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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축소도시'는 어떠신가요?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인구감소 시대의 스마트한 도시 쇠퇴를 꿈꾸며

커지는 수도권 도시와 작아지는 지방 도시

특별시와 광역시를 하나의 시로 간주했을 때 우리나라 전체 시·군의 수는 162개이다. 이 중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10년간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인구가 5만 명 이상 증가한 곳은 총 17개로 전체 시·군의 10% 정도에 해당한다.

이 17개의 시·군을 지역별로 다시 분류해 보면 33개 시·군이 있는 수도권의 도시는 12개가 포함되어 있는 반면, 129개 시·군이 있는 비수도권 지역은 5개에 불과하다. 비수도권 지역의 5개 시·군은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개발된 세종시와 부산과 인접한 양산시, 그리고 수도권과 인접한 충남의 아산시와 천안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주살기 열풍을 겪었던 제주시이다.

이 중 가장 인구가 많이 증가한 경기도 화성시의 경우 10년간 웬만한 규모의 도시 인구보다 많은 38만 명 가량이 늘어나면서 어느덧 100만 도시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비록 같은 기간 서울시의 인구가 76만 명 줄어들었지만, 서울 주변의 수도권 도시들은 이보다 몇 배 많은 인구가 늘어났다. 이 기간 우리나라 전체의 인구 증가는 49만 명으로 화성시 하나의 인구 증가 수와 10만 명도 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작년 1월부터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를 '특례시'로 부르게 되었는데, 수원시, 고양시, 용인시, 창원시가 현재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비수도권 도시 중 유일하게 특례시가 된 창원시는 최근 10년간 인구가 7만 명 가량 줄면서 100만 명 선을 위협받고 있어 어쩌면 비수도권 유일의 특례시는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른다. 비수도권에 있는 울산광역시는 광역지자체임에도 불구하고 기초지자체인 수원시보다 인구가 작아진 지 오래이다.

수도권에 집적의 불이익이 존재한 적이 있었나

도시가 성장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도시의 경제기반 측면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도시의 성장은 도시 기반활동(basic activity)의 경쟁력 우위에 따른 것인데, 이것은 도시에 인구가 모여들게 되면서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통해 기반시설 이용에 대한 단위당 평균 비용이 감소하고, 도시 내에 동종 혹은 이종(異種) 산업의 공간적 집적에 따른 집적의 경제(economies of agglomeration)의 이익을 누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도시가 쇠퇴하는 이유는 인구가 너무 늘어나면서 집적으로 인한 혼잡 비용과 환경 비용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보는 이른바 집적의 불경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며, 환경 오염, 교통 정체, 지가 상승 등이 집적의 불경제를 야기하는 대표적인 부정적 외부 효과(negative externality)로 언급된다.

이 설명에 따른다면 수도권의 도시들에 여전히 인구가 집중되는 것은, 수도권이 아직은 집적의 불이익보다 집적에 따른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여전히 사람들이 흩어지는 것보다는 더 모이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수도권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은 수도권 도시들의 지방도시보다 더 나은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인데, 왜 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잘 나가는 도시들의 성장을 억지로 가로막아 도토리 기재기식의 전체적인 하향평준화를 일으키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과연 아직까지 수도권에서는 인구의 분산이 필요할 정도의 집적의 불이익은 발생하지 않았을까? 1972년 시작된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국토의 균형발전은 지속적인 목표로 남아 있으며, 1982년 시작된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서 이미 수도권 과밀완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였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도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수도권정비계획>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40년이 넘는 기간을 돌이켜보면 수도권의 억제가 아니라 집중을 지원하는 정반대의 정책은 수없이 있어왔다. 수도권에 사람이 너무 몰려 주택 가격 상승이라는 집적의 불이익이 나타났을 때, 정부는 1~3기 신도시 조성을 통해 주택 가격을 끌어내렸다. 수도권 1기 신도시 계획이 발표된 것은 <수도권정비계획>이 시작된 지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수도권에서 공장의 신설이나 증설은 어렵지만, 첨단산업은 여러 이유로 예외 적용을 받아왔으며 최근에도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를 수도권에 조성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 사람들과 공장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대규모의 석탄 화력발전소가 수도권이 아닌 충남의 해안가에 건설되었다.

교통 혼잡과 신도시에서의 통근 문제는 엄청난 자본을 투입해 지하 50m 깊이의 대심도(大深度)를 이용한 GTX 노선을 건설해 서울까지 30분 내에 통근이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다. 교통량이 증가하면 도로를 확장하거나 신설하고, 늘어난 지상의 고속도로가 지역 성장에 방해가 되면 지하로 다시 터널을 뚫어 내려보내면서 지상공간을 쾌적하게 유지하겠다고 한다. 과연 지금까지 수도권에 집적의 불이익이 발생한 적이 없을까, 아니면 발생한 불이익을 없애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애써 왔을까?

▲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와 주택가 모습. ⓒ연합뉴스

아무도 축소도시를 꿈꾸지 않지만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우리나라의 모든 도시는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10~20년 기간의 장기적인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는 체계적인 도시의 공간구조와 발전방향을 수립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도시기본계획>의 내용 구성에서 가장 앞부분에 자리하는 것 중 하나가 목표인구인데, 계획의 모든 내용은 이 목표인구에 맞춰서 이루어지게 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도시들이 목표인구를 설정하는 데 있어 현재보다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가정한다는 점인데, 인구가 감소중인 도시마저도 여러 명목으로 현재보다 인구가 증가하거나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설정한다. 앞서 최근 10년간 인구 7만 명이 감소하였다고 한 창원시 역시 현재 수립 중인 <2040 창원도시기본계획>에서 2040년 목표인구를 현재보다 13만 명 늘려 설정하고 있다고 한다.

한 국토계획 관련 정부 위원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시의 <도시기본계획> 상 목표 인구를 합쳐봤더니 1억 명이 넘었다는 말도 전설처럼 떠돈다. 모든 도시들이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고 목표를 세우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나라에서 인구는 곧 도시의 위상이고 자존심일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인구가 증가하지 않으면 새로운 개발행위를 제안할 수 있는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전 직장인 수도권 도시의 연구원에서 근무할 때 반(半)농담식으로 도시의 장래 비전을 지금보다 인구를 20% 줄인 'OO만 도시'로 하자는 주장을 하곤 했다. 개발과 성장으로 이어지는 그간의 경로 의존적 정책을 벗어버리고 선제적으로 도시의 규모를 줄이는 '자발적 축소도시'가 되자는 것이었다.

축소도시(shrinking city)는 1988년 독일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지속적인 인구 손실로 유휴·방치되는 부동산이 늘어나는 도시를 의미한다. 물론 쇠퇴하는 도시를 의미하는 용어지만, 축소도시 논의에 수반되는 것은 단순한 도시의 쇠퇴 자체가 아니라, 인구감소에 맞춰서 혹은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압축도시 전략 등을 통해 도시 공간의 효율화와 적정규모화를 추구하는 것을 포함한다. 즉 스마트(smart)한 쇠퇴를 통해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활력과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현재도 과밀한 우리나라의 도시에서 인구가 더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아파트 경관의 확대 재생산이 일어난다는 의미 밖에 되지 않는다. 이미 당시에도 도시 내에 용적률 499%의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이른바 '닭장 아파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었고, 수도권 1기 신도시와 한강변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성 확보를 위해 용적률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였다. 

그리고 2019년 이후로 인구의 절대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여건에서 특히 수도권 도시의 개발용량 증가와 인구 증가는 결국 비수도권 지역의 인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자발적 축소도시는 수도권의 도시들이 여전한 성장 드라이브 속에서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 도시로의 미래를 그리기보다 조금의 여백을 가진, 살고 싶은 인간적인 도시이면서 지방 도시와 함께 살아가는 상생의 도시일 수 있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20%의 인구를 줄이자는 것이 현재의 시민들을 타 지역으로 내몰자는 것도, 인위적으로 도시면적을 축소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노후화된 지역을 또 다른 개발, 더 고밀도의 개발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환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조금은 바꿔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물론 여기에는 수없이 많은 현실적 문제들과 함께 그 열린 공간의 조성을 위해 막대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장의 실현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도권에서 집적의 불이익이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만들기 위해 투입해 왔던 사회 전체의 비용을 생각한다면 그렇게까지 허황된 꿈은 아닐지 모른다.

'자발적 축소도시'가 환영받을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에 따라 도시 인구가 50만 명 이상이 되면 행정구(區)를 둘 수 있다. 최소 2명의 구청장 자리가 생기며 그 아래 여러 보직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시청 조직에 둘 수 있는 실·국의 수도 인구에 따라 결정된다. 인구 100만 명이 넘으면 특례시라는 새로운 명칭과 사무의 특례가 적용된다. 꼭 특정한 기준이 아니라도 각 광역지자체의 시장·군수 회의 때 자리 배치도 도시 인구 순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한다.

즉 우리나라 도시의 권한 배분은 상당 부분 인구라는 하나의 지표에 의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 어떤 시장도, 그 어떤 공무원도 우리 도시의 인구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먼저 제시할 수는 없으며, 그 도시에 사는 시민들도 자기 도시의 위상이 낮아진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인구의 감소가 도시의 쇠퇴가 아니라 도시의 질적 성장을 의미할 수 있도록 작은 것부터라도 인식을 변화시킬 필요하다.

몇 년 전 인구 100만 명 이상에게 특례시라는 새로운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이 논의될 때 이 기준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도시들이 인구 기준만을 적용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새로운 주장들을 제시하였다.

물론 이 주장들은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임의적인 것이지만, 도시의 기능과 역할을 평가함에 있어서 인구 이외에도 주간 유동인구, 행정수요, 도청 소재지로서의 중추 도시기능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가 지금 새로 마주하고 있는 인구감소 시대에는 단순히 인구 규모만으로 도시의 위상을 평가하고 측정하던 방식과 사고 역시 바꿀 필요도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양적 성장보다는 '자발적인 축소도시' 지향을 통해 질적 성장의 시대로 전환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어쩌면 손쉽게 성장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도권의 도시부터 말이다.

■ 저자소개

서울대학교 지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2021년부터 경상국립대학교 지리교육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주택문제와 도시 공간구조를 중심으로 지역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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