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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은둔 청년=관심병'으로 치부하는 정부가 실태조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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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은둔 청년=관심병'으로 치부하는 정부가 실태조사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尹 정부가 호명하는 '청년'에 '여성'의 존재가 있는가

2023년 7월, 전국적으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가 진행되었다. 버스와 지하철은 한 달이 넘게 주변에 고립·은둔 청년이 있다면 알려달라는 광고를 싣고 달렸다. 그동안 개별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고립 청년 지원 정책을 드디어 중앙정부 단위에서 시작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임 직후 청년정책을 국정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역대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이렇게 보면 윤석열 정부에서 정말 청년의 삶에 관심을 두고 정책을 펼쳐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가 생각하는 청년은 누구이며 이들의 삶은 어떠한지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라고 말해 큰 파장이 일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답변의 내용은 바뀌었으나, 집단적 문제가 아닌 개별의 피해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청년 정책 공약으로 성폭력특별법상 무고죄를 추가로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남성 청년의 지지를 얻고자 하였고 이른바 '젠더 갈등'을 대선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문제는 취임 이후 펼쳐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공약으로 내세운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야당의 반대로 무산되었지만, 여성가족부 사업 예산의 대부분이 축소되었다. 여성가족부가 기존에 운영하던 사업에서는 '여성'이라는 단어를 지워가기 시작했다. '여성폭력'이 '폭력'으로, '여성 대표성 제고'가 '성별 대표성 제고'로, '여성의 삶'은 '남녀의 삶'으로 변경되었다. 다시 질문해보자. 윤석열 정부가 상상하는 고립·은둔 청년에 여성 청년이 포함되는가?

ⓒ보건복지부

고립으로 이어지는 여성 청년의 실업과 정신건강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청년은 안정적인 노동시장을 경험하는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남성보다 21% 낮다. 또한, 90년대생 여성 청년의 일경험을 분석한 박선영에 따르면, 이들은 평균 3번 이상의 이직을 경험한다. 그중에서도 비정규직을 경험한 여성들이 실업 상태로 이동하는 비율은 9.9%로, 정규직에서 실업 상태로 이동하는 집단(3.4%)에 비해 2배가 넘는다. 여성 청년이 안정적인 일자리에 진입할 기회가 남성 청년보다 적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문제는 이들이 실업과 이직 사이의 공백 시기에 고립을 경험한다는 점이다. 일하는 이들도 고립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실업 상태는 그 자체로 사회적 관계를 축소시키며 고립의 전제가 된다. 2022년 한국여성노동자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현재 일하지 않는 집단에서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중증 우울 경험률이 다른 집단에 비해 약 2배 이상 높았다. 즉, 여성 청년의 정신건강 문제는 실업과 별도로 볼 수 없다.

여성 청년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서 가장 취약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4월, 여성고용률 감소폭은 남성과 비교해 1.5배에 달했다. 비슷한 시기(2020년 상반기) 병원에 내원한 전체 자살시도자 중 20대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4%였다. 2016년 통계에는 9.8%로 약 43% 증가한 것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 사안을 토대로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출범해 자살예방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임기가 끝날 때까지 눈에 띄는 변화는 포착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후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여성 청년의 실업 경험이나 정신건강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2022년 서울시가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48.6%, 여성은 51.4%로 비슷한 비율이다. 이 자료에서 자신의 고립 이유를 '심리적 또는 정신적인 어려움 때문'이라고 답한 여성은 46.3%다. 고립과 정신건강 문제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여성 청년의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적인 일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여성 청년의 삶과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배경은 장막 뒤에 가려진다.

안전하지 않은 가족과 일터

한국 사회에서 고립 문제가 처음 등장한 것은 중장년 그리고 노년층의 고독사 문제에서 시작된다. 고독사 사례가 늘어나자 각 지자체와 복지 영역에서는 사회적 고립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20년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했다. 일명 고립 정책의 시작이었다. 앞서 중장년 고독사 증가의 원인을 고립에서 찾았듯이 여성 청년의 정신건강 문제 또한 개인의 고립 경험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청년 고립 연구에서 여성 청년은 남성 청년보다 타인과 교류횟수가 더 높고, 가족 및 친구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외로움과 우울 지표 결과는 확연하게 좋지 않다. 그 이유는 이들이 자신의 고통을 외부로 표현하지 못하는 데 있다. 고립을 경험한 여성 청년 10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자신의 고통을 주변 사람들에게 드러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내에서 이들은 경제적 압박과 동시에 돌봄 노동을 강요받는다. 여성 청년은 가족의 어려움을 중재하거나 해소해야 하는 위치에 놓이며, 어머니와 함께 혹은 홀로 가사노동을 짊어진다. 은둔형 외톨이라고 하면 '컴퓨터 앞에 앉은' 남성 청년의 이미지가 떠오르겠지만 여성 청년들의 삶은 꼭 그렇지 않다. 이들은 침잠하는 자신을 견디면서도 가족 내에서 감정 및 돌봄 노동을 수행하는 이중적인 역할을 경험한다.

또한 안정적 일자리를 경험하지 못한 인터뷰 참여자 대부분은 가족과 친구 밖의 의미 있는 관계가 부재했다. 이들에게 일터에서의 성희롱과 성별직무분리는 흔한 경험이다. 기본적인 인권이 보호되지 않으며 자신의 성장에는 관심 없는 일터에서 이들은 당연하게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없었다. 일자리에 진입하며 다양한 사회관계를 쌓아가는 청년기에 여성 청년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조직과 일로부터 경계를 쌓는다.

고립은 구조적 차별의 결과

일자리와 일상의 안전망이 부재한 여성 청년들은 실업, 정신적 어려움, 중요한 사람과의 관계 단절 등의 사건을 겪으면서 고립과 가까워진다. 문제는 고립은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경험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과거에 정서적 또는 물리적으로 고립된 생활을 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고립·은둔 청년 62.8%가 있다고 답했다. 인터뷰 참여자들 또한 고립을 여러 번 반복했다고 답했으며 어떤 이는 현재 일터에서의 계약이 종료된 이후를 걱정했다.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고립 청년 지원 정책의 가장 큰 맹점은 시점의 한계다. 대부분의 정책에서 '현재' 소통하는 사람이 있는지와 외출 여부로 고립을 판별한다. 하지만 고립은 살면서 겪은 부정적 경험 혹은 부재한 기회의 결과다. 안정적 일자리와 신뢰 관계의 부재, 폭력 상황에서 도움 받지 못한 일화와 정신적 어려움이 '관심병'으로 치부된 경험 등이 쌓여 자기도 모르게 고립이 시작된다. 고립은 이 모든 경험의 결과로 바라봐야 한다. 고립을 경험하는 사람에게 밖으로 나올 것을, 사람을 사귈 것을 권하는 단순한 메시지는 이들이 경험한 구조적 차별을 담아내지 못한다. 때문에 이런 접근 방식으로는 여성 청년의 반복되는 고립을 막을 수 없다. 이들의 반복되는 고립은 우울과 자살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현 정부의 지원 대상인 고립 청년에 여성 청년이 정말로 포함되는가? 우리 사회가 호명하는 청년에 여성의 존재가 자리할 수 있는가?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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