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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최강국 건설' 외치는 윤석열 정부 빼면 '오염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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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최강국 건설' 외치는 윤석열 정부 빼면 '오염수'도 없다

[함께 사는 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①

후쿠시마 오염수 1차 방류가 끝났다. 일본 정부는 지난 8월 24일 시작된 후쿠시마 오염수 K4 탱크 중 B 탱크 군에 대한 방류가 9월 11일 끝났다고 밝혔다. 1차 방류를 통해 바다에 버려진 오염수는 약 7763톤으로 여기에 하루 바닷물을 34만 톤 정도 섞어 방류했다. 일본 정부는 내년 3월까지 3차례 추가 방류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10월 6일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 2차 방류가 진행 중이다. 일본 정부는 1차 때와 마찬가지로 17일간에 걸쳐 약 7800톤 가량을 방류할 계획이다. 편집자)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2차 해방방류를 개시한 10월 5일 오전 일본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오염수 2차 해양투기 반대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핵산업국가 모두가 해양투기 중이다

필자는 그동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는 단순히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일본 정부의 방류 계획은 1차례,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2차, 3차 방류 계획이 계속 이어질 것이며, 이를 모두 합하면 30년에 이르는 계획이다. 방류가 계속될수록 바다로 나가는 오염수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에 뒤늦게라도 방류를 중단시킬 수 있다면, 그만큼 생물농축으로 인한 방사능오염 정도는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다와 공기 중에 액체·기체 방사성 물질을 버려온 핵산업계의 오랜 관행을 끝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참으로 지난한 싸움이 필요하다. 주류 언론이나 정부는 물론이고 종종 시민사회운동 진영에서도 외면하고 있지만, 바다에 방사성 폐기물을 버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46년 미국이 캘리포니아 앞바다에 있는 파라론 제도에 핵무기 실험실에서 나온 핵폐기물을 버린 이후 1993년까지 바다에 고체 핵폐기물을 버리는 일은 '관행'이었다. 드럼통에 담긴 핵폐기물은 물론이고, 원자로나 사용후핵연료 같은 고준위 핵폐기물도 포함되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AEA)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핵폐기물 해양투기 지역이 대서양과 북극해, 태평양 등 전 세계에 50곳이 넘는다.

아이러니하지만, 이런 흐름을 막은 것은 일본 정부였다. 1993년 러시아가 소련 시절 핵폐기물 동해 투기 내용을 백서로 발표하자, 일본 정부는 강력히 반발했고 그해 열린 런던의정서 당사국총회에서 '모든 핵폐기물의 해양투기 금지' 내용을 담은 공동 결의문을 채택하기에 이른다. 핵무기와 핵시설을 갖고 있던 선진국들의 반발이 컸다. 하지만, 소련의 핵폐기물 해양투기가 갖고 왔던 충격이 너무 컸기에 일본 정부는 이를 설득해냈고, 이후 '핵폐기물 해양투기 금지'가 국제협약에 담겼다.

▲ 1997년 대만 핵폐기물 수출 기도를 비판하는 환경운동연합 항의방문단 활동가들. 현수막의 '자국 발생 핵폐기물의 자국 내 처리 국제원칙'은 1993년 러시아의 동해 핵투기 사건 발생시 '방사성폐기물 해양투기 금지조항'의 런언의정서 삽입 기반이 됐다. 당시 이 조항의 명문화에 큰 역할을 했던 일본은 2023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자기 배반과 모순에 빠졌다. ⓒ환경운동연합

30년이 지난 지금,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해양투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선박 등에서 바다로 던지는 '투기'가 아니라, 터널 등 시설에 따라 '방류'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핵발전소와 핵 재처리 시설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후쿠시마 오염수에서 30년 동안 방류할 삼중수소의 양보다 한국과 중국이 한 해 동안 방류하는 삼중수소의 양이 더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011년 사고가 일어나 핵연료를 직접 식히거나 발전소 지하를 거치면서 핵연료에 직접 닿은 오염수가 일반적인 발전소 오염수에 비해 더 많은 핵종이 포함된 것은 사실이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치면서 일부 핵종의 양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ALPS 가 처리할 수 있는 핵종은 62개에 불과하여 핵분열 시 나오는 1천여 개의 핵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과 중국 등지에서 방류하고 있는 오염수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일이다. 2022년 우리나라 5개 핵발전소에서 방류한 삼중수소의 총량은 216.3TBq(조베크렐)이다. 일본 정부가 매년 방류하겠다고 밝힌 삼중수소량 22TBq의 10배 가까운 양이다. 우리나라 역시 삼중수소 말고 다른 핵종도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다른 핵종은 액체보다 기체가 많은데, 2022년 한해에만 기체로 방출된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성 물질도 32TBq이나 된다.

이나마 바다와 대기로 방출되는 핵폐기물의 양이 많이 줄어든 것이다. 2007년 삼중수소 제거 장치가 설치되었기 때문이다. 경주 핵발전소는 중수(중수소를 이용해 만든 물)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 핵발전소에 비해 삼중수소 발생량이 많다. 이로 인한 주민 건강상 피해도 크고, 삼중수소는 1g당 가격이 35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비싼 물질이기 때문에 2007년 삼중수소 제거 장치가 설치되었다. 이에 따라 2004년 한 해 배출량이 402.4TBq이나 되던 기체 삼중수소 배출량이 2022년 90.1TBq로 77.6%나 감소하였다. 그런데도 경주 월성 핵발전소의 삼중수소 배출량은 여전히 높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쟁점이 되자, 다른 나라의 오염수 방류 반대운동 사례도 폭넓게 보도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뉴욕주 인디언 포인트 핵발전소 해체 과정의 오염수 방류가 대표적이다. 2021년부터 해체 작업에 들어간 인디언 포인트 핵발전소는 해체 과정에서 오염수를 허드슨강에 방류할 예정이었다. 이에 뉴욕주는 지난 8월 '세이브 더 허드슨(Save the Hudson)' 법안을 제정했다. 오염수 방류를 막아 허드슨강을 구하자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 야당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가 인디언 포인트 핵발전소를 방문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국가·사회 외면 속 월성핵발전소 피해자들

반면 국내 핵발전소 삼중수소 문제는 이처럼 폭넓게 다뤄지지 않는다. 우리 정부가 "우리나라의 삼중수소 배출량이 일본보다 많다"고 밝힌 기자회견 역시,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를 옹호하는 것으로만 보도될 뿐 그래서 우리나라의 오염수 배출량이 얼마나 되고 그것이 주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보도되지 않는다. 설사 국내 삼중수소 문제를 다루더라도 "후쿠시마 오염수와 국내 오염수는 다르다"라며 국내 오염수 위험을 애써 낮추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하지만 핵발전소 인근 지역주민들은 수년째 국내 핵발전소에서 나온 삼중수소와 각종 방사성 물질로 인한 암 문제로 싸우고 있다. 2015년 2월, 핵발전소 인근 지역에 5년 이상 거주하며 갑상샘암 진단을 받은 환자 618명과 그 가족 2882명이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나라에서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같은 중대사고가 일어난 적은 없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끊임없이 액체·기체 핵폐기물이 방출되고 있다. 수차례 검사를 통해 인근 주민들의 소변과 혈액 등에서 다른 지역보다 높은 삼중수소가 발견되었고, 역학조사를 통해 핵발전소 인근지역의 갑상샘암 발병의 상대 위험도가 다른 지역보다 2.5배 높다는 사실도 발견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강 피해 소송이 그렇듯 피해의 인과관계를 주민들이 밝히기는 너무나 어려웠다. 지난 8월, 부산고등법원은 주민들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내 몸이 증거다"라는 피해 주민들의 목소리는 재판에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많은 언론은 이날 기각 소식을 단신으로 전했지만, 그뿐이었다. 이렇게는 더 못 살겠다며, 벌써 9년 넘게 농성하는 월성 핵발전소 이주대책위 소식이나, 국내 액체·기체 핵폐기물 방출 문제는 이번에도 폭넓게 다뤄지지 못했다.

▲ 중수로 핵발전소인 경주 핵발전소(월성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의 갑상생암(갑상선암) 등 암 발생률은 타 지역 대비 2.5배 이상 높다. 그러나 법원은 2심(8월 31일 부산고등법원, 원고 패소 판결)에 이르기까지 주민 피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함께사는길(이성수)

오염수 방류 반대 넘어 한국탈핵운동으로

전 국민이 '방사능'이나 '오염수'라는 생경한 단어를 알게 되고, 이를 우려해 전국적인 시위와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막상 국내 '방사능'과 '오염수'에 맞서 싸우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부각되지 않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또 '원전 최강국 건설'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핵발전소 증설 계획에 앞장서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핵발전 정책을 언급하지 않고 '오염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후쿠시마 오염수 1차 방류가 끝난 지금 시점에서 앞으로 오염수 방류 반대운동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한다면, 우리는 이런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나라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오염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바꿔 말해 액체·기체 핵폐기물을 오랫동안 방출해온 핵산업계의 관행에 맞서지 못한다면, 오염수 반대운동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30년 전 일본 정부가 '핵폐기물 해양투기'를 막았다면, 이제는 우리가 '액체·기체 핵폐기물 방출'을 막아야 할 순서이다. 미세플라스틱과 수은, 중금속과 유해화학물질이 바다에 가득한 세상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아니 당장 현세대를 살고 있는 이들도 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 않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었다고 오염수 반대운동이 끝나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금까지 오염수 반대운동이 부족했던 점을 평가하고 새로운 운동으로 나아갈 방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 지난 6월 26일 열린 '월성원전 주변 주민건강영향조사 민관협의회 위원 3인 기자회견'은 환경부가 조사통계지역을 핵발전소 반경 20km로 확대함으로써 발생한 '일종의 물타기 효과'로 인해 월성원전 인근 지역의 암 발생률이 낮은 것으로 나왔다고 비판하면서 사실은 10km 반경 내 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보다 13% 높고 10km 내 지역 인구의 2.8배 많은 10~20km 반경 지역보다 44% 더 높다고 밝혔다. ⓒ경주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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