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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국방장관 전격 교체…후임엔 러 탄압 '크림 타타르' 출신 우메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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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국방장관 전격 교체…후임엔 러 탄압 '크림 타타르' 출신 우메로프

레즈니코프, 올초 국방부 식품 계약 부패 의혹 뒤 사임 압박…무슬림 우메로프, 튀르키예 및 아랍권과 관계 돈독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 가입 등을 위해 부패 척결에 힘쓰고 있는 가운데 올렉시 레즈니코프(57) 국방장관이 전격 교체됐다. 후임으론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탄압을 받아 온 소수 민족 크림 타타르인 출신 루스템 우메로프(41) 국유자산기금 대표가 지명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일(현지시각) 저녁 화상 연설을 통해 "국방장관을 교체하기로 했다"며 "이제 루스템 우메로프가 국방부를 새로 이끌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올렉시 레즈니코프는 550일 이상 전면전을 겪었다"며 "국방부가 군과 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접근 방식과 다른 형식의 상호작용을 필요로 한다고 믿는다"고 교체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우메로프는 어떠한 추가 설명도 필요 없는 인물"이라며 의회가 교체를 승인할 것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부터 국방부 장관을 맡고 있던 레즈니코프는 서방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무기 지원을 이끌어 내는 데 기여했고 러시아 침공이 진행되는 가운데 군대를 확장하고 소련제 위주의 기존 무기를 서방 무기 체제로 전환한 데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올초 국방부가 식자재 계약 과정에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지불했다는 부패 의혹이 불거지며 줄곧 사임 압력을 받기도 했다. 계약한 무기가 제 때 납품되지 않으며 국방부가 계약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도 일었다.

우크라이나가 EU 가입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의혹이 레즈니코프의 교체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미국 내에서도 우크라이나의 부패를 문제 삼아 군사 지원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전시 부패를 반역죄와 동일하게 간주하는 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엔 젤렌스키 대통령의 주요 후원자 중 하나이자 은행, 미디어 등 다수 기업을 소유한 자산가인 이호르 콜로모이스키(60)가 사기 및 돈세탁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부패감시단체 국제투명성기구(TI)의 2022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180개국 가운데 116위를 차지했다. 122위였던 2021년에 비해 6계단 올라섰지만 여전히 유럽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러시아는 2022년 137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31위 수준이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이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할 권한이 없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한 관료를 인용해 이번 교체가 단일한 배경으로 이뤄지지 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식자재 계약 부패 의혹에 관한 우크라이나 시민사회와 언론의 비판에 더해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새로운 지도부가 필요하다는 인식, 레즈니코프 장관 본인의 사임 요청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레즈니코프의 향후 거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로이터> 통신은 영어에 능숙하고 서방과 강력한 관계를 구축해 온 그가 영국 런던 주재 대사로 부임할 것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새 국방장관에 내정된 우메로프는 전쟁 초 러시아와 협상에 나선 대표단의 일원이었고 흑해곡물협상 및 포로 교환 협상에도 참여하며 전쟁 내내 굵직한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해 9월부턴 국유자산기금 수장직을 맡고 있는데 부패가 만연한 상황에서 어려운 역할을 문제 없이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신 사업가 출신 우메로프는 2019년에 의회에 첫 입성했다.

야당인 홀로스(목소리)당 소속인 우메로프는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탄압을 받은 소수 민족인 크림 타타르인 출신이기도 하다. 수백 년 간 크림반도에 거주해 온 이들은 1783년 러시아의 이 지역 점령 뒤 박해를 받아 왔다. 1944년엔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의해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1980년대 후반 무렵에야 크림반도에 귀환할 수 있었다. 1982년생 우메로프 또한 우즈베키스탄에에서 태어나 이 시기 크림반도로 귀환한 크림 타타르인 중 하나다.

크림 타타르인들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에 가장 크게 저항한 집단으로 꼽힌다. 당시 러시아가 꾸린 불법적인 합병 관련 국민 투표에서 이 지역 인구의 12~15%를 차지하는 크림 타타르인들은 대부분 투표를 거부했다.

크림 타타르 인권 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무스타파 제밀레프(79)는 지난 7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30만 명에 달하는 크림 타타르 공동체가 크림반도에서 러시아의 강제 병합에 대항하는 저항의 중심이 돼 왔다고 말했다. 그는 크림반도에서 일어난 정치적 체포의 대부분이 크림 타타르인들을 겨냥하고 있으며 수십 명의 활동가가 실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9월 크림 타타르 언어로 불을 뜻하는 아테쉬(Atesh)라는 게릴라 집단이 만들어져 크림반도 및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점령지에서 러시아군에 대한 파괴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메로프는 제밀레프의 고문으로 수년 간 일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메로프가 튀르키예(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비롯해 무슬림 세계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왔다고 짚었다. 우메로프는 다른 많은 크림 타타르인들과 마찬가지로 이슬람교를 믿는다.

우메로프는 지난해 4월 요르단 매체 <암만넷>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서 크림 타타르인들이 "민족이나 종교 관련해 어떠한 우월주의나 이슬람 혐오를 느끼고 있지 않다"며 요르단을 포함한 아랍 국가들의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일(현지시각) 국방장관 교체를 선언하고 루스템 우메로프(41) 국유자산기금 대표를 새 국방장관으로 지명했다. 사진은 2022년 11월 16일 키이우 대통령실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우메로프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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