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소멸이라는 용어가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지방소멸을 객관적 수치로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소멸위험지수 혹은 K-소멸위험지수로 명명된 지수이다. 이 지수 때문에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대립적 포지션을 기반으로 지방을 수도권 대비 부정적인 이미지로 재생산하는데 더 커다란 각인 효과를 가져왔다.
문제는 '소멸'이란 단어까지 사용되면서 지방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굳어지게 되고 소생과 잠재력을 가진 몇몇 지역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우려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이 단어가 갖는 개념부터 명시할 필요가 있다. 소멸(消滅)이라는 단어는 '사라져 없어진다' 는 명사로 사전에 따르면 '영영 사라져 버리는 것이므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관념 가운데 두려운 것' 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따라서 지방소멸이라는 단어의 사용이 단순히 소실, 시멸, 소멸 등과 같이 어두움과 위화감을 조성하는 용어로써 사용되는 환경보다는 향후 반전적 상환전환을 통한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긴 용어로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에게 '지방소멸은 될까' 라고 질문을 던졌더니 지방은 완전히 소멸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인구감소와 사회경제적인 쇠퇴가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을 지방소멸이라 표현한다고 답하였다.
필자 역시 인구가 감소한 지역이 나타날 뿐이지 지방이 소멸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인구가 감소한 지역이라 하더라고 지역이 가진 잠재력과 자생력을 통해 지역을 강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지방소멸이라는 위기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 정부 및 지자체들은 대응방안 및 활성화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대책회의가 진행 중이며, 지방소멸대응기금이라는 명칭 하에 각종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방소멸 대응전략, 지방소멸대응기금이라는 부정적인 용어로 지방을 살리겠다는 전략을 내놓는 것보다 지역을 정말로 살릴 수 있는 긍정적인 용어 선택이 먼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따라서 지방의 희망적인 미래를 위해 지방소멸을 위한 첫 번째 대응책은 지방소멸이라는 위화감을 느끼는 용어를 대체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소멸이라는 자극적인 표현들로 별다른 진단없이 처방만 주기를 기대하는 부정적인 용어의 사용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럽에서는 글로벌 차원에서 알려진 '인구감소현상'이라는 단어의 연결선상에서 '지방소멸' 용어 대신 외곽화, 사막화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공포감을 느끼는 용어를 대신할 지방소생, 지방상생 등 지역의 활력을 줄 수 있는 용어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확한 원인진단 통한 해법찾기
일본의 마스다지수를 적용하여 만든 한국판 소멸위험지수는 한국고용정보원에서 2016년 처음으로 분석한 지수로 만 20~39세 여성 인구수를 만 65세 이상 고령 인구수로 나눈 값이며 2000년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 지역의 인구가 집중되거나 저출산 및 고령화 정도를 보여주는 지수라 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1년 89곳의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고 그에 따른 행정‧재정적 지원을 위한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였으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개발한 지역소멸위험지수와 대응하는 지역재생잠재력지수는 두 자녀 이상 출생률을 출산가능인구로 나눈 값으로 출산 잠재력을 통해 지역의 재생력을 가능케 한다. 마지막으로 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K-지방소멸지수는 지역성장 및 산업구조와 관련된 지표를 통해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지역을 도출하였다.
지방소멸의 원인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나타나는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소멸과 관련된 대표적인 지수들은 단순하게 인구감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임승빈‧채지민이 연구 발표한 '인구감소의 원인진단과 해법'에 따르면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인구, 사회, 경제, 문화, 교육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역 진단 지표를 개발하되, 지역소생지수, 로컬파워지수로 구성하여 도시경제력 역량, 생활활력 역량, 교육혁신 역량의 3가지 역량 분야에 대한 집중도 분석을 통해 지역을 진단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자체별로 잠재된 역량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특히 3가지 역량 중 교육혁신 역량이 높은 지역이 인구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3가지 역량이 모두 평균 이하 임에도 인구가 증가한 지역이 나타난 것을 보면 지역의 생활인구 등 다른 요소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더욱 복합적이며 다층적인 관점에서 역량 요소 파악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이와 같이 지자체의 인구 증가 및 감소에 대한 원인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국가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연간 1조원을 100여개의 지자체에 정형화된 방식으로 배분 및 집행하고 있다.
이렇게 고착화된 행정실행 방식은 지역별 잠재력 및 성장가능성의 원인진단을 통한 기금의 선택과 집중적 활용을 무시하고, 지자체 장들의 정치적 생색내기를 위해 물리적인 인프라 확장에만 치중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
긍정적인 사례는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일본 도쿄도의 도시마구는 2014년 지방소멸 지역으로 발표되었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마구청장과 공무원들은 지방소멸의 기본적인 대응방안인 인프라 구축이라는 획일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인구감소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연령별 및 전출입 특성에 대해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청년층의 유출이 아닌 0-14세 인구의 유입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이유는 결혼한 가족들이 아이를 데리고 빠져나갔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는 도시마구의 주택유형이 아파트보다는 원룸 유형이 많아 아이들과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주거 공급이 부족하다는 요인이 있었다. 이에 아이들을 양육하기 좋은 조건의 도시로 이주가 이뤄진 것이었다.
이와 같이 정확한 원인 파악을 통해 도시마구는 가족이 함께 살기 좋은 도시를 지역살리기 테마로 정하고, 이 상황을 적극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인프라 구축을 집중시켜 실행에 옮겼다. 그 결과 다시 인구증가가 나타나며 활력있는 도시로 재탄생하였다.
도시마구의 사례에서와 같이 지방소멸 대응전략 및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원인진단을 통한 지자체만의 맞춤형 정책 수립이 반드시 필요하며, 부처 간 협업과 지역 단위의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사업 구성을 통한 연계 추진방안이 필요하다.
특히 기존의 인구감소 및 인구유출의 주요 타깃을 청년인구 유출에만 초점을 두는 시각부터 근본적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지자체의 특성에 따라 청년인구의 유출이 아닌 다른 세대 유출로 인한 지역의 쇠퇴 경향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는 이러한 광범위하고 다층적 구조에서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원인 파악을 위한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즉, 정부 및 다수의 지자체들이 청년인구 유입에만 초점을 두고 그에 따른 지원사업 및 고용창출만을 고집하는 편협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지방소생을 위한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방소생이라는 배에 올라타기 위해 지자체만의 전략지도를 구축하자
지방소생을 위한 정책 구축을 위해서는 기존의 개념 외에도 다음과 같은 추가적 개념이 필요하다. 첫째는 정책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지방소생의 정도에 따라 지역을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재원을 투자할 것, 둘째, 지방소생 지역을 선정시에도 인구감소 뿐 아니라 다양한 지표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방소생에 대한 추가적 개념의 도입을 통해 개별적인 상황과 지역의 특성에 따라 지자체를 유형화시켜 대응하는 전략적인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지역별 쇠퇴 원인의 상이성을 인지하고 지역의 성장배경과 발전속도를 감안한 맞춤형 지역활성화 정책으로 구체적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
즉, 지역들마다 지니고 있는 문제가 다양하기 때문에 획일적인 대책 방안에서 벗어나 지역이 당면한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역할은 찾아내는 것은 지자체의 몫이다. 지차제는 이제부터 지방소생을 위한 전략지도 만들기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지역의 숨은 보석을 찾기 위한 황금열쇠는 해답은 지자체의 노력에 달려있다
채지민 교수는 지역정책 전문가로 경기연구원, 성남산업진흥원을 거쳐 지역정책 등을 연구하는 상화지역정책연구소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지리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에 있으며 글로벌 경제와 지역문제, 지역 및 공간 정책 실습, 지역개발협력 등의 과목을 강의를 하고 있다. 지방소생, 지자체 맞춤형 전략, 창업 활성화, 지역기반 로컬크리에이터 등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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