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현대사는 이념갈등으로 인한 국가폭력으로 격심하게 얼룩지고 왜곡되어왔습니다. 이러한 이념시대의 폐해를 청산하지 못하면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부작용 이상의 고통을 후대에 물려주게 될 것입니다. 굴곡진 역사를 직시하여 바로잡고 새로운 역사의 비전을 펼쳐 보이는 일, 그 중심에 민간인학살로 희생된 영령들의 이름을 호명하여 위령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름을 알아내어 부른다는 것은 그 이름을 존재하게 하는 일입니다. 시간 속에 묻혀 잊힐 위기에 처한 민간인학살 사건들을 하나하나 호명하여 기억하고 그 이름에 올바른 위상을 부여해야 합니다. <프레시안>에서는 시인들과 함께 이러한 의미가 담긴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연재를 진행합니다. (이 연재는 문화법인 목선재에서 후원합니다) 편집자
부역사건 혐의자 희생 지역*
어둠 짙은 험한 고개를 넘어오는데
골짜기 가득 개구리 운다
어둠 돋우는 저 소리를
왜 운다고 말할까
개구리가 울고 새가 울고
멀리서는 산짐승이 운다고
사람 아닌 것들의 기쁨은 알 길 없고
거두지 못해 넘쳐 버린 슬픈 연민을
저들에게 떠넘겨 버린 건 아닐까
그런 우리가 가여워
곡비처럼 자꾸만 우는지도 몰라
잘 알지 못하는 것들이 부질없이
서로를 헤아리는 밤
어디선가 또 산 꿩이 운다
* 경북 울진군 울진읍 신림 올시골 사건:(1950년 10월말~11월 중순)
진실화해위원회는 ‘울진경찰서 연혁(1956년)'에 “수복 후 시국을 불인식한 자 259명을 송치했다”고 기록되어 있는 점과, 그 당시 유족들이 시신 수습 현장에 대해 진술한 내용 등을 종합할 때 250여명 가량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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