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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청장 보선, '깨알분석' 해보니…국민의힘 적극 지지층도 등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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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청장 보선, '깨알분석' 해보니…국민의힘 적극 지지층도 등 돌렸다

[박해성의 여의대교] 선거기간 내내 어이없는 캠페인으로 일관한 국민의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끝난 지 2주가 지났지만,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된 선거였던 만큼 여의도 정치권에 불어닥친 후폭풍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당장 급한 쪽은 여권입니다. 예상보다 큰 격차의 패배로 내년 국회의원 선거의 빨간불이 켜졌으니까요. 가만히 있을 순 없겠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의 형식으로 물러난 게 첫 신호탄이었습니다. 김기현 당대표 체제의 임명직 당직자들이 총사퇴했고, 보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야당 비난 현수막도 떼어냈습니다. 정쟁 유발 논평, TF도 없앴습니다. 며칠 전에는 민주당에 여야 대표 민생협치 회담을 제안한 데 이어 당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장 인선까지 마무리했습니다.

거침없는 '마이웨이'를 고집하던 윤석열 대통령마저 선거 참패 후 '반성'을 입에 담았습니다. 이념을 내려놓고 민생에 집중하겠다고도 다짐했죠. 어떤 비판에도 꼼짝하지 않던 정부의 국정 기조마저 변경하게 한 이번 선거 결과를 좀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선거 결과를 평가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유권자 지형 분석입니다. 왼쪽 끝에 진보 적극(핵심) 지지층을, 오른쪽 끝에 보수 적극(핵심) 지지층을 놓고 중간에 중도·무당층, 소극 지지층, 신규 유입층 등을 배치합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선거인 수는 총 50만603명이었는데요, 이 사람들을 정치 성향과 투표 이력 등을 기준으로 분류해보는 작업입니다.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전문적인 영역입니다만,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먼저 지난 몇 차례의 총선과 지방선거의 투표수와 후보자 득표수를 기준으로 진보와 보수, 중도·무당층의 이탈 및 유입 규모를 확인합니다. 여기에 각 진영의 인물과 정당(비례대표 선거) 득표수 증감을 계산해 정치 성향에 따른 유권자 수를 추산해내는 분석 기법입니다.

이렇게 확인된 강서구 진보 적극 지지층의 규모는 약 12만2000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24%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거의 매번 선거에 참여해 민주·진보 진영 후보자와 정당에 투표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보수 적극 지지층은 얼마나 될까요? 20% 수준인 9만9000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진보 성향의 잠재 지지층은 9만6000여 명, 보수 잠재 지지층은 5만6000여 명으로 도출되었습니다.

유권자 지형에 포함되지 않은 약 12만7000명은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로, 강서구 전체 선거인 중 25% 수준입니다. 다시 말하면 여야가 총력을 다해 잠재 지지층까지 모두 끌어내는 선거를 치른다면 강서구의 투표율은 75% 내외가 될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0.7%포인트 차이로 승패가 갈린, '역대급'으로 치열했던 지난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강서구의 투표율은 77%였습니다.

시뮬레이션을 하나 해 보겠습니다. 보궐선거의 투표율은 대선, 총선, 지선 등의 전국 선거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그래서 통상 적극 지지층을 최대한 동원해내는 선거로 치러집니다. 만약 이번 선거가 그렇게 전개됐다면 결과는 어땠을까요? 민주당과 국민의힘 적극 지지층 규모를 분석하면 민주당의 진교훈 후보가 2만3000여 표 차이로 이기게 됩니다. 강서구의 유권자 지형으로 볼 때, 민주당이 지기 어려운 선거라는 얘기가 나왔던 이유입니다.

그러면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왜 민주당이 패했을까요? 전국 선거의 경우, 특히 수도권처럼 중도·무당층의 규모가 큰 경우에는 잠재 지지층의 동원 여부가 승패의 관건이 됩니다. 당시 민주당의 김승현 후보는 12만5000표를,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는 13만2000표를 얻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민주당이 끌어낸 진보 성향 잠재 지지층은 3000명에 불과하지만, 국민의힘은 적극 지지층 외에 3만3000표를 더 얻은 결과입니다. 잠재 지지층은 선거 참여 동기가 적극 지지층보다 떨어지기 마련인데요, 보수 정당이 집권에 성공한 대선 직후에 치러진 선거라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동원력에서 차이가 크게 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13만7000여 표로 당선됐습니다. 1만5000명가량의 진보 성향 잠재 지지층이 진교훈 후보에게 투표하기 위해 선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됩니다.

반면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는 9만5000여 표를 얻는 데 그쳤는데요, 국민의힘 적극 지지층 중에서도 4000명 정도가 투표를 포기해버린 결과입니다.

적극 지지층의 규모만 놓고 보면 잠재 지지층의 동원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했던 쪽은 국민의힘입니다. 적극 지지층 외에 2만3000명 정도의 유권자를 추가로 확보해야 민주당과 같은 출발선상에 설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태우 후보의 초고속 특별사면과 복권, 보궐선거 재출마와 같은 일이 벌어졌으니 이 선거의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당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잠재 지지층이 받아들이기에, 여당의 김태우 후보 공천은 매우 기분 나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습니다. 적극 지지층 일부가 투표를 포기한 이유도 자신들의 후보를 어디 내세우기가 부끄러웠기 때문이죠.

게다가 국민의힘은 선거기간 내내 어이없는 캠페인으로 일관했습니다. 대체로 보궐선거는 현 정부에 대한 평가의 성격을 가집니다. 야당이 내세우는 정권심판론이 우세하게 마련이고, 그래서 보궐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렇듯 유권자 지형과 선거 구도 모두 불리한 여권이 강서구에서 보수성향 중도·무당층을 선거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했을까요?

적어도 '야당 심판론'을 들고나온 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문재인 전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여당 후보를 선택해 달라'는 주장에 누가 공감할 수 있었겠습니까. 적극 지지층에게는 윤석열 정부를 도와달라는 호소가, 잠재 지지층에게는 여당 구청장으로서의 능력을 부각하고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실용적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판단합니다. 그랬다면 적어도 핵심 지지층마저 투표를 포기해 17%포인트 차이로 참패하는 충격적 결과만큼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민주당도 마냥 기뻐할 만한 결과는 아닙니다. 반복하자면, 지기 어려운 유권자 지형이었고 정권심판 민심이 강하게 깔려 있었으며 국민의힘 선거 캠페인은 실패했습니다. 1만5000여 명의 진보 성향 중도·무당층이 진교훈 후보에게 투표한 건 윤석열 정부에게 옐로우 카드를 들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민심의 무서움을 지켜보는 저조차도 간담이 서늘할 지경인데, 민주당이 이 결과를 자랑스럽게만 받아들여서는 안 되겠죠.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도 가만히 앉아서 내년 4월을 기다릴 수만은 없게 되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잘못에 대한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해 서로 헐뜯고 비난하기만 바빴던 여의도 정치권을 깜짝 놀라게 한 강서구 주민들에게 새삼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은 각 진영의 쇄신 노력과 달라진 모습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될 것 같습니다. 아니, 그렇게 되었으면 합니다. 'A가 싫어서 할 수 없이 B를 선택해야 하는 선거'가 아니라 나를 더 잘 대변하는, 민생을 더 잘 챙기는, 원칙을 지키고 믿음을 주는 세력이라 지지한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 바람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지난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일, 서울 강서구 양천초등학교에 마련된 가양1동 제1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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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성 티브릿지 대표는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정치·선거, 빅데이터, 공공정책 분야의 컨설턴트입니다. 2019년부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2년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지역산업·경제분과위원장을 맡아 국가적 과제 해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업인으로서, 비판적 시민으로서의 감수성과 현실을 직시하는 균형감각을 신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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