여부, 지도부의 관용 정신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당의 혁신위가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는 대통령의 현실적 권력의 벽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혁신위가 성과를 내서 지지율의 반등을 꾀하려면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 천착해야 한다. 현 정권에 대해 일반적으로 회자되는 것이 첫째, 정권의 불통이다. 임기 초에 도어 스테핑으로 언론과 소통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정권의 약점을 노출시키는 현상을 초래해서 중단됐다. 방식을 개선해 보겠다고 했으나 이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 보다 더 중요한 소통의 문제는 야당을 정권의 파트너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분명 여권으로서 문제 삼을 수 있는 부분이고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도하게 이재명 대표의 사법 문제를 비호하는 모양새를 보인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야당의 친명계 의원들과 강성 지지층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동의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 정치세력으로서 존재하는 입법권력의 담지자인 야당 대표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집권세력의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둘째, 과도한 '우클릭'이다. 굳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과거의 반공이데올로기로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을 억압했던 사실이 연상될 정도로 야당을 대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건 현 집권세력엔 큰 약점이다. 이념적 잣대로 야당을 평가하는 듯한 태도는 중도층이 보기에 정권에 매력을 느끼기 어려운 중요한 요인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극우적 성향을 보인 인사들을 내각에 기용한 것은 이의 연장이다. 이는 인사 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셋째, 국제정치에서의 한미일 협력 강화를 통한 안보 정책 자체를 비난할 일은 아니지만,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대한 전략적 태도의 결여가 국민 일반에게 안보 불안을 안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 단계에서 북한과 대화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아예 북한과의 단절을 상수로 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과하게 경도되어 있는 것 역시 보수층을 제외하고 크게 득점할 일도 아니다.

넷째, 고물가와 잠재성장률의 하락 등 경제문제다. 이는 정권 자체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지만 집권하고 있는 세력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지지율 상승을 견인할 요소는 뭐가 있을까. 별로 내세울 게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이후 민생과 경제, 소통을 강조하는 정도다. 정쟁을 부추기는 현수막을 철거하는 행태는 잘한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야당과의 소통은 빠져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야당 대표와의 회동을 제안한 정도지만 파괴력을 갖기 어렵다.

위에 열거한 문제들에 대해 진정성 있는 성찰이 있고 대통령실이 변화를 주도한다면 이는 곧바로 국정기조의 전환으로 해석될 것이며 지지율은 저절로 상승한다. 제도의 변화와 인적 쇄신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문제는 대통령의 인식의 변화다. 이 부분이 제외된다면 어떠한 혁신위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여권은 충분히 인식해야 하며 아마도 여권의 핵심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제 권력구조에서 결정적인 것은 역시 대통령의 인식이다.

이러한 요소들과 연계된 문제로 수직적 당정 관계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역대 정권에서 익히 보아왔던 집권당이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란 오명을 벗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여당은 승리하기 어렵다. 김포시 서울 편입 등의 이슈가 의제 선점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로 치러지는 내년 총선의 성격상 대통령의 여당에 대한 태도의 변화가 중도층이 정권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당 지도부가 대통령 권력과 수평적 관계로 변화할 수 있는 단초가 열린다면 여당은 중도층의 지지를 견인할 변곡점을 마련할 수 있다. 이 역시 대통령의 인식의 변화와 밀접하다. 내년 선거는 윤 대통령이 치르는 선거라는 인식이 여권을 관통해야 한다. 이러한 근본적 인식이 배제된 여타의 조치들은 부차적일 수밖에 없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첫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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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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