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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의원수 10% 감축? 정치에서 가장 유치한 사고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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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의원수 10% 감축? 정치에서 가장 유치한 사고방식"

"타국 비해 의원수 많지도 않은데 갑자기?…與 총선 과반 못하면 '尹정부 2년' 불신받은 것"

"尹정부, 노조 부조리에만 초점…노동개혁은 그것과는 별개"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번갈아 역임한 정치 원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의원정수 축소', '세비 삭감',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등 여권이 정치개혁안이라고 내세운 제안에 대해 "유치하다"고 혹평했다.

김 전 위원장은 2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어제 김기현 대표의 국회 연설을 보면 '국회의원 10% 감축하겠다', 나는 그게 왜 갑자기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숫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 국회가 일을 제대로 안 하고 국민들이 짜증을 내니까 '국회의원 그까짓거 더 줄여야 되지 않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 것인데, 여론조사에 나오는 그런 것 가지고서 정치를 판단하면 안 된다. 어느 나라도 국회의원 숫자를 가지고 '줄인다', '늘린다' 하는 그런 나라는 없다"고 일갈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 사람들이 정치개혁이라는 게 뭔지를 모르기 때문"이라며 "정치개혁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정치인들의 자세부터 고쳐야 되는 것이다. 그런 것은 하지 않고 느닷없이 다른 할 말이 없으니까 '의원정수를 10% 줄이겠다', 그게 도대체 국민 생활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김 전 위원장은 김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외에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사무총장이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불체포특권 포기' 등을 주장한 데 대해서도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것은 언필칭 하는 소리"라며 "국회가 제대로 기능을 못 하니까 국회의원 세비도 주지 말자는 것이 일반 국민들의 여론이니까 그걸 받아들여서 정치인이 그것이 무슨 대단한 얘기인 것처럼 하는 것인데, 나는 그게 정치에서 가장 유치한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에 대해 "여당 대표라고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자리임에는 분명하다.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당을 꾸려야 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눈치를 너무 볼 것 같으면 선거를 못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은 당대로 자기 목소리를 약간 낼 수가 있어야 당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지, 당이 대통령 뜻에만 따라가면 그 당은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다"며 2012년 총선 직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비대위 체제 새누리당 간의 긴장 관계를 사례로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 출범에 대해서는 "지금 막 출발했으니까 지켜봐야겠다"면서도 "뭐를 혁신하려고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정당 본연의 임무가 뭐라는 것을 알고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는 것이 사실은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과거에도 보면 혁신, 혁신 얘기만 했지 실질적으로 뭐를 혁신했는지 결과가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고 냉소적 태도를 보였다.

현 시점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주자로서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본인 스스로 사법 리스크를 극복하고 내년 총선에 성공을 하면 그 다음에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고서는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만 했다.

여권 주자로 거론되는 한동훈 법무장관에 대해서는 "나이가 젊고, 신선하고, 일반 국민에게 인상이 그렇게 나쁘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앞으로 처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희망을 가질 수도 있다"고 비교적 긍정 평가했다.

그는 한 장관이 정치를 할 것이라고 보느냐고 묻자 "내가 보기에는 그 사람도 별로 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 안 하려면 결국은 변호사로서 살아가는 길밖에 없는데 둘 중에 하나 택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尹정부, 노조 부조리에만 초점, 노동개혁과는 별개…내년 총선은 '尹의 2년' 평가"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비판적 평가를 했다. 그는 "경제정책에 대해서 구체적인 방향이 설정돼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무슨 민간 주도의 시장경제 원칙, 자유 이것만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경제정책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고, 지금 한국경제가 당면한 문제가 뭐기 때문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뭐를 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동개혁, 교육개혁, 연금개혁 등 3대 개혁을 제시하지 않았나'라는 반문에 그는 "3대 개혁을 얘기하는 것은 수도 없이 들었는데, 그 3대 개혁이라는 것은 이번 정부만 하는 얘기가 아니라 과거 정부도 똑같은 얘기를 해온 것"이라며 "3대 개혁이라는 것이 무엇 때문에 필요하고 그 방향이 뭐라는 것을 제시해 줘야지, 어느 방향으로 개혁을 할 것인지 모르니까 될 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예를 들어서 노동개혁을 해야 되겠다고 하면, 노동개혁의 근본적인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가 뭐기 때문에 이걸 고쳐야 되겠다'는 걸 얘기해야 되지 않느냐"면서 "지금 실질적으로 노동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은 노동의 부조리를 잡아내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데, 이건 노동개혁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1년에 대한 평가에서는 "정부에 대한 평가는 이미 국민들이 다 내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평가할 필요가 없지 않나"라며 "본인이 선거 때 48.3%인가 받았는데 거기에도 못 미치는 여론조사가 자꾸 나오고 있기 때문에 지난 1년 동안에 윤석열 정부에서의 국민들의 평가라는 것은 이미 내려져 있지 않나"라고 했다.

그는 "(정부 ·여당의) 핑계는 '정부가 출범했는데 국회를 야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야당이 협조를 안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얘기하는데, 과연 그러면 대통령이나 여당이 야당과 문제 해결을 위한 무슨 시도를 했느냐 하면 그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은 자연적으로 여당이 잘못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으니까 절대 스스로 협조적이지는 않을 것 아니냐"며 "야당은 문자 그대로 반대를 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야당인데, 야당이 자진해서 정부에 협조하는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여당에 대해 "정치라는 게 원래 협상, 말로 서로 타협을 이루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라며 "일방적으로 정치를 할 수 없고, 특히 민주 사회에서는 그런 것을 도외시해서는 전혀 정치가 진전할 수 없는 것인데 지금 보면 대통령실도 그렇고 여당도 그렇고 그런 자세를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니까 결국은 문제 해결이 하나도 될 수 없다"고 비판헀다.

그는 "그러니까 이런 상황이 내년 총선까지 갈 거라고 본다. 그러면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 출범 2년을 맞이하는 총선이기 때문에 2년에 대한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며 "2년의 평가에서,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고 나서 과연 나머지 임기 3년을 어떻게 할 것이냐, 이것에 대해서 냉정한 판단을 하는 것이 지금 국민의힘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편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이 여야 정당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나는 다시는 정당으로는 안 갈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다만 금태섭 전 의원 주도의 제3신당에 대해서는 애정을 보이며 "제3지대라고 하면 지금 금 전 의원께서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한 번 시도하고 있는데, 제3지대는 지금 기존 정치인 세력과는 조금 다른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와야만 한국에 미래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여야) 두 정당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 못 한다고 하는 세월을 한 20년 이상 보내지 않았느냐. 국민이 이제는 각성할 때가 됐다"며 "국민이 새로운 정치세력이 지향하는 바를 수용하면 성공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냥 막연하게 '과거에 제3지대가 성공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게 되겠느냐' 그런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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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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